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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취재] "교수님 개인 표현"...'아빠 찬스' 조사 착수.jpg

입력 2021-03-10 16:24 수정 2021-03-10 16:31

[기동취재] "교수님 개인 표현"... '아빠 찬스' 조사 착수.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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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취재] "교수님 개인 표현"... '아빠 찬스' 조사 착수.jpg

"(저희 입장도) 좀 애매해요. 공식적으로 발표하신 것도 아니고
교수님이 본인 트위터에 올리신 것 가지고…" (아주대병원 관계자)

대학이 개강하던 날이었습니다. 아침부터 정 모 교수가 올린 트위터 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아들이 모 의대 해부학교실 조교수가 됐다는 것을 알리는 글이었습니다.
 
아주대병원 정 모 교수 '아빠찬스' 의혹아주대병원 정 모 교수 '아빠찬스' 의혹

내용은 황당했습니다.

"아들은 00대 의대를 졸업하고
아주대 의대에서 제 도움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가 매일 얘기하는 신경해부학 교과서의 공동저자도 아들이다"

"조교수가 되기도 전에 세계에 이름 났다"는 등 자랑이 이어졌습니다.

누리꾼들이 주목한 것은 이 부분입니다.
 
아주대병원 정 모 교수 '아빠찬스' 의혹아주대병원 정 모 교수 '아빠찬스' 의혹

아들이 자신의 도움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의대생들이 읽는 해부학 교과서를 공동저술했다?

정 교수가 밝힌 아들의 나이는 만 31세, 1989년생입니다. 이 나이에 이런 것들이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일일까요? 분명 평범하지 않은 상황은 맞았습니다.
 
아주대병원 정 모 교수 '아빠찬스' 의혹아주대병원 정 모 교수 '아빠찬스' 의혹

이미 누리꾼들이 논문 검색 사이트에서 찾아본 결과, 아들 정씨가 아버지와 함께 이름을 올린 논문만 20건이었습니다. 취재해보니 정씨는 아버지의 아주대 해부학 교실에서도 조교로 일했습니다. 아주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을 땐 논문도 신경해부학으로 썼습니다. 아버지와 연관이 없을 수 없는 상황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논란에 대해 병원에 전화로 물었습니다. "확인중"이라고 답합니다. 하지만 자체 조사에 들어가는지에 대해선 조심스러웠습니다.

"교수님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내용도 아니고 개인 트위터에 올리신 것:이라며 "알아보는 것도 좀 그렇다" "(저희 입장도) 애매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교수님에겐 무슨 사정인건지 물어봤느냐 했는데, 통화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추후에 전해듣기론 언론 인터뷰는 거부하셨다고 합니다.)

의대에선 박사학위를 무사히 받고 졸업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거기다 교수를 선발할 땐 급이 높은 논문을 많이 쓰면 쓸수록 유리한데, 이미 20건이나 썼다면 굉장히 좋은 조건으로 보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한 의대 교수님은 "해부학교실에 있는 다른 연구원도 똑같은 대접을 받았는지 취재해보라.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아주대병원에선 "부모 연구실에 자식이 조교로 근무하는 것을 제한하진 않는다" "워낙 희귀한 경우기기 때문"이라고 밝힌 상태입니다.

우리 사회는 '공정'이라는 슬로건 아래 본인 실력으로 경쟁하고 평가 받는 게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유전자나 부모의 소득수준 등 인과관계를 따지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재산을 상속 받거나 아이들끼리 경쟁을 할 때 부모가 일정 수준 이상 개입하는 것을 법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정 교수는 "아들이 조교수도 되기 전에 세계에 이름 났다"며 자식의 출중함을 극찬했지만, 아버지가 똑같은 분야에 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것은 그렇지 않은 다른 의대생들이 보기엔 이미 굉장한 특혜였을 것입니다.

아주대병원 측은 통화 사흘 뒤인 지난 5일 논문과 교수 품위손상 관련해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참외밭에서는 신을 고쳐신지 않고, 배 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매지 않는다"는 말도 있죠. 자식이 같은 분야에 있다면 영향을 주는 건 물론 언행도 더 조심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또, 이들의 소속 기관 역시 조금이라도 오해의 소지가 있으면 최대한 의혹이 남지 않도록 이를 선제적으로 감시하고 조사할 의무가 있는게 맞습니다. 비록 교수님이 개인의 SNS에 사적으로 올린 내용이더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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