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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취재]'후루룩' 제철 굴의 그늘, 껍데기의 역습.txt

입력 2021-02-24 15:22 수정 2021-02-24 15:48

[기동취재]'후루룩' 제철 굴의 그늘, 껍데기의 역습.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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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취재]'후루룩' 제철 굴의 그늘, 껍데기의 역습.txt

"따악, 딱딱딱, 풍덩"

경남 통영의 새벽을 알리는 소리입니다. 고무장갑을 낀 손들이 바쁘게 움직입니다. 해가 뜨기도 전인 새벽 3시, 굴 박신장(굴 껍데기를 까는 작업장)에선 수십 명의 작업자가 모여 굴을 깝니다. 딱딱한 굴을 반으로 갈라 알맹이를 빼내 씻으면 식탁 위로 갈 준비를 마친 겁니다. 컨베이어 벨트 아래로는 굴 껍데기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내립니다.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30만 톤의 굴이 생산됩니다.

 
박신장에서 작업자들이 굴을 까는 작업을 하고 있다. 〈JTBC 뉴스룸 캡처〉박신장에서 작업자들이 굴을 까는 작업을 하고 있다. 〈JTBC 뉴스룸 캡처〉

식탁 위에서만 굴을 만나는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지만, 굴을 재배하는 지역에서는 매년 발생하는 껍데기에 골머리를 앓습니다. JTBC 밀착카메라 취채진은 '굴의 성지' 통영을 찾았습니다. 통영시 용남면에 들어서자마자 굴 껍데기 언덕이 보입니다. 사방이 껍데기 천지라 냄새도 많이 난다고 합니다. 한 주민은 "냄새 때문에 동네가 동네가 아니야"라고 했습니다.

 
컨베이어벨트 위로 굴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JTBC 뉴스룸 캡처〉컨베이어벨트 위로 굴이 쏟아져 내리고 있다. 〈JTBC 뉴스룸 캡처〉

알굴을 골라내고 나면 껍데기가 남습니다. 굴은 무게의 90%가 껍데기입니다. 매년 굴이 30만 톤 생산되니 해마다 27~28만 톤의 껍데기가 쌓이는 걸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 껍데기들 어떻게 처리될까요.

①비료·사료화

통영시에선 매년 10만 톤의 껍데기를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중 절반은 비료·사료화 합니다. 껍데기를 건조하고 염분을 제거하면 비료와 사료로 재가공이 가능합니다. 껍데기는 대부분 칼슘과 석회로 이뤄져 있습니다. 토양을 중성화할 수 있고, 닭에게 사료로 주면 칼슘 덕분에 알이 단단해진다고 합니다.

 
굴 껍데기를 재활용해 만든 칼슘 사료. 〈JTBC 뉴스룸 캡처〉굴 껍데기를 재활용해 만든 칼슘 사료. 〈JTBC 뉴스룸 캡처〉

하지만 수출은 어렵습니다. 껍데기가 사업장폐기물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원자재가 폐기물이라 수입하는 나라에서 꺼리는 겁니다. 해외 수출을 시도했던 박세웅 한국패화석자원재활용협회 회장은 "폐기물관리법에 적용되니까 인도네시아, 중국이 안 받으려고 하는 거야. 폐기물이니까"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문제는 농민들은 이런 비료와 사료를 쓰길 꺼린다는 겁니다. 통영시청 관계자는 "점점 비료 수요가 줄어왔다. 농사하시는 분들이 패화석 비료보다 원래 쓰던 비료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했습니다. 수요가 줄다 보니 껍데기는 공장에 쌓여만 갑니다. 경남농업기술원은 "염분 적은 양으로는 토양에 들어가서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걱정 안 하셔도 된다"라고 밝혔습니다. 농민들 오해에서 비롯됐단 입장입니다.

②해양 배출

절반은 동해 정해역에 버려집니다. 껍데기를 갈아서 바다에 버리는 방법으로 처리합니다. 하지만 예산이 문제입니다. 껍데기를 비료화하는 데에는 톤당 2만 원이 들지만, 해양 투기는 이것의 세배인 6만 원이 듭니다. 단순 계산으로 5만 톤의 껍데기를 처리하기 위해서 약 3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어야 합니다. 통영시청 관계자는 "예산이 많이 들다 보니까 계속할 수는 없고 많이 곤란하다"라며 답답해했습니다. 장기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는 겁니다.

 
굴 껍데기가 산처럼 쌓여있다. 〈JTBC 뉴스룸 캡처〉굴 껍데기가 산처럼 쌓여있다. 〈JTBC 뉴스룸 캡처〉

통영시에서는 이번 굴 철이 끝나는 4월 경 껍데기가 얼마나 쌓였는지 전수 조사에 나설 계획입니다. 껍데기가 얼마나 쌓여있는지 파악하는 게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는 이유에서 입니다. 통영시청 관계자는 "대략 10만 톤 정도 쌓인 걸로 아는데,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4월 넘어서 조사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굴 껍데기가 잔뜩 쌓여있다. 〈JTBC 뉴스룸 캡처〉굴 껍데기가 잔뜩 쌓여있다. 〈JTBC 뉴스룸 캡처〉

경상남도와 통영시는 올해까지 말 껍데기 자원화 시설을 착공할 계획입니다. 껍데기로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황산화물 등을 제거하는 원료를 만드는 시설입니다. 지자체는 연간 10만 톤을 처리할 수 있을 걸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만들어지는 시설인 만큼 기대 반 걱정 반인 건 사실입니다. 이 시설의 경제성이 입증된다면 굴 재배 지역 주민들은 한숨 돌릴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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