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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이럴거면 뭐하러 만들어" 줄줄 새는 공동현관 비밀번호

입력 2021-04-26 14:12 수정 2021-04-26 15:39

택배 상자·현관 옆 비밀번호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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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상자·현관 옆 비밀번호가 위험하다

지난 2월 공동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금품을 훔친 20대가 문을 열고 들어가는 모습〈영상=경기남부경찰청 제공〉지난 2월 공동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금품을 훔친 20대가 문을 열고 들어가는 모습〈영상=경기남부경찰청 제공〉
지난 2월 20대 남성이 다세대 주택 앞에서 서성이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습니다. 무언가를 입력하더니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갑니다. 이곳저곳을 돌며 택배 상자를 들고나온 이 남성, 지하 주차장을 통해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경기 수원중부경찰서는 수원시 일대 다세대 주택을 돌며 총 18차례에 걸쳐 가전제품과 귀금속 등 550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 20대 남성 A 씨를 구속했습니다. 수원중부경찰서 강력팀 오성택 경사는 “현관 비밀번호가 쓰여 있는 곳을 찾아 들어가 되팔 수 있는 비싼 물건을 훔친 수법”이라며 “세대원끼리만 비밀번호를 공유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우리의 개인정보들, 여기저기 노출되고 있습니다. 특히 공동으로 드나드는 문의 비밀번호는 한 번 노출되면 같이 사는 이웃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습니다. JTBC 밀착카메라팀은 공동 현관문 비밀번호 노출 사례를 취재했습니다.

▶관련기사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01489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운송장이 붙은 채 버려진 택배 상자들〈사진=JTBC 뉴스룸 캡처〉운송장이 붙은 채 버려진 택배 상자들〈사진=JTBC 뉴스룸 캡처〉


①택배 상자 위 운송장, 반드시 떼고 버려야

택배 운송장엔 개인정보가 가득합니다. 물건을 주문할 때 편의를 위해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배송 메시지에 입력하기도 하는데 운송장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습니다. 코로나 19사태로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택배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개인정보 노출 가능성은 더 커졌습니다. 택배를 주문할 때 이름을 바꾼다는 한 시민은 “운송장을 떼서 버리지 않으면 다른 이웃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①운송장은 찢어서 버린다 ②소독제를 사용해 닦은 뒤 버리면 좋다〈사진=JTBC 뉴스룸 캡처〉①운송장은 찢어서 버린다 ②소독제를 사용해 닦은 뒤 버리면 좋다〈사진=JTBC 뉴스룸 캡처〉
편의를 위해 비밀번호를 써놓을 순 있습니다. 그래서 버리는 게 중요합니다. 운송장을 떼서 찢어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는 게 일반적입니다. 유성펜으로 지운 뒤 찢어버리면 더 확실합니다. 에탄올이나 물파스로 지우라곤 하지만 번거롭고 집에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땐 손 소독제를 활용하면 쉽고 깨끗하게 지워집니다.

②공동현관문 옆에 웬 숫자?

공동 현관문 옆에 작은 숫자가 쓰여 있습니다. 기자가 이 숫자를 한 다세대 주택의 도어록에 입력해보자 그대로 문이 열렸습니다. 현관 비밀번호였습니다. 취재진은 전단지를 들고 다세대 주택을 드나드는 한 남성을 만났습니다. 이 남성은 “택배 기사들이 문 옆 마감재에 써놓는 번호를 보고 드나든다”고 했습니다. 세대원만 출입할 수 있는 문에 아무나 출입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공동 현관 벽에 숫자가 지워진 모습〈사진=JTBC 뉴스룸 캡처〉공동 현관 벽에 숫자가 지워진 모습〈사진=JTBC 뉴스룸 캡처〉
서울 한 다세대 주택의 관리인은 “택배 기사들이 써놓는 것 같다”며 문 옆 숫자를 지웠습니다. 한 택배 노동자는 “요즘은 많이 지우고 하기는 하는데 적어 놓는 게 택배 기사들 일상이 됐다”고 했습니다. 택배나 배달 노동자들이 편의를 위해 써놓는 것일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배달이 많아지면서 생긴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주에 버릴 택배 상자 위 운송장 혹시 떼서 버리셨나요. 다세대 주택에 살고 계신다면, 지금 바로 나가서 공동현관문 옆 벽이나 귀퉁이에 숫자가 쓰여 있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모두의 비밀번호가 새 나갈 수 있습니다. 귀찮을수록 더 신경 써야 할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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