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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안구단] 대북 제재 완화? 이때 터진 북한 '글폭탄'의 속내는

입력 2021-09-06 17:40 수정 2021-09-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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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온라인 기사 [외안구단]에서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알찬 취재력을 발휘해 '뉴스의 맥(脈)'을 짚어드립니다.

북한이 미묘한 시기에 미국을 향해 '글폭탄'을 쏟아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인종차별, 군사훈련 등을 걸고 넘어지며 미국을 맹비난한 건데요. 공교롭게도 대북 제재가 완화될 가능성도 거론되는 때입니다. 북한이 이걸 노리고 여론전을 펴고 있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옵니다.

■북, 미국에 '글폭탄'…“아프간 사태, 미국 약탈의 필연적 결과”

북한 외무성은 어제(5일)와 오늘(6일) 이틀 동안 미국을 비판하는 게시글 5개나 올리면서 미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했습니다. 대개 일주일에 한 두 번 대미 비난글을 올리던 걸 감안하면 확실히 이례적입니다.

북한 외무성이 지난 5일 홈페이지에 올린 대미 공세글. 〈사진=북한 외무성 홈페이지 캡처〉북한 외무성이 지난 5일 홈페이지에 올린 대미 공세글. 〈사진=북한 외무성 홈페이지 캡처〉
우선 어제(5일) 올라온 글들을 볼까요. '인권의 간판 밑에 감행되는 미국의 내정간섭 행위'라는 제목의 글에선 “국제사회는 이미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통하여 미국이 인권과 민주주의의 파괴자라는 것을 더욱 똑똑히 알게 되었다”며 “다른 나라들에 대한 내정 간섭 행위를 당장 걷어치워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국의 패배는 역사의 필연'이라는 글에선 뉴욕타임스 기고문까지 끌어와 미군 철군을 조롱했습니다. “미국은 자기가 건설한 정부가 얼마나 허무한 지 이해하지 못했다”는 미국 전문가의 평가를 인용한 뒤 “아프간 사태는 미국이 역사적으로 자행해 온 침략과 약탈 정책이 낳은 필연적 결과”라고 규정했습니다.

■증오범죄 두곤 “미국의 난치성 질병·악성 종양”

외무성은 최근 문제가 된 미국 내 아시아계 증오범죄를 파고들기도 했습니다. '미국 사회의 악성종양-인종차별행위'라는 글에서 “인간증오 사상과 인종차별 행위는 영원히 치유될 수 없는 미국의 난치성 질병, 악성종양으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북한 외무성이 지난 5일 홈페이지에 올린 대미 공세글. 〈사진=북한 외무성 홈페이지 캡처〉북한 외무성이 지난 5일 홈페이지에 올린 대미 공세글. 〈사진=북한 외무성 홈페이지 캡처〉

오늘(6일)은 북·중 밀착 구도를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퍼시픽 아이언 2021', '탤리스먼 세이버', 'LSE 2021', '말라바르 2021' 등 최근 미국이 진행한 연합훈련을 일일이 거론하며 “미국의 군사적 책동은 중국의 강한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말이지요.

■“중·러와 보조 맞추며”…제재 완화 노린 여론전

공교롭게도 이 시기에 북한이 미국을 깎아내리면서 여론전을 펴는 속내는 뭘까요.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일종의 심리전을 통해 미국 사회의 문제점, 나아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문제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라며 “러시아, 중국과 보조를 맞추면서 제재 완화의 명분을 쌓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은 지난 4일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대북 제재 문제가 다시 제기됐다”며 “제재 완화와 관련해 상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해 11월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해 11월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달 6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가역조항'을 조속히 가동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다시 조명 받고 있습니다. 이른바 '스냅백'으로 불리는 가역조항은 제재를 완화하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제재를 되돌리는 걸 뜻합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앞장 서 제재 완화의 운을 띄웠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키 쥔 미국은?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대북 제재 완화의 키를 쥔 미국의 입장은 어떨까요. 일단 제재 유지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곤 있습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지난 2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북한의 인도주의 상황을 제재 탓으로 돌리는 건 북한의 악의적 행동과 책임에서 주의를 돌리려는 호도 전술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8월 23일 서울 중구 호텔 더 플라자에서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마치고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8월 23일 서울 중구 호텔 더 플라자에서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마치고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렇다고 변화의 조짐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닙니다. 지난 6월 방한 때만 해도 강경한 입장을 보이던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지난 달 방한 때 미묘한 온도 차를 보였습니다. 대북 제재를 완화할 가능성을 다시 묻자 “모든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상당한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습니다.

신범철 센터장은 “제재 완화 가능성을 열어놓는 수준에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게 미국의 입장”이라며 “하지만 미국이 선제적으로 제재 완화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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