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박상욱의 기후 1.5] 폭염과 폭우, 정반대 같은 둘 사이 공통점은? (상)

입력 2022-07-04 09:00 수정 2022-07-04 09:11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38)

그래픽으로 보는 기후위기
WMO(세계기상기구) <2021 글로벌 기후 현황 보고서> 발표
자꾸만 달궈지는 지구…2021년 기후변화 관련 신기록 '4관왕'
전 세계 기후변화 '악화일로'…그 중 '더 최악 상황'에 빠진 아시아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38)

그래픽으로 보는 기후위기
WMO(세계기상기구) <2021 글로벌 기후 현황 보고서> 발표
자꾸만 달궈지는 지구…2021년 기후변화 관련 신기록 '4관왕'
전 세계 기후변화 '악화일로'…그 중 '더 최악 상황'에 빠진 아시아

올 여름, 심상치 않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처럼의 장마로 구름도 많고, 비도 쏟아지면서 '역대급 폭염까지는 아닐 것'이라는 착각을 부르기 십상이었으나… 벌써부터 각종 기록들이 세워졌죠. 더위와 관련해 6월이 남긴 기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폭염과 폭우, 정반대 같은 둘 사이 공통점은? (상)
수도권과 강원, 충청, 호남을 중심으로 '가장 이른 열대야'의 기록이 올해 깨져버렸습니다. '역대급' 일 최고기온 기록이 경신된 곳만도 전국 96개 관측지점 가운데 40곳에 달했습니다. 일 최고기온 역대 1위 기록이 이번에 깨진 곳도 8곳에 이릅니다. 올해 6월은 하루중 가장 낮은 기온인 '일 최저기온'이 가장 높았던 6월이기도 했습니다. 96곳 가운데 84곳에서 일 최저기온 역대 최고 기록(6월 기준)이 경신됐죠. 6월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평균기온 역시 84곳에서 '올해가 역대 5위'에 들 만큼 뜨거웠습니다. 6월 중 일 최고기온 기록 역시 전국 96곳 중 59곳에서 역대 최고 기록이 새로 쓰였습니다.

이런 온난화의 추세는 비단 한반도만의 일이 아닙니다. WMO(세계기상기구)가 지난달 〈2021 글로벌 기후 현황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말 그대로, 그간 지구에서 확인된 기후변화의 '실황'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그 내용은 우리의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WMO는 바쁜 일상에 쫓겨 우리의 주변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미처 느끼지 못했던 부분들을 짚어줬습니다. 이번 주 [박상욱의 기후 1.5]에선 이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그래픽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폭염과 폭우, 정반대 같은 둘 사이 공통점은? (상)
우선,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살펴볼 수 있는 지표 4가지가 모두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전 지구 온실가스 농도도, 해수온과 해양 열용량도, 해수면의 상승 정도도, 바닷물의 산성도도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폭염과 폭우, 정반대 같은 둘 사이 공통점은? (상)
먼저 기온입니다. 2021년, 지구의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1℃ 높았습니다. 국제사회가 만장일치로 동의한 '마지노선' 1.5℃까지 불과 0.4℃밖에 남지 않은 겁니다. 팬데믹으로 인한 경기 침체로 경제활동이 줄어들었음에도 지구는 끊임없이 달궈지고 있었습니다. 독일의 연구기관 MCC(Mercator Research Institute on Global Commons and Climate Change)의 계산대로라면, 2029년 이맘때쯤,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를 넘어서게 됩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폭염과 폭우, 정반대 같은 둘 사이 공통점은? (상)
이처럼 지구가 달궈졌을 때, 가장 먼저 찾아보게 되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바로, 북극 해빙의 면적입니다. 1980년 754만㎢였던 해빙은 2021년 472만㎢로 쪼그라들었습니다. 덥혀진 대기와 바닷물에 녹아버린 겁니다. 10년 평균 13%씩 줄어들고 있는 셈이죠. 그나마 다행이라면, 역대 최저기록은 여전히 2012년(339만㎢)이 보유 중이라는 겁니다. 그로 인해 올해 2월 기준, 해수면의 높이는 30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 사이 10cm 넘게 높아졌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많은 이들은 여전히 '그거, 북극곰 살 곳 없다는 이야기 아니냐', '수십 년째 매번 하는 소리다', '우리나라는 별 상관없다'고들 생각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WMO는 지역별로도 기후변화 현황을 살펴봤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폭염과 폭우, 정반대 같은 둘 사이 공통점은? (상)
우리나라가 포함된 아시아 지역은 전 세계에서 손꼽힐 만큼 상황이 안 좋은 지역이었습니다. 기온도, 강수량도, 해수온도, 해수면 상승도, 해양 열용량도… 전부 '세계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습니다. 앙상하게 뼈만 남은 북극곰을, 갑작스러운 폭염과 홍수, 산불 피해를 입은 유럽이나 호주, 미국을 걱정할 일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부터 걱정해야 하는 것이죠.

 
[박상욱의 기후 1.5] 폭염과 폭우, 정반대 같은 둘 사이 공통점은? (상)
2020년 기준, 아시아 지역의 평균기온은 최근 30년(1981~2010년) 평균 대비 무려 1.42℃ 올랐습니다. 역대 최고입니다. 측정 기관에 따라 조금씩 그 값에 차이가 있었는데요, 유럽 ERA-5 측정값으로는 1.55℃나 올랐습니다. '산업화 이전 대비'가 아닌 '최근 30년 대비'입니다. 특히, 만년설이나 영구 동토층 등으로 '추운 지역'의 대명사인 시베리아의 경우, 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보다 무려 5℃나 더 달궈졌습니다. 지구가 무섭게 달아오르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아시아는 매우 빠른 속도로 뜨거워지는 중인 겁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폭염과 폭우, 정반대 같은 둘 사이 공통점은? (상)
아시아 중에서도 한중일 3개국이 속한 '동아시아 몬순 지역'의 강수량은 최근 30년 대비 190~200%로 배에 달했습니다. 문제는, 강수량이 1년 365일 고르게 늘어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가물 때는 가물고, 비가 쏟아질 땐 엄청난 양이 쏟아진 것이죠. 04학번 대학생이 30대 중반이 되기까지 해마다 평균적으로 겪었던 집중호우의 빈도는 1960년생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경험했던 것의 5배에 달했죠.

반면, 비옥한 땅과 풍족한 강수량으로 문명의 발원지였던 메소포타미아 지역과 아라비아 반도, 중앙아시아 산간지방 등의 경우는 심각한 가뭄에 시달렸습니다. 2020년 강수량이 과거 30년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였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폭염과 폭우, 정반대 같은 둘 사이 공통점은? (상)
2021년, 전 지구 해수온이 역대 최고 온도를 기록한 가운데 2020년 아시아 지역의 바다는 그보다 더 뜨거워졌습니다. 특히, 한반도 인근의 쿠로시오 해류와 세계에서 '차가운 바다'로 손꼽히는 남랍테프해, 아라비아해, 남배런해 등의 경우, 해수온 상승률이 전 지구 평균의 5배에 달했습니다. 해수면의 경우, 1993~2020년 전 지구 해수면 상승 속도가 연평균 3mm였던 것에 반해 북인도양과 북서태평양의 경우 그 속도가 무려 3.7mm/yr, 3.68mm/yr에 달했습니다. 또한, 이 기간 쿠로시오 해류와아라비아해의 해양 열용량 증가 속도는 전 지구 평균의 3배에 달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폭염과 폭우, 정반대 같은 둘 사이 공통점은? (상)
그런 만큼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과 피해는 엄청났습니다. 지난 2020년 남아시아에서 가뭄이나 폭우, 홍수 등으로 영양 부족을 겪은 사람의 수만도 3억명이 넘었습니다. 남아시아와 서아시아에서 그 해 영양 부족을 겪은 사람의 수가 미국 인구보다도 많은 셈입니다. 동남아시아에서 영양 부족을 겪은 사람의 수는 우리나라 인구에 맞먹을 정도입니다. 기후변화로 살 곳과 일터를 잃어버린 이들도 넘쳐났습니다. 사이클론 암판으로 무려 490만명이 이주해야만 했고, 태풍 몰라베로 130만명의 이주자가 발생했습니다. 그 밖의 사이클론이나 태풍, 몬순이나 홍수 등으로 최소 400만명이 살던 곳을 떠났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에 대한 거리감은 이렇게 북극곰에서 아시아 인구로 좁혀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한중일은 괜찮은가보네'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시아 지역의 선도국가로써 경제와 기술, 인프라 등에 있어 달라지는 기후와 그로 인한 극한 기상 현상에 다른 나라보다 좀 더 유연히 대응할 수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가진 것이 많다는 것은 곧 '잃을 것 또한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폭염과 폭우, 정반대 같은 둘 사이 공통점은? (상)
지난 2020년,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 기상 현상으로 발생한 사회경제적 피해액은 수천억달러에 달합니다. 피해규모Top 5는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러시아 순이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 현상'에만 국한했음에도 중국의 한 해 피해규모는 무려 2379억 7100만달러에 달했습니다. 우리 돈으로 310조원이 넘습니다. 일본의 피해액 역시 833억 5천만달러로 매우 컸습니다. 이 둘 보다는 적습니다만, 우리나라의 피해액도 242억 7900만달러로 31조원이 넘습니다. 이래도 '기후변화는 북극곰의 일', '기후변화는 일부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일'일까요.

 
[박상욱의 기후 1.5] 폭염과 폭우, 정반대 같은 둘 사이 공통점은? (상)
지구의 기후변화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이번 보고서를 발간한 WMO와 UN의 수장은 모두 깊은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이 보고서에 “기후붕괴 문제 해결에 실패한 인류에 대한 암담한 내용이 담겼다”며 “화석연료의 종말을 선언하고,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좀 더 세부적인 경고를 했습니다. 그는 “해수면 및 해수온 상승, 해양 산성화는 향후 수백 년 동안 계속될 것이고, 일부 빙하는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이미 20억 인구가 물부족을 겪는 가운데, 이러한 열악한 상황은 전 세계에 걸쳐 장기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암울한 현실은 앞으로의 전망 역시 어둡게 만듭니다. 한 번 뿜어져 나오면 수백년 동안 대기중에 머무는 이산화탄소는 앞으로도 계속 우리의 발목을 붙잡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음 주 [박상욱의 기후 1.5]에선 우리나라에서 올해 갈아치워진 각종 '역대급 기록'과 앞으로의 한반도 강수 전망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폭염과 폭우, 정반대 같은 둘 사이 공통점은? (상)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