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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코로나 시대 '플랫폼 노동'의 이면

입력 2020-06-04 21:56 수정 2020-06-04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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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 특유의 초스피드 배달은 요즘 코로나19 시대에 더 빛을 발하고 있지요. 배달시키는 사람들이 많아진 만큼 배달 일을 해서 먹고 사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대부분은 플랫폼 노동자입니다. 어디 속해서 쭉 일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을 때 그때그때 일을 구하는 식인데요. 아르바이트라고 하기도 그렇고 자영업자긴 하지만 좀 애매한 이들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봤습니다.

오늘(4일) 밀착카메라는 이 일을 직접 하고 온 연지환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자]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다음 날 아침이면 받아볼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만큼 편리해지기도 했지만, 그 뒷면에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직접 플랫폼 노동의 한 형태인 택배 배송을 해보겠습니다.

절차는 간단합니다.

앱에서 원하는 지역을 고르고 신청합니다.

매일 계약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확정되면 창고로 향합니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플랫폼 노동자의 도움으로 배송 일을 해봤습니다.

오늘 새벽 제가 날라야 할 물품들이 차량 뒷좌석과 트렁크에 잔뜩 쌓여있습니다.

배송하기 편하게 동선별로 분류를 해 놓았는데요.

포장 재질과 시간에 따라서 단가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오늘은 상자와 비닐 모두 약 1000원입니다.

이제 출발해보겠습니다.

장갑을 끼고, 안전 수칙을 지켜 운전했습니다.

시작부터 난관입니다.

아파트는 들어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몇 호야, 여기. (비밀번호를 확인해 주십시오.) 뭐야.]

간신히 도착해도 일일이 사진을 찍어야 합니다.

알아도 들어가기 쉽지 않습니다.

[입구가 여기네. (취소.)]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일이 반복됩니다.

[아, 저기 뒤편.]

지번 주소 찾긴 더 어렵습니다.

길을 못 찾아 헤맵니다.

[벨 눌러야 하나. 아 여긴가. 아 여기다.]

골목은 주차도 힘듭니다.

기름값도 직접 내야 합니다.

새벽 1시 반에 시작한 일, 금세 세 시간이 지났습니다.

택배를 모두 완료했습니다.

지금 시간이 약 새벽 4시 반이니까, 세 시간 동안 15개 택배를 배달한 건데요.

시급으로 따지면 5000원 번 셈입니다.

낮에도 일은 계속됩니다.

직접 고용돼 일하는 택배 노동자들과 똑같이 일합니다.

[여기 207호 쪽은 어디로 가야 해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일거리를 중개하거나 거래하는 플랫폼 노동.

기업은 빠르게 인력 수급이 가능하고, 노동자들은 한 기업에 속해 있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형태로 일하는 사람들은 50만 명이 넘은 걸로 조사됐습니다.

겉보기엔 서로 좋아 보이지만 부작용이 있습니다.

[A씨/택배 플랫폼 노동자 : 당일 취소가 돼요. 10시에 가야 하는데 아침 8시, 9시에 연락이 와요. 그러면 그 하루는 뭔가를 예약해서 잡아야 되는데.]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과연 어디에 속하냔 문제도 있습니다.

[B씨/택배 플랫폼 노동자 : 어떻게 보면 저희는 노동자에 가까운 자영업자.]

[C씨/택배 플랫폼 노동자 : 신청해서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분들의 법칙에 의해서 움직이는 사람이니까. 자영업자는 아니죠.]

노동법상 노동자가 아닙니다.

자영업자로 분류돼 문제가 생기면 오롯이 홀로 책임져야 합니다.

[D씨/택배 플랫폼 노동자 : 차 미끄러져서 견적이 230 얼마 나갔어요. 찍히면 물량 안 내주고 그런 생각도 있어서 그냥 저 혼자 자차 처리한 거죠.]

하지만 힘든 점도, 하는 일도 일반 노동자와 같습니다.

[C씨/택배 플랫폼 노동자 : 여자들은 좀 다른 차로부터 그다지 고운 시선이 아니어서 위협적인 운전, 그런 경우 있어요.]

업체에 을일 수밖에 없는 이유도 있다고 합니다.

[D씨/택배 플랫폼 노동자 : 불만 한 번 제기했다고. 그냥 3개월, 3개월 정지 한 번 때리고.]

[B씨/택배 플랫폼 노동자 : 현장에 직접 들어가서는 그쪽에서 원하는 대로 저희한테 지시하는 대로 해야 하다 보니까.]

이런 노동 형태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방강수/한양대 공익소수자인권센터 연구원 : 회사로부터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지휘 감독을 받으면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근로자로 보는 게 맞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병태/KAIST 경영대학 교수 :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들은 정규직으로 일하는 게 아니에요. 계약관계에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법적으로는 근로자가 아니죠. 실제로는 근로를 하지만.]

코로나가 변화시킨 시대, 물류 산업은 플랫폼 형태로 점점 진화하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일자리, 언뜻 자유로워 보이지만 고용되기 쉽다는 건 그만큼 사람이 쉬워진다는 뜻이기도 할 겁니다.

이것이 나를 먹고살게 하는 직업인데 최소한의 보장마저 없다면, 또 다른 악순환을 만들고 있는 것 아닐까요.

(VJ : 최진 / 인턴기자 : 이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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