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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망상·환각과 싸우는데…'복지 사각지대' 놓인 노인

입력 2022-05-30 20:30 수정 2022-05-30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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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30 제곱미터 남짓 방에 홀로 사는 한 할머니가 걱정이 된다는 이웃들이 있습니다. 가족과 떨어져서 4년 동안 정신질환을 앓아왔지만, 제대로 된 병원 치료도 받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할머니 목소리는 이웃집에서도 들릴 정도입니다.

[할머니 : 어디 약물을 뿌리나. 이게 물이야? 약물이지.]

할머니가 이 집에서 지낸 지 1년 7개월째.

[집주인 : (아무도 없는데) 자꾸 대화하고 싸우고 말이 안 통하고.]

이따금 이웃들을 경찰에 신고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주민들은 할머니 걱정이 앞섭니다.

[주민 : 피해는 감수해야지. 이웃이니까. 조용하면 무서워. '할머니 식사는 하셨습니까. 그냥 인사나 하러 들렀습니다' 계속 들여다봐야…]

할머니가 혼자 살기 시작한 건 4년 전입니다.

당시 살던 집에서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부동산중개인 : 지하도 없는데 지하에 늘 무슨 소리가 들린다고 그러고.]

가족에게도 사정이 있어 경제적으로는 돕고 있지만 함께 살지는 못하는 상황.

할머니를 만나봤습니다.

[할머니 : 문 열어드리겠습니다. 들어오세요. (어머니 날씨가 덥지는 않으세요?) 그런대로 견딥니다. (식사하셨어요?) 네.]

할머니는 망상과 환각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할머니 : 내가 들은 소리는 여자들 비명이야.]

가족과 떨어져 살게 된 이유를 이야기하지만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할머니 : 이때까지 로또 1등을 한 게 4번. (당첨금은 어떻게 하셨어요?) (가족들이) 다 가지고 갔어요.]

전문기관 조사 결과, 할머니는 집중관리가 필요한 고위험군에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당장은 치료가 어렵습니다.

[행정복지센터 : 자해, 타해 위협이나 그런 부분이 아니면 강제입원이 불가능하거든요. (할머니께서 병원 가는 것을 꺼리거나 거부하면…) 가족 동의가 있으면 가능하죠.]

[정신건강복지센터 : 경찰에 의한 응급 입원도 있고 지자체에 의한 행정 입원, 강제 입원 조치를 할 수 있는 치료제도가 있는데 모두 할 수 없는 사례예요.]

결국 할머니가 직접 나서거나 가족이 해야 하는 겁니다.

취재진의 설득 끝에 할머니는 지자체의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할머니 : 마음이 좋지. 나라에서 보살핀다고 나와줬는데 내가 해주는 것도 예의고. (저와 대화하는 건 즐거우셨어요? 괜찮으셨어요?) 그럼요. 환영합니다.]

정부가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제2, 제3의 할머니들을 찾아내는 건 여전히 어려운 일입니다.

[주민 : 내가 시끄러워서 피해를 받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저 할머니가 어떻게 관리될 것인가가 더 중요하지.]

밀착카메라 이상엽입니다.

(VJ : 김대현 / 인턴기자 : 최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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