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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하준이법' 1년…경사로 고임목은 여전히 없었다

입력 2021-07-02 20:16 수정 2021-07-02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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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비탈진 곳에 차를 댈 때, 반드시 '고임목'을 세워두게 한 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됐습니다. 잘 지켜지고 있을지, 밀착카메라가 둘러봤습니다. 직접 보시겠습니다.

이희령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성남의 한 가파른 비탈길입니다.

걷기도 쉽지 않은 곳, 차들이 주차돼 있습니다.

하지만 고임목을 댄 차가 없습니다.

[장선희/경기 성남시 : 다칠 위험이 있으니까 너무너무 불안하죠, 저런 데는. (한 번은 차가 미끄러져서) 차주분께서 '어떡해, 어떡해' 하시면서 당황하는 것도 봤어요.]

이 길은 사람들이 걸어내려갈 때도 조심하게 될 만큼 경사가 급합니다.

그 옆엔 주차된 차들도 보이는데요.

사고를 막기 위해서 경사진 곳에선 이런 고임목을 대도록 하는, 이른바 '하준이법'이 마련됐습니다.

법이 시행된 지 1년, 지금은 제대로 정착됐을지 현장을 한 번 둘러보겠습니다.

이번엔 경사진 노상 주차장, 주차제동 장치와 고임목을 써 달라는 현수막도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주차공간에 설치된 고임목의 위치가 이상합니다.

이곳 주차장도 경사로에 설치돼 있어서 바닥에 보면 경사로를 주의하라고 써 있습니다.

이쪽에 잠깐 와 보면, 고정형 고임목이 설치는 돼 있는데요.

이렇게 주차 경계선과 맞닿아 있어서 차량과 떨어져 있습니다.

만약 차량이 미끄러져 내려올 경우 사람과 충분히 부딪칠 수 있고 제동도 쉽게 되지 않을 수 있는 겁니다.

그러면 잠깐 이쪽으로 와 볼까요.

이 고임목은 원래는 바닥에 고정이 돼 있어야 했는데요.

지금은 완전히 떨어져서 널브러져 있는 걸 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앞에는 나사 흔적만 남아 있는 상황이고요. 끝 부분은 아예 부서져 있기도 합니다.

주민들도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주민 : 저걸 왜 저렇게 했는지 모르겠어요. (고임목에 닿게 주차하면) 범퍼가 나오잖아요. (주차선) 안쪽에다 넣든지.]

[구청 관계자 : (고임목의 크기나 위치 등) 정해진 기준이라든지 그런 것도 모호한 상태고…]

다른 한 쪽은 아예 없습니다.

벽돌을 괴어둔 경우도 있지만,

[김한중/서울 망원동 : (고임목 하라는) 뉴스도 많이 봐서,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죠.]

없는 차가 대부분입니다.

[운전자 : 열이면 열, 고임목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없을걸요?]

이번엔 또 다른 주차장에 와 봤습니다.

안내 표지판에 고임목으로 차량을 고정하라고 돼 있습니다. 옆에 보니까 고임목 함도 있습니다. 고임목 함을 열어보니까 안에는 아무것도 없고 거미줄만 가득합니다.

[주차장 직원 : 구청에서 나와서 보충을 해놨더니 계속 없어지는 거야. 분실. 동네 사람들이 집어가. 몇십 개가 없어졌어요.]

고임목이 계속 사라지자 고정도 해놨지만 잘 쓰지 않습니다.

[주차장 직원 : 고임목 좀 부탁한다고 얘길 하는데, 만약에 차가 저쪽에 가 있으면 대놓고 가버리니까 (어쩔 수가 없죠.)]

먹다 남은 치킨이 버려진 곳도 있었습니다.

사실상 관리가 안되고 있는 겁니다.

운전자들의 변명.

[운전자 : 저는 (평소에) 사용하는 편이에요. 지금은 바로 나갈 거라 (안 썼어요.)]

[운전자 : 주차 기능을 믿고 있습니다. 버팀목 꺼냈다가 다시 넣어 놓기도 귀찮고…]

고임목이 없어도 괜찮다고 합니다.

정말 그럴까, 전문가와 실험해봤습니다.

경사로에 서 있는 스쿨버스, 주차브레이크를 채웠는데도 미끄러져 내려갑니다.

이번엔 고임목을 사용했습니다.

전혀 움직이지 않습니다.

평지처럼 보이는 곳인데, 변속기를 중립에 둔 자동차도 서서히 움직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경사가 있는 겁니다.

이번에도 고임목을 두니 차가 멈췄습니다.

[이호근/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 (주차브레이크는) 시간이 지나면서 그 브레이크의 제동력이 약해질 수 있거든요. 또 파킹에 놨다고 100% 안전한 것이 아니고 조그마한 이빨 하나가 간신히 잡아주는 거라 (고임목을 써야 합니다.)]

여전히 경사로엔 고임목 없이 주차된 차들이 많습니다. 인식 부족을 얘기하기엔, 이미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나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이젠 실천에 옮겨야 하지 않을까요.

(VJ : 서진형 / 영상그래픽 : 한영주 / 인턴기자 : 조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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