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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한국어학당, 강의 외 노동 급여 못 준다더니 "올해 강사임금은 코로나 위로금으로"

입력 2022-05-12 19:36

"선생님들의 무임노동 지켜볼 수만 없다"…강사들에 연대하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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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의 무임노동 지켜볼 수만 없다"…강사들에 연대하는 학생들

〈사진=JTBC〉〈사진=JTBC〉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 강사들이 어학당 정상화와 강사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는 가운데, 어학당 학생들도 강사들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채점이나 시험 감독에 대한 임금 못 받아' vs '이미 임금에 포함돼 있어'

문제는 강사들과 한국어학당의 입장 차이에서 시작됐습니다. 대학노조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 지부는 2년 전부터 시험 감독이나 과제 제출, 수업 전 회의 등 강의시간 외의 업무에 대해 급여를 받지 못했다며 어학당에 항의해왔습니다. 지난달 21일 노조는 더 이상의 강의 외의 노동을 거부한다는 공문을 어학당 측에 보냈습니다.

어학당 강사는 무기계약직이지만 시급을 받고 있습니다. 급여는 일반 대학 강사의 절반 수준으로 겸업도 불가능합니다. 김유진 강사는 “50분 동안의 강의시간을 빈틈없이 운영하기 위해선 몇 배의 시간을 투자해야 했지만 모두 무보수였다”고 말했습니다. 수업을 준비하고 학생들을 상담하는 시간에 대해선 보상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겁니다. 어학당은 “시험 채점이나 숙제 검사 등 모든 업무는 기존 임금에 포함된 노동”이라는 입장입니다.

노조와 어학당은 임금에 대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강사들은 강의 외 노동시간에 대한 급여를 지급하고 시급을 4천원 인상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어학당은 지난 10일 단체교섭에서 “지난해 임금은 동결하는 것으로 하고 올해 임금은 코로나19 위로금 형태로 지급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최수근 대학노조 연세대 한국어학당 지부장은 “코로나19 위로금으로 임금을 대신한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지만 얼마를 지급할 것인지도 말하지 않았다. 현행 임금 체계에 대한 명문화조차 거부하는 것”이라며 어학당을 비판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적자상태로 운영돼 즉시 임금 인상은 어렵다는 게 어학당 입장입니다.

어학당 측은 최근 “이번 봄학기 기말고사를 강사들을 제외한 온라인 시험으로 전환하겠다”고 공지했습니다. 또 “기존 중간고사 성적은 최종 성적에 반영하지 않겠다”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일부 강사들이 강의시간 외 업무를 거부한다며 중간고사 시험 성적을 입력하지 않았다고 이유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강사들은 어학당이 확인되지 않는 사실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또 “설사 중간고사 성적을 일부 입력하지 않았더라도 학생들의 성적 전체를 무효로 한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며 학생들에게 돌아갈 피해를 우려했습니다.

어학당은 최근 기말시험 직전 시험을 무감독 온라인 형식으로 바꾸겠다고 공지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어 말하기 평가가 빠졌습니다. 강사들은 이같은 방침이 강의시간 외 노동에 대한 임금을 지불하지 않으려는 어학당의 꼼수라고 보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평가 방식 변화로 외국인 학생들의 비자 문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에 어학당은 “말하기 시험 과목이 빠진 건 맞지만 학습권과 본원에 재학함으로서 획득하는 모든 제반사항에 있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JTBC〉〈사진=JTBC〉

학생들 “어학당 결정은 학생들 교육 무시하는 것”

미국 교포 1세대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이정아씨는 오늘 기자회견에 참여해 “연세대 어학당에서 3학기를 보내며 명문 대학의 어두운 이면을 보았다”며 “선생님들이 무임노동으로 학대받는 것을 알고도 어떻게 온전한 마음으로 수업을 듣겠냐”고 말했습니다.

학생들은 학생들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도 꼬집었습니다. 독일 출신 학생 뷔리엔 응우옌씨는 “말하기 시험을 보지 않겠다는 결정은 양질의 교육이 학교의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뷔리엔씨는 어학당이 새로운 결정사항을 한밤중 이메일로 통지하고도 이후 별다른 공지사항이 없었다며 “학생들은 준비 없이 새로운 시험 환경에 던져졌다”고 했습니다.

노조와 어학당은 다음주 월요일 다시 단체교섭에 나설 예정입니다. 최수근 지부장은 “어학당 수업과 평가방식 정당화를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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