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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엔 돼지만 남아"…계엄령에 유령 도시된 미얀마 민닷

입력 2021-06-16 15:16 수정 2021-06-1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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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서부도시 민닷 거리를 떠돌고 있는 돼지들. 〈사진=미얀마 나우〉미얀마 서부도시 민닷 거리를 떠돌고 있는 돼지들. 〈사진=미얀마 나우〉
“가게들도 모두 문을 닫았어요. 거리에 사람은 없고 개랑 돼지들만 있어요.”


현지매체 미얀마 나우(Myanmar Now)는 16일 서부 도시인 친주 민닷(Mindat)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익명 소식통은 “주민들은 모두 군부를 피해 피신을 갔기 때문에 돼지 등 가축들이 먹이를 찾기 위해 우리를 뛰쳐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한마디로 민닷이 '유령도시'가 됐다는 겁니다.

■ 계엄령 내려진 민닷, 주민들은 피신


 
계엄령이 내려진 민닷 병원 앞에 군인들. 〈사진=미얀마 나우〉계엄령이 내려진 민닷 병원 앞에 군인들. 〈사진=미얀마 나우〉

민닷 주민들이 집을 떠난 건 이 지역에 계엄령이 내려졌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14일 군부는 “안보 안정을 위해 행정권과 사법권을 (친주를 관할하는) 북서부 사령관에게 이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계엄령을 선포한 후 마을 병원 앞, 길거리 곳곳에 군인들까지 배치했죠.

계엄령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민닷 지역에서 정부군과 반군부 시민군이 충돌했기 때문인데요. 군부는 무장한 시민들이 사체 총을 들고 경찰서와 미얀마 국영은행 등을 공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정부군은 이에 맞서 민닷을 폭격했습니다. 정부군은 하루에만 헬리콥터 6대를 동원해 이 마을로 들어갔고, 중화기를 동원해 시민들을 공격했습니다.

전쟁과 다름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이 집을 떠나기로 결심한 겁니다. 민닷 주민들은 정글로 들어가 피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미얀마 나우는 민닷 주민 약 1만1000명 중 90%가 도시를 떠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 “식량·의약품 지원 절실”
 
계엄령이 내려진 후 정글로 피신해 살고 있는 민닷 주민들. 〈사진=미얀마 나우〉계엄령이 내려진 후 정글로 피신해 살고 있는 민닷 주민들. 〈사진=미얀마 나우〉


피난민들의 생활은 처참합니다. 현재 미얀마는 우기(6월~10월)로 비가 많이 오지만, 이들은 오로지 얇은 천막에 의지해 비를 피하고 있습니다. 한 구호단체 관계자는 “식량과 의복이 필요하다”며 “어린이, 임산부, 노인을 위한 의약품 지원도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는 군부가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29일 민닷 지역 내 교회·수도원을 임시 숙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 주민은 마을로 돌아가지 않고 정글 생활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군부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입니다.

한 마을 관계자는 미얀마 나우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민닷은 전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 중 한 곳입니다. 우리의 혁명이 성공하더라도 다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민닷 주민들이 모두 말살되기 전에 행동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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