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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삶 부정할 수 있나" 남과 여 사이, 경계를 두드리다

입력 2021-05-14 16:40 수정 2021-05-14 17:52

백상예술대상 연극상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
세상에서 분투하는 트랜스젠더 목소리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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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예술대상 연극상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
세상에서 분투하는 트랜스젠더 목소리 담아

"어떤 사람의 존재는 누군가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죠. 어떤 사람의 삶을 감히 부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나중에' 라는 합리화로 혐오와 차별을 방관하는 정권이 부끄러워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57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연극 부문 대상격인 백상연극상을 수상한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의 구자혜 연출가가 남긴 소감입니다. "부끄럽지도 않고 용기를 내고 싶어서 이 자리에 섰다"고 입을 뗀 구 연출은 "어떤 사람의 존재는 누군가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 말해 울림을 남겼습니다.

〈제57회 백상예술대상 백상연극상 수상 장면. 구자혜 연출가와 전박찬 배우〉〈제57회 백상예술대상 백상연극상 수상 장면. 구자혜 연출가와 전박찬 배우〉

연극 부문 남자 연기상도 이 작품에 출연한 배우 최순진에게 돌아갔습니다. 최 씨도 "어떤 누구도 어떤 인간 존재를 혐오하거나 차별할 수 없다"며 "누구나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 이 연극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어떤 인간 존재에게는 너무나 폭력적이고 불평등하다는 것을 조금 알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제57회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남자연기상을 수상한 배우 최순진〉〈제57회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남자연기상을 수상한 배우 최순진〉

두 사람은 함께 시상식 무대에 오르지 못한 작가 고(故) 이은용 씨를 기리고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 대본을 쓴 이 작가는 트렌스젠더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실험과 도전을 이어왔습니다. 사회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던 작가였기에, 지난 2월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은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구 연출은 이 작가를 "객석에 앉아있는 또 다른 트렌스젠더들의 삶에 마음을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라 기억했습니다. 이 작가는 생전 동아연극상을 받은 뒤 “트랜스젠더 작가로서 농담 같은 일들, 농담이 될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걸 말할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습니다.

  〈연극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의 한 장면. 출처=성북문화재단·여기는 당연히,극장〉 〈연극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의 한 장면. 출처=성북문화재단·여기는 당연히,극장〉
지난해 여름 미아리고개 예술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난 연극 '우리는 농담이 (아니)야'는 문과 두드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남자 아니면 여자라는 이분법으로 갈라진 사회, 그리고 그 경계에 있는 문을 계속 두드리는 존재인 트랜스젠더를 그린 겁니다.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분투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또 배리어프리(barrier-free) 공연으로 전 회차 수어 통역과 자막, 음성해설을 제공했습니다. 백상예술대상 심사위원은 "공연 형식을 통해서도 트랜스젠더, 논바이너리, 시스젠더, 농인, 청인, 시각장애인 등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연극, 그 어떤 몸도 '중심'이나 '기준'이 되지 않는 연극을 시도했다"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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