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이 잡혔는데, 훔쳐 간 금팔찌는 왜 못 돌려받습니까? 답답해 미칠 지경입니다."
경남 양산 남부동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는 지체 장애 3급 박 모 씨는 가슴을 치며 하소연했습니다.
취재진이 그의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사건은 지난해 9월 25일 오후 5시 20분쯤 일어났습니다.
고등학생 A 군이 박 씨의 금은방에 들어왔습니다.
선물용으로 디자인이 좋은 금팔찌를 사고 싶다며 팔찌를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박 씨는 A 군이 마음에 들어 하던 317만 원짜리(18K 12돈) 금팔찌를 건넸습니다.
A 군은 자신의 팔목에 차는가 싶더니 그대로 훔쳐 달아나고 말았습니다.
몸이 불편한 박 씨는 넋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112에 신고했습니다.
경남 양산 한 금은방에 금품을 훔치러 온 고등학생 A군(사진=피해자 제공) 그렇게 나흘이 흘렀고 A 군은 자수했습니다.
하지만 금팔찌는 이미 울산 한 금은방에 210만원에 팔린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절도 혐의로 A 군을 불구속 입건했고 지난해 11월,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피해자 박 씨에게는 우편으로 관련 내용을 통지했습니다.
박 씨는 범인이 잡혔으니 팔찌를 되돌려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환수까지 여러 절차가 있겠거니 하며 하루하루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5개월이 지나도록 경찰로부터 아무런 소식이 없었습니다.
A군이 팔목에 차고 달아난 317만원짜리 금팔찌(사진=피해자 제공) 결국 참다못해 양산경찰서를 찾아가 문의해야 했습니다.
답변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조사 결과, 울산 금은방 주인이 '장물'인 줄 몰랐고 당시 시세대로 사들여 업무상과실 장물취득죄 대상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팔찌를 회수할 수 없다는 것.
차라리 A 군의 부모에게 소송을 걸어 배상을 받는 게 합리적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박 씨는 도난당하고 마음고생 하고 소송까지 해야 한다는 이야기에 맥이 풀려버렸습니다.
경찰은 취재진의 질문에도 사법시스템상 경찰의 역할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범인을 검거하고 처벌의 과정을 벗어난 그 이상의 절차(피해품 회수 등)는 경찰이 나서기 어렵단 입장이었습니다.
다만, 피해자의 상심도 이해가 되는 만큼 박 씨의 가게를 직접 찾아 구체적인 수사상황을 다시 설명하고 대처 방안을 다각도로 안내하겠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