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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안구단]"'펜트하우스' 다 봤다…K팝 듣다 걸리면 돈 주고 무마"

입력 2021-07-02 17:50 수정 2021-07-02 18:04

탈북 청년이 전한 北 'MZ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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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청년이 전한 北 'MZ 세대'

*JTBC 온라인 기사 [외안구단]에서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알찬 취재력을 발휘해 '뉴스의 맥(脈)'을 짚어드립니다.

지난달 외신들이 잇따라 북한의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출생자)를 조명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K-POP을 '악성 암(vicious cancer)'이라고 규정하며 사상 단속에 들어갔다고 보도했습니다. BBC는 북한이 지난해 12월 제정한 것으로 알려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소개했습니다. 남측 영상물을 시청하거나 유포한 사람을 강하게 처벌하도록 한 법입니다.

JTBC의 전화 인터뷰 요청에 응한 탈북자 A씨(20대 중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청년들은 한국의 드라마와 음악을 발 빠르게 접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에서 드라마가 종영하면 곧바로 일주일 내에 북한에 들어간다고 들었습니다. 친구들이 드라마 '펜트하우스'도 끝까지 다 봤다고 하더군요. BTS 노래도 많이 듣는다고 합니다.”

 
북한 청년들이 즐겨 듣는다는 BTS의 '버터' 싱글 CD 이미지. 〈사진=연합뉴스〉북한 청년들이 즐겨 듣는다는 BTS의 '버터' 싱글 CD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로 국경을 모두 봉쇄한 상황이지만 가장 최근의 한국 드라마까지도 USB를 통해 은밀히 전달되고 있다는 겁니다.

“과거에는 중국에서 들어온 CD를 통해 드라마를 봤지만 지금은 귀여운 열쇠고리처럼 생긴 USB가 주로 사용됩니다. USB처럼 보이지 않아 단속에 덜 걸립니다.”

북한 청년들은 이런 '한류'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A씨는 털어놨습니다.

“한국 드라마 주인공이 하고 나온 머리 모양이 유행이 되기도 하고 등장한 화장품이 인기를 끌기도 합니다. 한국 화장품도 중국을 통해 구할 수 있었어요.”

불시 단속도 이뤄지지만 돈으로 무마되는 경우도 봤다고 했습니다.

“갑자기 밤에 자고 있는데 들어와서 노트북과 핸드폰을 검사 하기도 합니다. 단속과 처벌의 강도는 '높으신 분들'의 기분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단순히 한국 노래를 하나 들었다는 것 만으로는 돈을 많이 주면 마무리될 수 있지만, 노래를 유포하면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 돈도 많이 드는 것으로 압니다.”

최근 북한은 부쩍 청년 세대의 사상 통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월 5년 만에 열린 청년동맹 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지금의 청년 세대는 나라가 시련을 겪던 고난의 시기에 나서 자라다 보니 우리식 사회주의의 참다운 우월성에 대한 실체험과 표상이 부족하다”라며 “심지어 일부에서는 잘못된 인식도 가지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A씨는 북한의 청년들은 과거와 달리 '깨어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새 세대들은 깨어 있어요. 통제가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상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지난 5월 1일 10차 청년동맹대회를 기념해 열린 횃불 행진. 〈사진=조선중앙TV〉지난 5월 1일 10차 청년동맹대회를 기념해 열린 횃불 행진. 〈사진=조선중앙TV〉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이렇게 북한이 소위 'MZ'세대의 사상 단속을 강화하고 나선 것에 대해 “체제 결속을 균열할 수 있는 틈새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단순히 남한의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하는 현상은 10여 년 이상 지속됐지만, 이제는 단순한 시청을 넘어서 정보가 쌓여가면서 외부 세계에 대한 동경이 커지는 것을 북한은 경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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