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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AI의 실리콘밸리'로 큰 중국…화웨이가 급소인 까닭

입력 2022-05-21 06:57 수정 2022-05-21 09:46

중국 뺀 美 주도 공급망 구상 갖고,
바이든 대통령 한국 방문하는 날
첩보동맹 '파이브 아이스' 캐나다
5Gㆍ4G 화웨이장비 전량 폐기 결정

2030년 AI 세계 최강국 노리는 중국
미국, 반도체와 5G에서 枯死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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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뺀 美 주도 공급망 구상 갖고,
바이든 대통령 한국 방문하는 날
첩보동맹 '파이브 아이스' 캐나다
5Gㆍ4G 화웨이장비 전량 폐기 결정

2030년 AI 세계 최강국 노리는 중국
미국, 반도체와 5G에서 枯死 작전

파리 인근 볼로뉴 비양크루에 위치한 화웨이의 프랑스 지역본부 건물.〈사진=로이터,연합뉴스〉파리 인근 볼로뉴 비양크루에 위치한 화웨이의 프랑스 지역본부 건물.〈사진=로이터,연합뉴스〉
극적 반전은 없었습니다. 5세대 이동통신(5G) 사업에서 서방 주요국들의 탈중국이 확정됐습니다. 미국과 영국ㆍ호주ㆍ뉴질랜드 등 기밀정보 공유 동맹 '파이스 아이스(Five Eyes)' 회원국 5개국 가운데 마지막까지 고심하던 캐나다가 5G 사업에서 화웨이 등 중국산 통신장비를 원천 배제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마지막 퍼즐이었던 캐나다가 탈(脫)중국화 노선에 전격 합류함으로써 이 흐름은 이제 되돌리기 어려운 대세가 됐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 프랑스와 필립 샴파뉴 캐나다 혁신과학산업부 장관을 인용, “캐나다 연방정부는 화웨이와 ZTE의 5G 장비를 쓰고 있는 기업에 대해 사용 중단과 해체를 명했다”며 “해체 비용 지원도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게다가 4G 통신망에서도 화웨이와 ZTE 장비가 쓰였다면 모두 뜯어내야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전량 폐기 시한도 2027년까지로 설정했습니다. 눈치 보며 시간 끌기 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말이죠.
 
〈사진=BBC 캡처〉〈사진=BBC 캡처〉

■ 화웨이 장비에 백도어 설치 가능성 우려
지난해 화웨이는 캐나다 통신회사들을 상대로 7억 캐나다달러(약 5억46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이런 큰 시장에서 화웨이를 쫒아내는 겁니다. 이쯤 되면 배제라는 점잖은 표현으로는 부족해 보입니다. 차라리 축출에 더 가깝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주요국들이 중국산 5G 장비를 원천 배제시키는 명목상 이유는 안보 우려입니다.

중국 5G 장비 업체가 외국에 납품하는 네트워크 장비에 '백도어(인증을 받지 않고 망에 침투할 수 있는 수단)'를 설치해 향후 중국 정부의 명령에 따라 기밀 정보를 수집하거나 사이버 공격에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인 거죠.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9년 화웨이를 안보를 위협하는 블랙리스트에 올려 미국 기업이 화웨이와 거래할 때 정부 승인을 받도록 했습니다. 이후 영국과 뉴질랜드, 호주도 미국을 따라 화웨이와 ZTE를 5G 사업에서 배제했습니다.
 
중국의 AI 시장 규모. 약 1500개의 AI 관련 업체들이 경쟁을 하고 있다. 〈그래픽=텔레콤즈닷컴 캡처〉중국의 AI 시장 규모. 약 1500개의 AI 관련 업체들이 경쟁을 하고 있다. 〈그래픽=텔레콤즈닷컴 캡처〉

미국을 비롯한 서방 주요국들이 화웨이 배제 방침을 정하자 기세등등하게 점유율을 늘려가던 화웨이의 성장세도 타격을 입었습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듯이 2020년을 꼭지점으로 하락세가 시작됐습니다. 이번에 캐나다까지 탈화웨이에 동참했기 때문에 하락 추세를 되돌리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2021년 1분기 전세계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화웨이에 대한 공세가 본격화된 2018년 이후 2년 만에 점유율이 꺾이기 시작했다. 〈그래픽=델오로 그룹〉2021년 1분기 전세계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화웨이에 대한 공세가 본격화된 2018년 이후 2년 만에 점유율이 꺾이기 시작했다. 〈그래픽=델오로 그룹〉

이렇게 기업 하나를 뭉개는 수준으로 압박하면서 표면상 이유는 안보 우려를 들고 있습니다. 안보야 말로 무적의 논리이긴 합니다. 보안을 이유로 달면 일일이 근거를 댈 필요도 없습니다. 물론 중국의 해킹 '전과'는 어제 오늘 일도 아닙니다.

■ 中, 아프리카 연합 본부 건물 해킹·도청 오점
에티오피아에 아프리카 연합 본부 건물을 지어준 뒤 모든 데이터를 해킹하고 도청한 사실도 2018년 폭로 되기도 했었죠. 우리 군이 쓰는 중국산 CCTV에서 기밀 유출용 악성코드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우 실질적 위협이 됩니다. 따라서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국가 보안시설이나 공공영역에서 퇴출하면 될 일입니다. 굳이 자유 시장 규범까지 깨면서 판을 크게 벌이는 건 단순한 안보 우려를 넘어서는 진짜 이유와 연관이 있습니다.
 
〈사진=FT 캡처〉〈사진=FT 캡처〉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5G 통신장비업체에 대한 축출이 이뤄지는 진정한 속내는 뭘까요. 5G가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비중 때문입니다. 5G의 표준과 주도권을 둘러싼 기술 쟁탈전이 화웨이 축출 사건의 본질입니다. 표준이 한번 정해지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서방 주요국에서부터 화웨이를 밀어내고 시간을 벌어 표준에 대한 주도권을 지키겠다는 거지요.

4차산업혁명 시대는 초연결 세상입니다. 5G에서 더 혁신된 6G와 양자암호통신망, 위성항법시스템, 슈퍼컴퓨터 등을 활용한 초연결 인프라에 의해 구현되는 세상입니다.

초연결 인프라는 인간이 접하는 유무형의 모든 사물과 정보 등을 인터넷으로 연결시킨 겁니다. 어마어마한 데이터가 쌓일테니 당연히 빅데이터와 AI가 필수 기술이죠.

■ AI 자금과 인력 빨아들이는 중국
그런데 이 분야에서 2010년대 이후 중국이 물량 투자를 집중시키면서 치고 나갔습니다. 2030년 즈음 AI 분야의 글로벌 주도권을 중국이 쥐겠다는 목표로 국가적 역량을 결집시켜 이 분야에 화력을 쏟아부었습니다.

아래 그래픽을 함께 보실까요. 중국의 AI 산업 관련 시장 규모입니다.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AI 스타트업에 몰리는 자금도 미국을 넘어섰습니다.
 
2017년 기준 AI 스타트업에 몰리는 투자자금의 절반 가까이가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그래픽=텔레콤즈닷컵 캡처〉2017년 기준 AI 스타트업에 몰리는 투자자금의 절반 가까이가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그래픽=텔레콤즈닷컵 캡처〉
2013년부터 2018년 1분기까지 AI 기업에 몰린 투자 자금 유치 비율 . 중국 기업이 60%를 차지했다. 〈그래픽=CAICT 캡처〉2013년부터 2018년 1분기까지 AI 기업에 몰린 투자 자금 유치 비율 . 중국 기업이 60%를 차지했다. 〈그래픽=CAICT 캡처〉


프랑스 유력지 르몽드가 중국은 'AI의 실리콘밸리'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투자가 집중되는 곳에 고급 인력이 몰리게 마련입니다. 중국은 14억 시장이 만들어내는 빅데이터와 첨단 AI 기술을 5Gㆍ6G 통신망으로 묶어 4차산업혁명 시대를 선점하겠다는 야심찬 구상을 차곡차곡 구현해왔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주요국들 입장에선 중국의 이 구상을 제지하기 위해 고성능 반도체 조달을 원활하게 하지 못하도록 구도를 짜고 AI 시대의 백본(등뼈)인 초고속 통신망 분야에서 성장을 차단해야 합니다. 파이브 아이즈가 화웨이에 가하는 압박 양상과 정도를 보면 중국의 AI 질주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여기는 듯합니다.

이번 주말과 내주초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와 공급망에 방점을 찍은 순방 목표를 공개했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번 방한길 전용기 브리핑에서 “미국은 투자 심사와 수출 통제에 대해 매우 강력한 논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는군요.

원천기술이 미국에 있는 만큼 반도체의 연구ㆍ개발에 들어가는 자금과 고성능 반도체칩의 수출을 미국이 관여하겠다는 얘깁니다. 수출 통제라는 말은 곱씹어 볼수록 거칠고 강력한 표현입니다. 한마디로 중국 자금 못 들어오게 하고 중국으로 반도체 수출도 깐깐하게 체크하겠다는 겁니다.

 
지난해 9월 캐나다 정부가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을 석방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지난해 9월 캐나다 정부가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을 석방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2018년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캐나다가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을 체포하고, 중국이 곧바로 캐나다인 두 명을 구금했습니다. 지난해 9월 캐나다가 멍완저우 부회장을 3년 만에 석방하고 중국도 곧바로 캐나다인 2명을 풀어줬지만 화웨이 금수 조치는 8개월만에 나왔습니다. 그만큼 고심이 컸다는 반증입니다.

이제 캐나다가 화웨이 봉쇄 물결에 올라타면서 방향을 잡은 이 조류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표적은 중국의 AI 산업입니다. 트럼프 때는 계체량 끝낸 자리에서 설전 양상으로 미중 갈등이 벌어졌다면 시간이 흘러 바이든 행정부에선 '링의 시간'이 임박했다는 시그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바이든이 방한하는 날, 캐나다의 화웨이 차단 결정이 나왔습니다. 중국에 대한 공급망 배제 흐름이 더 빨라질 가능성, 이제 배제할 수 없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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