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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장거리' 버스 타보니…"5시간 쉼 없이 운전, 화장실도 못간다"

입력 2021-05-14 13:44 수정 2021-05-14 14:56

승객 안전 직결된 버스 기사 '노동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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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안전 직결된 버스 기사 '노동환경'

〈JTBC 뉴스룸 캡처〉〈JTBC 뉴스룸 캡처〉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시간이에요. 휴식은 바라지도 않고 화장실 같은 기본권이라도…”

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버스 기사의 목소리입니다.

'사통팔달' 서울 시내입니다. 교통카드 한장이면 어디든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시민의 발'이라는 버스가 한몫합니다. 다들 쉽게 타고 내리는 버스지만, 한 번 타면 마음대로 내릴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버스 기사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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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화장실도 사치"…초장거리 운전 '과로 버스' 타보니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03887

JTBC 밀착카메라 팀은 기사들과 함께 서울 시내버스 장거리 노선을 탔습니다. 차고지에서 반환점을 돌아 차고지까지 다시 돌아오는 과정을 관찰했습니다.

◆"손님들께 죄송하니까" 달리는 버스 기사

152번 버스는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서 경기도 안양시를 돌아옵니다. 길이가 64km인 장거리 노선입니다. 출발한 지 한 시간 반, 반환점도 못 돌았는데 김순기 기사가 버스를 갑자기 멈추고 달리기 시작합니다. 용변을 보기 위해섭니다. “손님들께 죄송해서”가 뛴 이유였습니다.

 
152번 버스기사 김순기 씨가 화장실로 달려가고 있다.〈JTBC 뉴스룸 캡처〉152번 버스기사 김순기 씨가 화장실로 달려가고 있다.〈JTBC 뉴스룸 캡처〉
김 씨는 “전립선 안 좋은 기사가 많다”며 “자리 비웠다고 민원 넣는 분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환점에도 쉴 곳은 없습니다. 산 옆 갓길에 버스를 세운 김 씨는 “정말 급하면 산에서 해결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습니다. 돌아오는데 4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이렇게 두 번 타야 하루가 마무리됩니다.

다른 기사들의 운행 일지에는 '319'란 숫자도 적혀있었습니다. 319분이라는 건데, 한번 운행에 5시간 19분을 운행한 겁니다.

◆"식사 못 하기도"…1인 시위 나선 기사들

742번 버스는 올해부터 장거리 노선이 됐습니다. 지난 1월 10km가 늘었습니다. 버스 기사 이성준 씨가 모는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비교적 밀리지 않는 오후 1시 20분에 출발했지만, 차고지로 되돌아온 시각은 저녁 5시 57분. 다음 운행까지 14분 남았습니다.

이 씨는 "운행 시간이 1시간 더 늘었다"라며 "노선이 바뀌기 전에도 식사나 화장실을 자주 걸렀는데 지금은 거의 해결 못 하는 수준"이라며 화장실로 뛰어갔습니다. 기존에 서울 은평구 구산동에서 관악구 신림동까지 운행하던 742번 버스는 강남구 교대역 구간이 추가됐습니다. 번호도 751번에서 742번으로 바뀌었습니다.

 
〈JTBC 뉴스룸 캡처〉〈JTBC 뉴스룸 캡처〉
안기효 서울시버스노조 선진운수지부 위원장은 "승용차는 5시간 운전하면 휴게소라도 갈 수 있지만, 버스는 그렇지 않다"며 "시민의 발 버스가 기사들의 피로 누적으로 되려 시민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지역 정치인들에 의해 충분한 검토 없이 행해진 거 같다"며 "우린 보다 안전하고 친절하게 시민을 맞이하고 싶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용객 민원에 노선 조정 어려워


지난 2016년 서울시는 '제3차 서울특별시 대중교통계획'에서 장거리 버스 27개를 대상으로 노선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5년이 지난 지금 운행 거리 60km 이상, 시간 240분 이상인 노선은 27개입니다. '240분 초과'로 기준을 조정해도 25개입니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앞으로 5개 노선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버스 기사들 노동 환경과 노선 조정에 충분히 공감하고 단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다만 기존 이용객들 민원으로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는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습니다. 한 장거리 노선버스 기사는 “정치인들이 선거 때만 되면 플래카드 붙이고 버스 노선 연장 공약을 건다”라고도 지적했습니다. 다른 기사는 “시민 이동권도 중요하지만, 기사들 기본권도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300분이 넘는 초장거리 버스 운행 시간〈JTBC 뉴스룸 캡처〉300분이 넘는 초장거리 버스 운행 시간〈JTBC 뉴스룸 캡처〉
우리는 버스에 쉽게 올라타고 쉽게 내립니다. 길게는 한 시간 반 정도 몸을 실으면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매일 하는 일이지만, 기사들은 길게는 5시간 넘게 버스 운전석 안에 앉아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 바라본 버스 기사 운전석은 그렇게 넓어 보일 수가 없습니다. 실제론 반의반 평도 안 되는 공간입니다. 이 공간에 버스 기사들이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승객의 안전이나 운행의 질은 떨어질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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