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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 240일 무단결근 의혹 공보의 취재…맨 땅 헤딩 취재기

입력 2021-04-01 16:40 수정 2021-04-0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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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 240일 무단결근 의혹 공보의 취재…맨 땅 헤딩 취재기
"한의사? 한의사가 있던 겨?" "처음 듣는 소리인데?" "한의사가 따로 있어요?"
황당했습니다. 분명 보건지소에는 공보의인 한의사가 근무했는데 주민들은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1시간 동안 읍사무소를 들른 5명에게 물었지만 모두 한결같은 대답이었습니다. 보건소를 이용하지 않는 분도 아니고 모두 몇 차례 이상 진료를 받은 분들이셨습니다. 충북 지역에서 240일이나 근무지를 무단이탈한 공보의가 있다는 제보를 봤을 때 솔직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현장을 찾아와 주민들의 말을 들어보자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취재썰] 240일 무단결근 의혹 공보의 취재…맨 땅 헤딩 취재기

지난달 29일 취재를 처음 시작했을 때 커다란 벽을 마주한 기분이었습니다. 제보 글에는 조각난 단서만 있었습니다. '충북', '공보의', '240일 무단결근 의혹'. 우선 지역을 특정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확인해 보니 충북에 있는 공보의 숫자만 240명이 넘습니다. 저인망식으로 한 명 한 명 확인하다가는 한 달 이상 걸릴 판입니다. 일단 충북도청 보건정책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역시 첫술에 배부를 수 없죠. 두세 차례 전화 뺑뺑이를 돌려 책임자와 통화했는데 모르신다네요. 보고는 들었는데 조사는 보건복지부 소관이라 알 수가 없다고 합니다. 자 이번에는 보건복지부입니다. 어찌어찌 연결은 됐는데 이곳도 아직 제대로 파악된 것이 없습니다. "신고가 들어와서 조사가 진행 중이다. 끝나봐야 안다" 그래도 성과는 있었습니다. 장소는 건졌습니다. 충북 충주였습니다. 다시 전화 취재입니다. 충주 보건소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빙고~ 맞다네요. 신고가 들어와 조사 중이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말은 똑같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법 상 누구인지도 특정해 줄 수도 없다고 합니다. 간신히 지역까지는 확인했는데 다시 벽입니다.

다음날이 밝았습니다. 이제 갈림길입니다. 확인된 내용으로만 기사를 쓸 거냐? 아니면 품을 더 들일 거냐? 하지만 그림(영상) 없는 리포트는 안 하느니만 못합니다. 현장 확인도 하지 않고 기사를 쓸 수는 없습니다. 결국, 속된 말로 '맨땅에 헤딩'이 시작됩니다. 일단 충주로 출발부터 했습니다. 그리고 충주에 있는 13개 보건지소 명단을 확보한 뒤 전화번호를 찾아 일일이 전화를 걸기 시작합니다. 어디 근무하는지 확인이 돼야 다음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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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JTBC 기자입니다. 혹시 공보의 무단이탈 관련 조사 진행 중이라던데 아시는 것이 있으신가요?" 역시 맨땅에 헤딩하면 머리만 아픕니다. "잘 모르는데요",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보건소에 물어보세요" 쉬울 리가 없죠. 줄줄이 퇴짜입니다. '아 몰랑' 하고 포기하고 싶은 욕망이 강하게 올라올 때쯤 다시 '취재신'께서 한 줄기 빛을 내리십니다. "아까 어디서 나오시기는 했는데요 바빠서 통화 못 합니다." 다시 한번 빙고입니다. 감 잡았으니 다음은 대추입니다. 해당 보건지소가 있는 읍사무소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위에서 현장조사 나오셨다고 들었는데 다 끝나셨나요?" "보건복지부분이랑 병무청이랑 합동 점검 나왔다고는 들었는데 보건지소로 곧장 가셔서 내용은 잘 모르겠네요" 결국 장소까지 확인됐습니다. 그대로 쏜살같이 갔습니다.

 
[취재썰] 240일 무단결근 의혹 공보의 취재…맨 땅 헤딩 취재기
하지만 도착 했을 때는 이미 조사는 마무리된 상태였습니다. 보건복지부와 병무청에서 나온 감찰관분들 역시 자리를 뜬 상태였습니다. 또 무단이탈로 조사대상이셨던 공보의 역시 자리에 안 계셨습니다. 해당 보건소에서 근무한 적은 있지만 다른 곳으로 전출을 하였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죠. 취재가 너무 잘 풀린다 싶었습니다. 또다시 발품과 설득의 시간입니다. 읍사무소로 오시는 주민들을 붙잡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읍사무소 찾아가 아시는 게 있는지 여쭸습니다. 후임 근무자들 상대로 이것저것 물었습니다. 그렇게 사전취재가 끝난 뒤 충주 보건소를 찾아가 담당자를 상대로 본격적인 취재를 시작합니다. 퍼즐을 하나하나 맞춰야 할 시간입니다. 결국, 해당 공보의가 240일 무단이탈과 무단결근을 했다는 제보가 17일 들어왔고 해당 공보의도 일정부분 인정하고 있다는 1차 조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본인이 인정한 무단결근은 10일가량이고 나머지는 출장 등으로 자리를 비운 것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출장 보고서 등 객관적인 증빙자료는 제출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취재썰] 240일 무단결근 의혹 공보의 취재…맨 땅 헤딩 취재기

곧바로 다시 3시간 차를 타고 돌아와 후배 기자와 함께 추가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병무청, 전문가를 상대로 보충취재를 했고 다음 날인 31일 연속보도가 만들어졌습니다. 해당 보도는 아래와 같습니다.

#'240일 무단결근 의혹' 공중보건의…제재는 없었다.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998541&pDate=20210331

#관리 사각지대 '방탄 공보의'…출근 안 해도 그만인 이유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998540&pDate=20210331

이번 취재의 두 줄 교훈입니다.
"역시 기자는 발품을 팔아야 한다."
"맨땅에 헤딩해서 풀릴 때도 있다."

취재신의 가호가 다음에도 있기를 기원합니다. 다음에 다른 '취재썰'로 뵙겠습니다.

P.S 대다수 공보의 분들은 현장에서 정말 헌신하고 계십니다. 이분들의 숭고한 노력이 폄하돼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제발 의사, 한의사 편 갈라서 싸우지 마세요. 부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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