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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도 없는 그곳…섬소년 위한 '반찬 배달' 뱃길 40분

입력 2021-04-17 19:34 수정 2021-04-18 16:34

연속기획|아이들에게 따뜻한 한 끼를…'거르지 않을 약속'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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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아이들에게 따뜻한 한 끼를…'거르지 않을 약속'②


[앵커]

연속 기획 '거르지 않을 약속', 두번째 시간입니다. 끼니를 거르기 쉬운 아이들에게, 정부는 굶지 말고 사먹으라며 '급식카드'를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먹을 식당, 심지어 편의점마저 없는 곳들이 있습니다. 바로 남해의 작은 섬들입니다. 그래서 지자체에서 직접 반찬을 만들어 보내는데, 섬이다 보니 날씨가 좋지 않으면 배달이 어렵습니다. 태풍이 많았던 지난 여름, 2주간 라면으로 버틴 아이도 있을 정도인데요.

여도현 기자가 전남 진도군의 한 섬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오전 7시, 전남 진도군의 한 자활센터 주방이 바쁘게 돌아갑니다.

재료를 나르고, 썰고, 볶습니다.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 120명에게 반찬이 배달되는 날입니다.

진도군에는 작은 섬들이 많은데다 진도 자체에도 식당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급식카드 대신 반찬을 직접 만들어 줍니다.

[김호/진도군 자활센터 센터장 : 식자재만 주면 애들이 조리하는데 불편함은 있어요.]

불고기, 멸치볶음, 참나물…차곡차곡 쌓이는 반찬통을 보면 흐뭇합니다.

[서화정/진도군 자활센터 직원 : (일한 지는 얼마나 됐어요?) 이거 한 지는 2년 되어가요. 가져다주면 부모님이 못하는 걸 저희가 해주면 보람이 있죠.]

정성스레 만든 도시락은 바닷길을 갈라 40분만에 하조도에 닿습니다.

뱃고동 소리가 반가운 건 여기에도 끼니를 거르는 한 아이가 살고 있어섭니다.

준비한 음식은 또다시 다리를 건너고 마을을 굽이굽이 돌아 아이에게 전해집니다.

새벽부터 만들어진 도시락은 배로, 차로 섬을 건너고 건너 아이들에게 배달됩니다.

하지만 이 곳 사람들은 더 다양한 메뉴를 더 자주 아이들에게 주고 싶다고 말합니다.

섬에서는 날씨가 좋지 않으면 배달 자체가 안됩니다.

[진도군 자활센터 배달 직원 : 봄, 여름은 안개가 많이 끼니까 배가 하루 종일 안 갈 때도 있어요. 그날 못 들어가고 그다음 날 들어오고…]

큰 섬인 진도는 다리로 육지와 연결됐지만 날씨에 영향을 받는 건 뱃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태풍이 많았던 지난 여름 한 소년은 2주 동안 라면으로 버텼습니다.

[A군 : (반찬이 오는 줄 알았는데 안 오면 당황했을 것 같은데 어때요?) 아빠가 그럴 때 대비해서 라면 몇 봉이나 반찬 같은 거 사 와서…]

배달 받은 음식으로 차려진 이날 저녁,

[A군 아버지 : 그럴 줄 알았으면 반찬이라도 좀 만들 줄 알건디…반찬 만드는 것도 배울 것인디…]

라면 대신 먹는 따뜻한 밥이 반갑습니다.

[A군 : 고기랑 야채랑 같이 나와서 건강에도 좋은 거 같고. 밥을 더 많이 먹는 거 같아요.]

하지만 기쁨도 잠시, 한창 클 나이인 소년에게 주말까지 먹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입니다.

[A군 : 반찬 오면 반찬 먹고, 저녁은 안 먹을 때도 있고 먹으면 라면…]

몸이 불편한 아버지는 주 1회 오는 반찬 배달이 조금 더 늘었으면 합니다.

[A군 아버지 : 반찬이 조금 더 오면 쓰겄어. 일주일에 두어 번…]

아이들이 원하는 걸 더 주고 싶은 마음은 주는 사람도 마찬가지.

[서화진/진도군 자활센터 배달 직원 : 햄도 좀 보내주고, 그럼 애들이 먹기 좋잖아. 자반 같은 것도 자기네들이 밥해서…]

하지만 예산 문제부터 풀어야합니다.

[김호/진도군자활센터 센터장 : 서울 같은 데는 단가가 6000원인데 저희는 4500원. 벌써 시골 아이들은 차별받는 느낌을 받습니다.]

전남도청은 아동급식지원 단가를 5천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디자인 : 박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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