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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비극 막자"…신고 두 번이면 즉시 분리

입력 2021-01-19 19:30 수정 2021-01-19 19:30

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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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앵커]

어제(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입양 아동 바꾸기' 발언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사전위탁제도를 강화하잔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전국 입양 관련 단체들은 "청와대가 2차 가해를 하고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정부는 오늘 '아동학대 대응 체계 강화방안'도 발표했는데요. "1년간 2회 이상 신고 시 즉시 분리", "보호자 조서 거부 시 과태료 천만 원 부과"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관련 소식, 신혜원 반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지난주, 세상에 나온 지 16개월 만에 학대로 목숨을 잃은 정인이의 양부모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검찰은 양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했는데요. 정인이가 상습적 학대에 노출됐던 정황은 오늘 공개된 검찰의 공소장에 여실히 드러납니다.

공소장 '범죄일람표'에 따르면, 폭행은 대부분 집에서 이뤄졌습니다. 정인이가 꽉 찬 1살이 된 지난 6월,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이미 쇄골이 부러져 깁스를 하고 있던 정인이를 강하게 밀쳐 머리가 바닥에 부딪혔습니다.

[정인이 양부모 지인 : 어깨를 이렇게 탁 미는 거예요. 애가 '쾅' 하면서 딱 떨어진 거죠. 그러니까 아이가 와아앙 울었어요. 그랬더니 장씨가 '야 너는 기저귀 갈아주는데도 우냐?' 쇄골 깁스를 했는데 이렇게 미니까 여기가 얼마나 아팠겠어요.]

9월, 뒷머리를 가격해 후두부에 약 7cm 골절이 생깁니다. 엘리베이터에서 거칠게 밀어 부딪히는 영상도 공개됐었죠. 10월엔 겨드랑이, 머리, 배, 등 다리에 폭행을 가해 뼈가 부러지고 장기가 손상됐습니다.

[이정빈/가천의대 법의학과 석좌교수·정인이 사인 재감정의 (JTBC '뉴스룸' / 지난 14일) : '야' 이렇게 큰 소리도 못 쳐요. 웃지도 못해요, 울지도 못해요. 자기 엄마가 뭐라고 그랬냐 하면 얘는 잘 울지도 않는 애라고 그랬어요. 울면 아프니까 못 울 정도로 지속적으로 학대를 받아왔다는, 신체 학대를 받아왔다는 거죠.]

오늘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선 이른바 '정인이법'이라고 불리는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이 의결됐습니다. 참고로요. 앞으로 여정회에서는 이 사건의 명칭을 전체 맥락에 저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피해자 이름을 포함하지 않은 '16개월 아동학대 사망사건'으로 지칭하도록 하겠습니다. 처리된 개정안에는 아동학대범죄를 예방하고, 수사기관이 아동학대범죄 신고를 받은 경우 즉시 수사에 착수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고요. 또 그동안 자녀 체벌의 근거로 여겨진 친권자의 징계권 규정을 삭제한 민법 일부 개정안도 함께 통과됐습니다. 통상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할 때, 5분 안팎의 모두 발언을 통해 메시지를 내는데요. 오늘은 좀 달랐습니다.

[제3회 국무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공개된 발언은 이 한 문장이 전부였습니다. 평소에 비해 다소 무겁고, 어두운 표정으로 모두발언 없이 회의를 진행했는데요. 평소 인권 문제, 특히 '아동'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게 큰 관심을 기울였던 문 대통령이기에, 어제 신년 기자회견에서 불거진 논란은 상당히 당혹스러웠을 겁니다. 아동 학대 해법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입양 취소나 입양 아동을 바꾸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죠.

[2021 신년 기자회견 (어제) : 입양 부모의 경우에도 마음이 변할 수가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안에는 입양을 뭐 다시 취소한다든지 또는 여전히 입양하고자 하는 마음은 강하지만 아이하고 맞지 않는다고 할 경우에 입양 아동을 바꾼다든지…]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회견 3시간 만에 문자메시지를 통해 "입양 확정 전 관례적으로 활용하는 '사전위탁보호제도' 등을 보완하자는 취지"라고 해명했습니다. '파양'을 언급한 게 아니란 겁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라디오 방송에도 출연했죠.

[강민석/청와대 대변인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저희로선 아쉽게 생각합니다. 아동을 대상으로 해서 반품이라느니 너무 심한 표현이 나왔는데 취지가 상당히 왜곡됐다고 말씀드린 거고요. 대통령님 의도라든지, 머릿속에 아동 반품이란 의식 자체가 없으십니다. 이건 아이를 위한, 즉 사전위탁보호제도를 설명을 드릴 때 아이를 위한 제도다.]

민주당도 함께 수습에 나섰습니다. "대통령의 진의가 왜곡됐다"며, "청와대가 설명한 사전위탁제도를 의무화하는 입법 등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요.

[이낙연/더불어민주당 대표 : 네. 그 저 사전위탁제도를 설명한 것이다, 하는 청와대의 설명을 믿습니다. 네.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홍익표/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 이미 청와대에서도 설명을 했습니다만, (사전위탁보호제가) 현재 한국에서는 양부모의 동의하에서만 관례적으로 허용, 활용되고 있으나 이를 입양 전 필수 절차로 의무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사전위탁제는 양부모가 아이를 위탁받아 함께 지내본 다음 정식 입양할지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우리나라에선 법으로 정하진 않고, 관행적으로 시행됩니다. 과거에도 이걸 '법제화' 하자는 주장이 있었는데요. "어린아이를 시험 대상처럼 키워 본다는 건 비윤리적"이라는 반대의 목소리가 더 컸습니다. 만약 지금 이 제도를 다시 도입하려면, 이같은 우려… 즉 아이를 한 번 '키워보거나', '아니면 바꾸는' 식의 행태를 전면 차단해야 합니다.

[노혜련/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JTBC '뉴스룸' / 어제) : (입양 아동을) 바꿔주고 그러는 게 아니에요. 사전위탁제도는. 위탁 자체가 부모가 애를 한번 키워 보는 이런 입장이 아니라  이 아동을 잘 키울 수 있는 부모인가, 이렇게 관찰하고 평가하는 관점이어야 된다는 거죠.]

청와대와 민주당은 "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사전위탁제도'를 활용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선진국은 위탁 기간 동안 양부모가 자격이 있는지 다각도로 조사하고 법원 승인 받는 식으로 운영을 합니다. 부모 입장에서 입양 아동이 마음에 안 들면 다른 아이로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의 입장에 서서, 부모가 부모 자격이 있는지를 따져보는 겁니다. 아무리 '사전위탁제도'를 의미한 것이라 해도 아이를 '바꾼다'는 표현, 부적절했단 지적이 나옵니다.

[전국입양가족연대 기자회견 : '입양한 후에 마음이 변하면 얼마든지 취소할 수 있다' '바꿔도 된다' 이 말씀에 참 분노가 생기고 말문이 막히는… 입양한 제 딸이 말합니다. '아버지 저를 입양하고 난 뒤에 후회하는 일 없었습니까' 얼마나 마음이 찢어지고 괴로웠는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이 아이는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내 딸이기 때문에. 위탁 가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남의 아이라는 마음조차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정인의 사건의 본질은 '입양'이 아닌 '아동학대'입니다. 정부는 매번 '부끄럽다'고 고개 숙였지만, 달라진 게 없습니다. 올해 보건복지부 예산을 보면, 아동학대 방지 추가요청예산 212억 원이 전액 삭감됐습니다.

2019년 집계된 아동학대 3만 45건 중, 무려 83.9%가 아무런 분리 조치 없이 원가정으로 돌아갔습니다. 학대를 받은 피해 아동이 쉴 수 있는 쉼터는 전국에 70곳 남짓 집 빼고 갈 곳이 없는 나머지 아이들은 지금도 가출청소년 쉼터나 보육원으로 보내지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즉각 분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아이들은 갈 곳이 없습니다.

[고득영/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 : 현장의 아동학대 대응체계가 피해 아동 보호를 위해 제대로 작동하도록 신고 접수 후 초기 대응역량을 강화하고 조사의 이행력을 확보하겠습니다. 학대 피해 아동 쉼터 15개를 조속히 설치하고 지자체 수요를 반영하여 14개소를 연내 추가 확충하겠습니다.]

오늘 보건복지부가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사안 중대할 경우, 단 1회 신고라도 아동을 즉시 분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이번만큼은 뒤늦은 '땜질식 처방'에 그치지 않길,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오늘 청와대 발제는 이렇게 정리합니다. < 전국입양가족연대 "청와대 '사전위탁' 해명은 2차 가해"…복지부 "피해 아동 '즉시 분리' 강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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