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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기억 없다는 술접대 검사들…그날 '택시 기록'은 유흥업소를 찍었다

입력 2021-01-26 20:16 수정 2021-01-29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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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봉현 씨가 폭로하고 검찰이 기소한 검사 술접대 의혹과 관련해 저희가 새롭게 취재한 내용을 보도해드리겠습니다. '술접대를 받은 게 맞다'는 수사 결과에도 검사들은 "사실이 아니다" 또 "기억이 없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일에 검사들 가운데 일부가 택시를 타고 휴대전화를 쓴 기록을 확인해 봤더니 모두 접대를 받은 유흥업소를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술자리를 전후로 서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도 확인됐습니다.

먼저 이상엽 기자입니다.

[기자]

2019년 7월 18일 C검사가 택시를 탄 기록입니다.

오후 11시 18분 택시비 12500원을 결제합니다.

이보다 20분쯤 전인 10시 59분 C검사는 택시를 탔습니다.

탄 곳은 서울 신사동의 유흥업소 앞, 내린 곳은 관사가 있는 서울 문정동이었습니다.

이 기록들은 택시비 결제 시스템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A변호사는 이날 오후 8시 55분 서울 교대역에서 통화한 기록이 남았습니다.

40분 뒤엔 접속 기지국이 유흥업소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오후 10시 58분에도 유흥업소 쪽으로 찍혔습니다.

C검사는 자신이 그날 밤 유흥업소 부근에 있었다는 명백한 증거 앞에서도 "정말 그 부분에 대한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습니다.

대검찰청 서버엔 또 다른 기록도 남아 있었습니다.

B검사와 D검사가 검찰 내부망 메신저로 대화한 시간입니다.

술자리를 앞둔 오후 3시 55분 D검사는 B검사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다음날 오전 10시 34분에도 D검사와 B검사는 문자를 주고받았습니다.

술자리 전후로 연락한 겁니다.

B검사는 '술자리는 없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화일 수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수사팀은 이런 증거들이 가리키는 건 그날 그 유흥업소에 이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 당사자 특정 안 됐는데…연락 주고받고 흔적 지우고

[앵커]

김봉현 씨가 술접대를 했다고 폭로한 당일에는 술자리에 참석한 검사들이 정확히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검사들은 그날 서로 연락을 주고받았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검사들은 부서졌거나 잃어버렸다는 이유로 모두 휴대전화기를 바꿨습니다.

신아람 기자입니다.

[기자]

'검사 술접대' 폭로가 처음 나온 시각은 지난해 10월 16일 낮 12시 5분입니다.

김봉현 씨의 1차 자필 문서를 한 언론사가 보도하면서입니다.

이로부터 28분 뒤, 술접대를 주선했다는 A변호사는 한 언론사의 문의 전화를 받습니다.

그리고 1시간도 채 안 돼, A변호사는 B검사에게 전화를 겁니다.

2분 안팎으로 두 차례 통화합니다.

4시간 반쯤 뒤엔 D검사에게도 전화를 걸어 1분 남짓 통화합니다.

C검사에겐 기록이 남지 않는 앱을 쓴 것으로 수사팀은 의심합니다.

술접대 폭로 당일, 이처럼 A변호사가 왜 이들에게 연락했는지는 수사의 단초였습니다.

이때만 해도 술접대 검사들이 누군지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고, 술접대가 없었다면 이들끼리 연락할 특별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A변호사는 물어볼 게 있어서 연락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습니다.

A변호사가 2019년 10월부터 1년간 이들 검사 세 명과 통화한 횟수가 94번인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B검사가 라임 사건을 수사한 시기와 겹칩니다.

김봉현 씨의 폭로가 나온 뒤, A변호사와 검사 세 명은 휴대전화를 모두 바꿨습니다.

부서졌거나 잃어버렸다는 이유를 댔습니다.

술접대 폭로 열흘 안에 벌어진 일입니다.

C검사는 폭로 전후로 2주 넘게 주고받은 검찰 내부망의 쪽지들을 모두 지웠습니다.

D검사는 술접대 의혹이 조명된 국정감사 이후 컴퓨터를 모두 바꿨습니다.

업무상 이유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들 네 명 중 A변호사와 B검사만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지난 19일 예정됐던 첫 재판은 두 사람의 요청으로 3월로 미뤄진 상태입니다.

■ 특수통 검사 3명…그들이 수사받는 '특수한 방법'

[앵커]

법조팀장이자 이슈체커인 오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술자리에 참석한 걸로 나타난 검사들은 검사들 중에서도 수사 방식을 잘 아는 검사들 아닌가요?

[기자]

■ '일도이부삼빽'

그렇습니다. 모두 특수통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사 기법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검사들이 흔히 쓰는 표현 중에 일도이부삼빽이란 은어가 있습니다.

어떤 뜻인지는 잠시 뒤에 설명드리고요.

수사받는 사람이 이걸 못하도록 하는 게 검사의 역할인데, 검사들이 피의자가 되니까 이런 걸 한 게 아니냐,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수사망을 피하는 방법으로 검사들이 쓰는 은어라는 거죠? 저도 들은 적 있는 것 같은데, 일도는 일단 도망부터 가라는 건가요?

[기자]

수사대상이 되면 1번은 도망 먼저 가고 증거부터 없애라 2번은 무조건 부인해라 그리고 3번은 나머지는 빽이라도 써라라는 뜻입니다.

[앵커]

이렇게 설명을 하면 악용하지 않을까 우려가 좀 되기도 하는데요. 그런데 이 은어를 잘 아는 검사들이 이렇게 했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게 의심됩니다.

김봉현 씨의 첫 폭로가 나온 게 지난해 10월 16일입니다.

바로 그다음 날 A변호사와 B검사의 휴대전화가 바뀝니다.

잃어버렸거나 부서졌다라는 이유로 교체를 한 겁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C검사도 휴대전화를 바꿉니다.

잃어버렸다고 했습니다.

다음 날에는 D검사의 휴대전화가 바뀝니다.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버렸다고 주장을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만약에 떳떳하다면 당일의 알리바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이 휴대전화기를 제출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기자]

그러니까요. 1명도 아니고 4명 모두 일제히 바꿨다는 건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것 아니었느냐라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고요.

검찰청에 출석해서 조사를 받을 때는 이부 그러니까 부인으로 일관했습니다.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이 없다, 모른다, 모르는 일이다 이런 답변을 했습니다.

주로 구체적인 반박을 하기 어려울 때 우리가 쓰는 방법입니다.

[앵커]

이부 그러니까 부인까지는 들었고요. 마지막 단계는 어떻습니까? 어떻게 이 사건과 연결이 됩니까?

[기자]

수사 과정에서 자신들이 현직 검사라는 점을 상세하게 설명을 했습니다.

그런 검찰 식구라는 점이 든든한 빽이 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마는 A변호사와 B검사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만 기소가 됐고 나머지 2명은 100만 원이 안 된다는 이유로 불기소로 끝났습니다.

일도이도삼빽은 김봉현 씨 자필 문서에도 등장합니다.

라임 관계자가 도주하는 과정에서 검찰 관계자가 이걸 도왔는데, 그때 알려준 방법이 바로 이거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앵커]

이런 게 통해서는 안 되겠죠? 잘 들었습니다.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영상디자인 : 최수진·김윤나·조승우 / 영상그래픽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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