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변화와 식량안보…"기후 대이동, 이미 시작"

입력 2021-12-13 09:32 수정 2021-12-13 10:56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09)
WFP 카튜사 파라 기후·재해 위기대응 선임 어드바이저 단독 인터뷰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109)
WFP 카튜사 파라 기후·재해 위기대응 선임 어드바이저 단독 인터뷰

지난주 연재에서 해발 4m의 섬나라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해수면 상승이 국가의 존립과 국민의 생명을 뒤흔들고 있는, 오세아니아의 섬나라 투발루의 이야기 말입니다. 지난 COP26에서 투발루는 '기후 대이동'의 심각성과 시급성을 강조했습니다. 당장, 바닷물에 잠겨가는 국토에 고향을 떠나는 이들이 생겨나는 만큼, 그 누구보다 기후 대이동의 현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기후 대이동은 비단 해수면의 상승만으로 일어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기후변화 그 자체와 기후변화로 빚어지는 식량안보의 위기는 대규모 인구 이동의 요인이 됩니다. '요인이 될 것입니다'라고 말할 상황이 아닙니다. 현재형, 그리고 미래형입니다.

기후위기와 식량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카튜샤 파라 WFP 기후·재해 위기대응 선임 어드바이저가 JTBC와의 단독 인터뷰에 나섰다.기후위기와 식량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카튜샤 파라 WFP 기후·재해 위기대응 선임 어드바이저가 JTBC와의 단독 인터뷰에 나섰다.
2021년 한 해를 마무리하기에 앞서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카튜샤 파라 기후·재해 위기대응 선임 어드바이저와 올 한 해의 기후위기와 식량안보 위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파라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는 현존하는 모든 취약한 존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그 어떤 나라도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경고했습니다. 과거, 일부 최빈국에서만 나타났던 피해가 이제는 국가의 개발 정도나 경제 규모와 상관없이 발생하게 된다는 겁니다. WFP 서울사무소는 이러한 문제를 우리의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오는 31일까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나들길에서 열리는 사진전 〈FOOD FOR THOUGHT: 식량은 평화로 가는 길〉을 통해서 말이죠.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 피해나 폭염, 폭우와 홍수, 산사태 등 각 나라마다 그 나라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결국, 발을 딛고 설 땅도, 농작물을 생산할 땅도 없어지고, 더 이상 한 나라 안에서 경제활동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대규모 인구이동, '기후 대이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문제에서 국가 간의 문제로 '스케일 업'이 되는 겁니다.


기후위기와 식량안보의 전문가인 파라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이야기들을 했을까요.

Q. 먼저 올 한 해를 돌아봤을 때, 기후변화 취약 국가들이 이상 기상 현상으로 입은 피해들을 정리해보자면?

2021 세계 기아 지도. (자료: WFP)2021 세계 기아 지도. (자료: WFP)
A. 사실 우리는 매일을 기후위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그러한 변화의 모습을 직접 목격하고 있죠. 당장 아시아 지역만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각종 재난재해가 잇따랐죠. 먼저, 한국도 그랬지만 올해 파키스탄이나 인도 등 많은 나라들이 심각한 폭염을 겪었습니다. 최고기온 기록도 곳곳에서 깨졌고요. 폭우로 인한 홍수 피해도 이어졌습니다. 일본뿐 아니라 인도와 네팔, 파키스탄, 타지키스탄 등은 폭우와 홍수로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런 반면 중앙아시아 전반에 걸쳐서는 13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을 겪었습니다.

이러한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재해는 점점 더 자주, 그리고 잇따라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독한 가뭄을 겪었는데 곧 이어 갑작스레 폭우가 쏟아지면서 홍수 피해를 입는 식입니다. 메뚜기 떼의 습격이나 기타 병충해를 입은 이후 급작스런 폭염이 찾아오기도 했고요. 이러한 일은 이제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특히나 천연 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지역의 경우 이렇게 여러 종류의 재난재해가 잇따라 찾아오면서 극심한 피해를 입게 됐습니다.

지난 십수년간 극한의 이상 기상 현상은 더욱 심각해지고, 점차 그 빈도도 잦아진 가운데, 지난해와 올해엔 특히 '기후위기의 위협이 어떻게 현실로 다가오는지' 우리 모두 직접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가뭄, 폭염, 홍수, 산사태 등은 점차 더 늘어났죠.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치기도 했고요. 또, 지구 전체를 돌아보면 우리는 호주와 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 초대형 산불이 발생한 모습도 목격했습니다. 이 역시 기후위기가 현실의 위협으로 나타난 사례입니다. 이러한 일들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겁니다. 항상 이런 재난재해의 위험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죠. 앞으로 그 위험은 우리의 생각보다 더욱 잦아질 것이며, 더욱 심각해질 것입니다. IPCC의 최신 보고서인 '6차 평가보고서'가 올해 공개됐죠. 이를 통해 이러한 재난재해가 기후변화에 기인한 것이라는 사실은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달라지는 기후와 점차 강력해지고 잦아지는 재난재해가 서로 관련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규명된 겁니다.


Q. 이제 많은 이들이 극단적인 날씨와 기후변화의 연관성에 대해 인식하고 있습니다만, 기후변화와 식량안보까지 이어지진 않은듯 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안보의 영향에 대해서 설명해준다면?

기후위기와 식량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카튜샤 파라 WFP 기후·재해 위기대응 선임 어드바이저가 JTBC와의 단독 인터뷰에 나섰다.기후위기와 식량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카튜샤 파라 WFP 기후·재해 위기대응 선임 어드바이저가 JTBC와의 단독 인터뷰에 나섰다.
A. 기후변화는 식량안보와 우리 인간의 영양 상태에 다방면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먼저, 가장 즉각적인 영향을 살펴보자면,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재해로 농작물과 가축 역시 피해를 입게 됩니다. 축산농가는 이러한 피해에 직격탄을 맞게 되죠. 또한, 우리는 기후변화가 어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이미 목격하고 있습니다. 해양 온난화는 산호초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에도 영향을 미치죠. 몇몇 해안지역의 경우 어민들이 벌써 이러한 변화에 맞춰 어업활동의 방법도 바꾸고 있습니다. 우리 지구의 환경이 피폐해지는 데에는 기후변화 말고도 다른 요인들이 많지만, 분명 기후변화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죠.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농작물의 피해는 식량 생산량의 저하로 이어집니다.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이 줄어들면서 곡물의 가격은 상승하게 되죠. 결국, 많은 이들이 높아진 곡물 가격을 감당하지 못 하게 됩니다. 또,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재해로 시장으로 오가는 도로가 유실돼 음식물을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폭염과 폭우, 폭설과 한파 등으로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기도 했고요. 특히 특정 계절에 노동량이 집약되는 일자리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면 먹을 것을 살 돈조차 벌지 못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변화와 식량안보…"기후 대이동, 이미 시작"
홍수와 산사태 등이 잦아지면서 수자원이 오염되는 일도 자주 발생합니다. 특히 상수도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저개발지역의 경우, 이 문제는 주민들의 건강 문제로도 이어지고요. 빈번한 수자원의 오염은 물 부족 현상의 심화를 의미하고, 이는 결국 생산성의 감소로 귀결됩니다. 그로 인해 병충해 역시 늘어나면서 농작물도 가축들도 질병에 시달리고, 그 피해는 식량 부족을 넘어 인수공통감염병 등 인간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기도 하고요. 이렇게 기후변화가 우리 인류의 식량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점차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숲의 생태계에도 변화를 부릅니다. 이는 버섯 등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야생 식물을 채취하는 지역의 주민뿐 아니라 그 숲에서 살아가던 다른 동물의 생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죠. 나무도, 풀도, 동물도, 인간도 살아남기 힘들어지는 겁니다. 처음엔 식량공급원이 부실한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그 피해가 집중되겠지만 결국 그 영향은 우리 모두에게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Q. 국제사회는 이제 2℃가 아닌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보자면, 이 0.5℃의 차이로 얼마나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지?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변화와 식량안보…"기후 대이동, 이미 시작"
A.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 어떤 정책이 펼쳐지고, 얼마나 많은 투자가 이뤄지느냐에 따라 0.5℃의 차이를 콕 찝어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몇년 전 영국의 연구기관들과 함께 기온 상승과 식량안보의 연관성을 연구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구의 평균기온이 2℃ 상승하면 전 세계에서 식량부족 문제를 겪는 인구 수가 1억 8900만명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현실이 되면 절대 안 되겠지만, 만약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4℃ 오르게 되면 그 수는 18억명으로 늘어나게 됩니다. 몇 도 안되는 차이에도 식량안보의 문제가 가파르게 심각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결과죠.

우리가 현재 10~15년에 한 번 겪을 법한 극심한 폭염의 경우, 지구 평균기온이 2℃ 오르면 5년에 한 번 꼴로 찾아오게 됩니다. 4℃가 오르면 이러한 폭염을 거의 매년 겪게 되고요. 폭염뿐 아니라 태풍도, 가뭄도, 극심한 폭우도 모두 우리가 지금 겪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해지고, 더 자주 발생하게 됩니다. 지구는 더 이상 우리가 알던 지구가 아닌,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는 겁니다.

Q. 기후변화로 식량안보가 흔들리면 결국 연쇄적으로 다른 위기가 따라올 수밖에 없을 듯 한데?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변화와 식량안보…"기후 대이동, 이미 시작"
A. 기후변화는 현존하는 모든 취약한 존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 영향과 피해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겹겹이 잇따라 이어지게 되고요. 처음엔 취약한 지역이나 국가로 시작하겠지만 결국엔 모든 사회 전반이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물론 우리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기에 앞으로 달라지게 될 기후에도 적응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겠죠. 하지만 한 건이 아닌 여러 건의 이상 기상 현상이 잇따라 덮치게 된다면, 해수면의 상승에 이어 병충해와 질병의 증가와 같은 일들이 잇따라 벌어진다면, 적절히 대응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워지는 순간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재난재해가 발생하고, 이를 복구하고, “이젠 괜찮아”라고 이야기하기 무섭게 또 다시 또 다른 재난재해가 발생하고, 우리는 이를 도 다시 복구하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결국 우리는 항상 '비상사태' 속에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식량부족 문제는 앞으로 나아지지 않을 겁니다. 세계 곳곳에서 더욱 심각해져만 갈 겁니다. 우리가 지금 당장 즉각적이고도 과감한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말이죠.

결국 말씀하신 대로, 다른 위기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미 식량부족 상태에 빠진 나라들을 보면 이미 분쟁이나 이주 문제가 발생하고 있죠. 또한, 현 시점에선 식량부족 수준까진 아닌 나라들도 앞으로 기후변화가 심화할수록 식량부족 상태에 빠질 것이고, 그 나라들 역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같은 문제를 겪을 위험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겁니다. 여기서 말하는 행동이란 온실가스 감축을 의미합니다. 우린 반드시 1.5℃ 목표를 달성해야만 하죠. 과연 우리가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느냐 묻는다면, 현재로써는 그럴 거라 장담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때문에 1.5℃ 목표 달성을 위한 감축뿐 아니라 추가적인 각종 조치가 필요합니다.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대규모 투자도 병행해야 하는 것이죠. 이러한 노력은 특히 농경사회 국가에겐 필수적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기후변화와 식량안보…"기후 대이동, 이미 시작"
우리가 이미 지켜본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안보의 위기와 그로 인한 부차적인 피해들을 살펴볼까요. 작년 한 해에만도 3천만명의 인구가 식량안보를 이유로 이주자나 난민이 됐습니다. 해안지역이나 저지대 지역 주민들은 특히 해수면 상승과 폭우로 인한 홍수 등으로 삶의 터전을 떠날 수 밖에 없었죠.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점점 더 확대되고 있습니다. 먹을 것이 없다면 사람들은 결국 이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인구 이동은 이미 현실이 됐고요.


또한, 식량을 비롯한 각종 자원의 부족으로 지역 내 분쟁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 심각한 가뭄으로 메말라가는 땅에선 주민들은 이미 생존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점차 악화하는 기후변화로 폭염이 더 심해지고, 더 극심한 가뭄이 찾아오고, 메뚜기떼의 습격이 벌어지는 것과 같은 모습도 마찬가지로 이미 현실이 된 겁니다. 결국 이런 현상이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만큼, 우리가 경작할 수 있는 땅은 점차 줄어들고, 그럴수록 더 많은 혼란이 야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모두 기후변화로 비롯되는 일입니다. 당장 군소도서국이나 연안국가들을 보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침수는 더욱 빈번해지고, 그로 인해 지역의 인구가 대규모 이동에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먹을 것을 비롯한 각종 자원들에 대한 갈등과 분쟁은 심화할 수밖에 없고요.

Q. 그런데, 이러한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먼 나라의 일'이라는 반응도 언제나 함께 따라오곤 합니다. 과연 한중일이 속한 동아시아는 이러한 피해로부터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기후위기와 식량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카튜샤 파라 WFP  기후·재해 위기대응 선임 어드바이저가 JTBC 와의 단독 인터뷰에 나섰다  .기후위기와 식량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카튜샤 파라 WFP 기후·재해 위기대응 선임 어드바이저가 JTBC 와의 단독 인터뷰에 나섰다 .
A. 지구상의 그 어떤 나라도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이 그저 기온의 변화에만 국한된다면 다행이겠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지구의 기후 시스템은 무척 복잡합니다. 게다가 오늘날 기후 시스템의 변화는 천천히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급격하게, 예측 불가능하게 진행되고 있죠.

당장 이번 2021년, 중국과 일본에선 폭염뿐 아니라 역대 최악으로 손꼽힐 만큼 심각한 폭우와 홍수도 겪었습니다. 단순히 1년 내내 내리는 비의 양이 조금 늘어난 수준이 아니라 시간당 강수량의 패턴 자체가 달라지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이전까지 한중일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이 몬순 기후로 2~4개월에 걸친 우기를 보내왔다면, 이젠 그 2~4개월 동안 내릴 비가 한 주, 또는 사흘 정도에 쏟아지는 겁니다. 이러한 강수 패턴의 변화는 말 그대로 파괴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경제적 피해와 파괴로도 이어집니다. 올해 독일에서도 그랬듯 앞으론 모든 나라에서 이와 같은 피해가 발생할 겁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국가의 개발 정도나 경제 규모에 상관없이 발생한다.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국가의 개발 정도나 경제 규모에 상관없이 발생한다.
해수면 상승 문제도 갈수록 심화하면서 모든 해안 지역, 도시들은 특히나 그 문제로 인한 크고 작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당장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2℃만 오르더라도 해수면은 0.3~0.6m 상승할 테니까요. 이러한 피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막대합니다. 태풍이 잦아지고, 홍수가 빈번해지며 내륙의 피해도 늘어납니다. 해양뿐 아니라 토양의 산성화로 인한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바닷물의 침수가 빈번해지면서 해안지역을 시작으로 토양은 더 이상 비옥하지 않아집니다. 우리가 마실 수 있는 물도 줄어들고요. 지구 평균기온이 4℃ 오르면 어떻게 될까요. 해수면은 최소 1m 상승합니다. 거의 모든 해안선과 이를 따라 위치한 도시들은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특히, 해안가를 따라 인구가 밀집한 지역은 그 피해가 더욱 클 수밖에 없습니다. 꼭 폭염이 아니더라도 가뭄과 홍수로 인한 피해만도 이처럼 다양하고 그 영향은 막대합니다.


물론, 폭염으로 인한 피해 역시 엄청납니다. 많은 이들이 모여 사는 도시의 경우, 빼곡히 들어선 콘크리트 건물들로 인해 교외 지역보다 2~3℃ 더 더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도시 주민들은 열 스트레스에 매우 취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더위를 견디기에 어려운 노약자와 에어컨 등 기온 조절을 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에겐 더 큰 피해를 입히게 되죠. 온실가스를 비롯한 각종 대기오염물질이 계속해서 뿜어져나온다면 천식을 앓는 사람도 역시나 대기 환경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가뭄도 점차 심각해질 것이고, 강풍도 더 잦아질 것입니다. 바다가 뜨거워지면서 예년보다 훨씬 더 강력한 태풍이 만들어지게 되죠. 역대급 강풍에 일시적, 국지적으로 쏟아지는 역대급 폭우 등의 위력은 점점 더 파괴적으로 커질 겁니다. 이런 문제들은 선진국이라고, 혹은 적도와 떨어진 중위도 국가라고 해서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Q. 호주가 몇년전, 기후 난민에 대한 전망과 우려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동남아를 비롯해 중국과 인도 등이 기후위기로 식량생산에 심각한 문제를 겪으면서 호주로 대규모 이동을 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수십년 내에 이러한 현상이 실제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지?

기후위기와 식량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카튜샤 파라 WFP 기후·재해 위기대응 선임 어드바이저가 JTBC와의 단독 인터뷰에 나섰다.기후위기와 식량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카튜샤 파라 WFP 기후·재해 위기대응 선임 어드바이저가 JTBC와의 단독 인터뷰에 나섰다.
A. 우선 여러 불확실성이 있습니다. 각국이 식량안보 확보를 위해, 국민들을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미 우리는 그런 대규모 인구 이동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더는 작물을 키울 수 없는 땅을 떠나 이주를 하고 있죠. 이러한 현상은 비단 아프리카 등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점차 교외나 농업 중심 지역을 벗어나 도시로 향하고 있죠. 일자리를 찾고, 그 일자리를 통해 번 돈을 보내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남아시아나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들을 살펴보면, 도심 역시 기후변화에 점차 취약해지고 있습니다. 심각한 침수 피해를 겪을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는 겁니다.


처음엔 땅에서 식량을 생산하는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론 더 많은 사람들이 이동할 것이고요. 우리가 '기후 난민'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늘어나는 겁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원래 살던 땅에서 더 이상 살 수 없어 불가피하게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이들 말입니다. 사람들은 결국 더 나은 기회를 찾아, 혹은 본인 스스로나 가족을 먹여살릴 수 있는 곳을 찾아 이동하게 될 겁니다. 결국, 이러한 기후 난민이 발생하게 될 거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을듯 합니다. 우리가 기후변화를 막고, 그런 취약 국가와 국민들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이는 앞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 될 겁니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tbc.co.kr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