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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안구단] 올림픽 전에 미사일 쏜 北…"도발의 일상화" 노렸나

입력 2022-01-05 18:38 수정 2022-01-05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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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온라인 기사 [외안구단]에서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알찬 취재력을 발휘해 '뉴스의 맥(脈)'을 짚어드립니다.

"북한은 아마 2월까지는 (미사일을) 쏘지 않을 겁니다."

지난해 정보당국 관계자의 말입니다. 오는 2월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예정돼 있습니다. 여전한 코로나19 시국에 미국과 일부 동맹 국가들이 외교적 보이콧을 하겠다고 하면서 이번 올림픽은 열리기 전부터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그러니 큰 행사를 앞두고 북한까지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당초 당국의 관측이었습니다.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예측도 비슷했습니다. 그는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17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과 당 대회를 앞두고 어떤 혼란이나 한반도가 불안정한 상황을 원치 않는다"며 "이게 북한이 중국의 비위를 거스를 만한 미사일 시험이나 핵실험을 하지 않는 핵심적인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예상은 모두 빗나갔습니다. 북한은 오늘(5일)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동해상으로 발사했습니다. 올해 들어 첫 발사입니다. 지난해의 경우 3월 25일에 처음 탄도미사일을 쐈던 것에 비해 시기가 약간 앞당겨졌습니다.

 
지난해 3월 북한이 함경남도 함주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 모습 〈사진=연합뉴스〉지난해 3월 북한이 함경남도 함주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 모습 〈사진=연합뉴스〉

■ 북한, 대선 전에 작정하고 도발?

왜 올해는 시기적으로 좀 더 빨랐을까, 혹시 돌아오는 3월 대선과 연관이 있을지부터 되묻게 됩니다. 최근 미국 싱크탱크는 한국 대통령 선거 전에 북한이 움직일 수 있다는 예측을 여러 번 내놨습니다. 앞서 지난달 28일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국 대선을 앞두고 중대 도발이나 매력 공세, 혹은 양쪽을 혼합한 방식으로 미국의 어젠다에 개입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 역시 "이번 발사가 대선 전후 '길들이기' 차원의 도발일 수 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무리라는 분석이 더 지배적입니다. 이번 발사가 한국과 미국의 대북 어젠다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다소 약하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보다 수위가 낮은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 "북한만의 계획표대로"…무기 개발 '타임라인'

이번 발사를 두고 전문가들은 북한이 우리의 대선 같은 변수와 관계없이 그들만의 '타임라인'을 따라가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지난해 북한은 '국가 방위력 강화 5개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발전 계획 2차 연도에 접어든 시점에서 올 한 해 수립한 계획에 따라 이번 발사를 진행한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자기 계획표대로 간다"며 "대선이니 종전선언이니 연관 지어 해석하지 마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주변국 정세와 상관없이 감행한 도발이라면 더욱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외적 상황과 분리해 일상적 차원에 따른 무기 개발을 위해 도발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한·미가 도발에 무뎌지도록 길들인 뒤 핵보유국 인정을 하고 핵 능력 고도화하려는 속셈"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요구대로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지 않으면 결국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 이번엔 '도발'이라고 규정 않는 정부

우리 정부는 이번 발사를 군사적으로 '도발'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오늘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도발이라는 용어는 우리 국민과 영토, 영해, 영공에 위해를 가하는 것이라고 통합방위법에 규정돼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 방향이 우리에게 위해를 가한다면 그건 반드시 도발로 성격을 정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북한의 이번 발사를 도발로 보고 있진 않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역시 지난해 9월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때와 달리 이번에는 '도발'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습니다.

이번 발사를 '도발의 일상화'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북한이 담담하고 절제된 표현으로 발사 사실을 알릴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북한은 아직 발사체와 관련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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