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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구하러 5㎞…꽉 막힌 도로, 시동 끄고 '생존 모드'로

입력 2021-03-02 20:27 수정 2021-03-0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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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곳곳에 피해를 입은 오늘(2일) 상황 보셨는데요. 어제 이 시간에 눈이 얼마나 많이 오고 있는지 강원도 미시령에서 실시간으로 전해드렸던 저희 조승현 기자가 그 이후 지난 밤 상황까지 계속 이어서 취재를 했습니다. 꽉 막힌 도로에서 내내 꼼짝 못 하던 차들이, 나중에 풀리기까지의 그 시간들을 그대로 담아왔습니다.

조승현 기자입니다.

[기자]

어제저녁 6시쯤, 동해고속도로 속초나들목 인근의 모습입니다.

눈 덮인 도로에 차량들이 뒤엉켜 멈춰 있습니다.

도로공사는 이보다 1시간 30분 전인 오후 4시 40분, 속초나들목의 진입을 막았습니다.

이 전에 고속도로를 탄 차량 수백 대가 그대로 갇힌 겁니다.

그렇게 날이 저물었습니다.

강원도 미시령에서 폭설 관련 중계를 마치고 이제 복귀하는 길입니다.

동해고속도로는 여전히 이렇게 꽉 막혀 있는데요.

앞으로 1시간 동안 얼마나 갈 수 있는지 제가 직접 운전해 보겠습니다.

차량들이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운전을 포기하고 다른 차량으로 가봅니다.

속초에서 서울로 두부를 배송하는 화물차 운전기사는 애가 탑니다.

[손영석/강원 속초시 조양동 : 제가 가져다주면 배송을 나가야 하는데 그걸 못 하니까 다들 기다리고 있죠.]

시동을 끈 차량도 많습니다.

기름을 아끼려는 겁니다.

실제로 연료가 바닥나기도 합니다.

운전자는 굵은 눈발을 뚫고 먼 길을 걸어야 했습니다.

[최재영/경기 하남시 감이동 : 5㎞ 걸어갔다 왔어요. (5㎞ 걸어갔다 오셨다고요?) 네. 요금소 지나서.]

한참을 돌아다니다 차량으로 돌아왔는데 여전히 그 자리입니다.

이제 1시간이 지났습니다.

제가 아까 출발했던 곳에서부터 정확히 0.2km, 그러니까 200m를 앞으로 이동했습니다.

움직이는 속도만큼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사람들은 분통이 터집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대로 먹기조차 어렵습니다.

[이경임/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 아이들이 뭘 먹고 싶어 하는데 제가 지금 못 먹게 하고 있어요, 화장실 때문에.]

그러던 중 반가운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제설 작업에 군 병력이 투입된 겁니다.

도로에 쌓인 눈을 치우고, 차량을 밀어 눈밭에서 탈출시킵니다.

정체는 거짓말처럼 빠른 속도로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때가 어제 자정쯤입니다.

그리고 당국은 오늘 새벽 2시, 통제됐던 고속도로 모든 구간에서 소통이 재개됐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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