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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오늘, 몇 시에 퇴근하십니까?'

입력 2018-07-02 21:38 수정 2018-07-0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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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아빠의 마음은 쿵~ 하고 내려앉았습니다.

8살 딸이 써놓은 두 줄짜리 동시 때문이었습니다.

"밤의 장점 : 사람이 많다. 아빠가 온다"
- 글쓴이 지연우, 읽은이 김지윤

아이는 밤이 좋다고 했습니다.

이른 새벽 출근한 아빠가 밤이 되어야만 집으로 돌아올 터이니 아이는 아빠와 만날 수 있는 밤이 제일 좋은 것이겠지요.

얼마 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또한 비슷한 충격을 받았던 것을 고백한 바 있지요.
 

나를 현관까지 배웅 나온 딸이
'또 와'라고 한마디 건넸다…
내심 꽤 당황했고 상처를 받았다…
그러고는 '역시 시간인가…'
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 걷는 듯 천천히 >

그래서였는지 그의 영화들을 관통하는 것은 가족이 함께해서 찬란한, 혹은 애틋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오늘부터 펼쳐진 주 52시간의 세상.

그토록 소망하던 저녁 있는 삶을 실현시키자는…

이른바 워라밸. 즉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춰 좀 더 행복해지자는 취지….

그러나 실제 노동의 현장에서 나오는 우려들은 말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업무의 총량은 그대로인데 무늬만 퇴근이고 밤엔 촛불이라도 켜라는 것이냐는 근심이 나오고 안 그래도 빡빡한 월급이 더 줄어들어 저녁 있는 삶은커녕 저녁 굶는 삶이 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지요.

그러나 세계 최장 수준의 노동시간.

한편에서는 과로의 아우성이 나오는 반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일자리가 없어 한숨이 나오는 사회…

한 인터넷 조사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무제로 퇴근이 당겨진다면 그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겠다는 직장인이 가장 많았다는데…

언젠가 주 52시간제는 오늘날 주 5일 근무가 당연시되는 것처럼 자리를 잡게 될 것인지…

그것도 임금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나누는 제도로써 말입니다.

"밤의 장점 : 사람이 많다. 아빠가 온다"
- 글쓴이 지연우, 읽은이 김지윤

이미 기억하신 분도 있으시겠지만 이렇게 소개해드린 꼬마 친구의 동시 < 밤의 장점 > 은 지금으로부터 딱 3년 전 앵커브리핑에서 소개해드렸던 내용이었습니다.

당시의 그 꼬마 친구가 8살이었으니 이제는 11살이 되었을 터인데…

문득 안부가 궁금해지는군요.

아이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아빠를 기다렸을까.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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