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밀착카메라] 주차장에 밀린 운동장…"엄마, 우린 어디서 놀아?"

입력 2021-06-07 20:50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오늘(7일) 밀착카메라는 '우리 이제 어디서 놀아야 돼?' 하고 묻는 아이들에게 뭐라고 답해줄지 고민해봤습니다. 마을 한복판에 있는 아이들 놀이터를 부수고 주차장을 짓겠다는 지자체가 있습니다. 동네가 이른바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사람들이 차를 댈 곳에 부족하다는 건데요.

다른 방법은 없을지,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 고양시의 '밤가시마을'입니다.

골목에 카페와 레스토랑이 들어서면서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습니다.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처럼 '밤리단길'이란 이름도 붙었습니다.

대신 골목마다 불법주차한 자동차들이 다닥다닥 세워진 풍경은 일상이 됐습니다.

[최중혁/방문객 : 주차선이 있는 게 아니니까. 비집고 대야 하는 느낌. (주차하는 데만) 한 20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박연정/카페 주인 : 즐기러 오시는 건데, 주차시설이 너무 없으니까 오셨다 돌아가고…]

이에 고양시가 지난 2월, 5억 원을 들여 자동차 일흔 대를 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마을 한복판에 있는 어린이 운동장을 부수고 그 자리에 주차장을 짓겠다는 겁니다.

[주민 : 입주민들도 사실은 주차할 공간이 없어서 되게 힘들거든요. (어린이 운동장이) 비어 있는 공간이니 좀 활용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죠.]

아이들 반응은 어떨까.

11살 소연이는 집보다 운동장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습니다.

[박소연/초등학교 4학년 : 비 오는 날엔 엄마 아빠랑 산책하러 가고. 친구들이랑 학교 끝나고 동물 놀이나 열매 따서 갖고 놀거나 그래요.]

11살 주하도 운동장이 그대로 남아 있길 바랐습니다.

[임주하/초등학교 4학년 : 주차장 안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여긴 어린이 공원이니까 없어지지 않았으면…]

동네에 있는 유일한 놀이터가 사라지면, 남는 건 차들이 달리는 골목뿐입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일상을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전하나/학부모 : 주말엔 아빠와 '캐치볼'하고 자전거도 배우고… 이제 없어진다고 하니까 '그럼 어디서 놀아?' 물어보더라고요.]

[허윤혜/학부모 : 아이들이 여기서 놀고 싶은 것을 계속 놀게 해주고 싶어서… 코로나 때도 여기 때문에 버텼어요.]

대안은 없을까, 주민들은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주차장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엔 동의한다는 건데, 그럼 운동장을 없애는 것 말고 어떤 대안들이 있는지 현장 목소리를 더 들어봐야겠습니다.

[정상희/주민 : 공원 바로 옆에 매매가 나온 땅들도 있어요. 굉장히 큰 부지에… 거기를 매입해서 타워를 올린다든가.]

[허원/상인회 회장 : 공통점은 하나예요. 주차장이 필요하다는 것. 지하주차장으로 만들면 싸울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경기 성남시의 경우, 어린이 공원을 없애지 않으면서 공원 지하에 주차장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고양시청은 뒤늦게 계획을 멈추고 주민 설명회도 열겠다는 입장입니다.

[고양시청 관계자 : 일방적으로 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 보니까…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고민 중에 있습니다.]

골목상권을 살리려면 주차공간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공간을 뺏는 방법밖에 없는지는 한 번 고민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잠시 일상이 정지된 지금, 이제 어른들이 답할 차례입니다.

(VJ : 최효일 / 인턴기자 : 조해언)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