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그런가 하면 일본이 1964년 도쿄올림픽의 성화봉송지도에 독도를 끼워 넣어 고쳐 그린 사실을, 저희가 어제(22일) 전해드렸습니다. 일본 사회와 스포츠를 연구하는 해외 전문가들도 "올림픽을 통해 국가주의를 강화하려는, 의도적인 조작"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최하은 기자입니다.
[기자]
2차 대전의 항복 연설을 했던 일왕이 19년 만에 직접 개회를 선언하고, 원자폭탄이 떨어진 1945년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청년이 성화 최종 주자로 나섰던 일본의 첫 올림픽.
패전국의 흔적을 지우려 했던 그때처럼, 반세기 만에 돌아온 도쿄올림픽은 유치 때부터 부흥을 내세웠습니다.
공식 올림픽 보고서에도 없던 독도가 2015년 전시회 지도에 등장한 것도 당시 2차 아베 내각의 기조와 분리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독도와 함께 쿠릴 열도, 댜오위다오가 일본 땅이라 강조하던 시기와 일치한다는 겁니다.
[호사카 유지/세종대 교수 : (일본은) 영토주권 전시관 이런 곳도 만들고 있었습니다. 일부러 문제가 되는 영토 부분을 (지도에) 표시했다…]
일본 사회와 스포츠를 연구하는 해외 학자들에게도 두 지도를 보여주고 의견을 물었습니다.
[안드레아스 싱글러/박사 (일본학·스포츠과학 전공) : 올림픽에서 정치적 이슈를 만들고 있는 건 모순적이죠. 독도가 누구 땅이냐를 떠나서 국제적으로 논의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전시 주최측은 "자료가 없다"며 답을 피했지만, 성화가 지나는 길과 전혀 상관없는 독도가 두드러진 건 의도성이 짙다고 지적합니다.
[크리스티안 타그솔트/뒤셀도르프대 근대일본연구소 교수 : 전시회 준비 가이드라인이 있었을 텐데요. 고의성과 상관없이 결과물은 논쟁적이고 의도적으로 보입니다.]
방사능과 감염병, 뜨거운 날씨까지, 위험을 안은 채 올림픽을 맞이하는 상황에서 독도는 욱일기와 함께 보수 세력을 결집하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안드레아스 싱글러/박사 (일본학·스포츠과학 전공) : 올림픽을 통해 일본의 국가주의가 강화될 거란 우려가 있었는데,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현실이 된 거죠.]
평화의 축제인 올림픽이 정치적 메시지와 역사 왜곡으로 얼룩지는 건 단호하게 맞서야 할 문제고,
일본이 노리는 것이 독도의 분쟁화인 만큼 치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호사카 유지/세종대 교수 : 분쟁지역으로 만들어 버리면 일본에 유리하게 됩니다. '(해당 지도는) 영토 표시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효력도 갖지 않는다' 이런 성명을 낼 필요가 있다…]
(인턴기자 : 이명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