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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론 고개 들자 민심 이탈…국민의힘, '도로한국당' 경계령

입력 2021-04-23 19:20 수정 2021-04-23 19:26

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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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앵커]

국민의힘 내에서 탄핵 부정론과 전직 대통령 사면론이 고개를 들고 있죠. 전직 대통령들 과오에 대해 사과한 지 불과 4개월,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한 지 2주 만입니다. 민심이 다시 야당에 등을 돌리는 기류가 발견되자, 국민의힘이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습니다. 박준우 반장이 관련 소식 정리했습니다.

[기자]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습니다마는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습니다. 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들께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최근 국민의힘에서 쟁점으로 다시 떠오른 두 인물입니다. 수감 생활 중인 전직 대통령 이명박 씨와 박근혜 씨죠. 발단은 이 발언이었습니다.

[서병수/국민의힘 의원 (지난 20일) : 저를 포함해서 많은 국민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잘못되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과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될 만큼 위법한 짓을 저질렀는지…]

당내 최다선인 5선의 서병수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탄핵 부정론'을 꺼내든 겁니다. 해당 발언에 이어 이번엔 '사면론'이 슬며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박형준 (음성대역) : 전직 대통령은 최고 시민이라 할 수 있는데 저렇게 계셔서 마음이 아픕니다. 오늘 저희 두 사람을 불러주셨듯이 큰 통합을 재고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주호영/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지난 21일) : 우리 당 안에서 사면 요구를 공식적으로 반박하는 취지는 아직까지 나는 듣지를 못했어요.]

박형준 부산시장이 청와대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했죠. 여기에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이 힘을 실었고요. 당내 중진 의원들도 찬성으로 화답했습니다.

[김태흠/국민의힘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어제) : 과거에 군사쿠데타를 일으켰던 전직 대통령들도 이렇게 오래 감옥에 있지 않았거든요. 죄의 그런 유무 이런 부분들을 떠나서 통합적인 차원, 이런 여러 가지를 고려해가지고 문재인 대통령이 좀 결단을 했으면 좋겠다.]

사실 보수 야권은 박근혜 씨 탄핵 문제를 놓고 지난 몇 년 동안이나 몸살을 앓아왔었죠. 지난해 유승민 전 의원이 이끈 새로운보수당과 자유한국당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통합을 추진하면서 '탄핵의 강'을 건너느냐, 마느냐를 두고 충돌하기도 했는데요.

[유승민/당시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 (지난해 2월 9일) : 탄핵을 인정하고 탄핵의 강을 건널 때, 비로소 보수는 정당성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해야만, 보수는 문재인 정권의 불법을 당당하게 탄핵할 국민적 명분과 정치적 정당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두 당이 통합해 탄생한 게 바로 미래통합당이었습니다. 친박계 의원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자유한국당이 유 전 의원이 내건 조건에 합의했던 건데요. 하지만 미래통합당은 합의와 다르게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탄핵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습니다. 거기에 박근혜 씨가 옥중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는 목소리는 묻히고 말았는데요.

[유영하/변호사 (지난해 3월 4일) : 서로 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겠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의 거대 야당(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 드립니다.]

결국 통합당은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했고 결과는 21대 총선 참패였습니다. 이후 통합당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재정비에 나섰고요. 총선백서에서 당이 탄핵 문제에 대해 '일단 덮어놓고 넘어가자'는 식으로 대응한 게 패배 원인이었다고 짚었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당 일각의 반대 기류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탄핵의 강을 건넜습니다.

[김종인/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난해 12월 15일) :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받아 물러나는 사태가 발생하였으면 국민을 하늘처럼 두려워하며 공구수성의 자세로 자숙해야 마땅했으나, 반성과 성찰의 마음가짐 또한 부족하였습니다.]

이후 재보궐 선거 이전까지는 사면도, 두 전직 대통령의 이름도 당내 금기어가 됐습니다. 하지만 선거에서 승리한지 불과 2주 만에 스스로 봉인을 해제한 겁니다. 당장 당내 초선의원들과 청년그룹에선 벌써 승리의 단맛에 취해 혁신 동력을 잃었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도로한국당'이 되어선 안 된다는 건데요.

[요즘것들연구소 (음성대역) : 탄핵을 부정하는 것은 이런 우리당의 쇄신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자 이번 보궐선거에서 지지를 보내준 청년과 중도층에 대한 배신이다.]

[김웅/국민의힘 의원 (어제) : (탄핵 부정은) 서병수 의원님의 개인적인 그런 의견인 거고 사실 당 안에서는 별로 그렇게 크게 그 부분이 문제 되거나 그러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저 같은 경우도 지금 우리 당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 당이 앞으로 미래를 어떻게 나가느냐 부분인 것이지 옛날이야기를 지금 하는 것은 큰 의미도 없고…]

특히 2030이 국민의힘에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번 재보선에서 청년들이 야당을 찍은 건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여당이 못해서라는 분석이 우세하죠. '정권 심판론' 덕분에 반사 이익으로 어렵게 얻은 게 청년 표심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선거가 끝나자 돌변하는 야당의 행태에 청년들이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온 겁니다.

[김재섭/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 최악의 실업난과 주거난으로 매일 좌절을 겪는 청년들은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우리 국민의힘에게 기대를 걸었습니다. 그랬던 젊은이들이 불과 2주 만에 우리 당을 비판하면서, 그 기대와 지지를 거두려고 합니다. 당신들이 우리들에게 가졌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있습니다. 과거로 돌아가지 말라고 명령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8·15 광복절에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요. 반대가 50.2%, 찬성이 44.8%로 나타났는데요. 특히 18·19세를 포함한 20대에선 반대 의견이 66.2%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청년층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전직 대통령 사면에 더욱 부정적인 셈입니다.

사면론 띄우기의 결과는 국민의힘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났습니다. 4월 4주차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에서 국민의힘은 지난 주보다 지지율이 2%p 떨어진 건데요. 국민의힘은 1월 말부터 줄곧 상승세를 타왔죠. 그러다 지난주 30%대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재보궐 선거 압승에도 불구하고 하락세로 돌아선 겁니다.

사면론을 꺼내든 게 자충수였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국민의힘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는데요.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은 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사면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주호영/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 ('도로한국당'이냐 이런 비판까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니 그것과 우리 당이 (과거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결코 연결될 수 없는 것이고요. 사면은 대통령의 결단이고 우리는 당이 공식적으로 사면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사면은 사법체계 안에서 대통령이 결단할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문 대통령에게 공을 넘긴 건데요. '탄핵 부정론' 대신 '친박 부정론'을 꺼내든 사람도 있습니다. 강성 친박으로 꼽히던 3선의 김태흠 의원입니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했죠. 어제는 사면에 찬성하는 발언을 내놓더니 오늘은 아예 '친박은 없다'고 잘라 말했는데요.

[김태흠/국민의힘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과거에 친이, 친박 할 때 저도 그 프레임에 갇혔던 사람의 한 사람은 맞는데요. 친박이 어디 있어요. 계주가 감옥에 가 있고 그다음에 이런 사람들 다 지금 정치 그만두고 했는데 아니, 저기 계주도 없고 총무도 없는 이 계가 어디가 있어요.]

사면론으로 사면초가에 몰리자 태세 전환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데요. 국민의힘이 돌아서기 시작한 민심을 다시 붙잡을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오늘 야당 발제 정리합니다. < 사면론 고개 들자 돌아선 민심…국민의힘, 승리에 취해 '도로한국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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