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밤마다 택시 잡는 게 어렵다고 하자 서울시가 이틀 전부터 시내버스 막차 시간을 늦췄습니다.
시민들은 집 가는 길이 수월해졌지만, 버스 기사들 입장은 어떨지 밀착카메라 이예원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방금 차고지로 들어온 이 버스.
평소라면 여기서 멈춰야 하지만, 오늘(11일)은 밤 12시에 다시 시내로 나가야 합니다.
막차 운행이 연장됐기 때문입니다.
20분 만에 첫 승객이 탑승합니다.
[최승용/서울 노량진동 (대리기사) : 끊어진 줄 알았는데, 나와보니까 차편이 있더라고요. 이렇게 내려가면서 이제 콜(호출) 수임도 하고…]
새벽에 다니는 시내버스에 놀라기도 합니다.
[김병숙/서울 영천동 : (집에 가시는 길이세요?) 네, 가게 끝나고. (가게 하세요?) 치킨집. 깜짝 놀랐네. (버스) 있는 거 몰랐어. 근데 오늘부터 있는 거예요? (오늘부터요.)]
지금 출입문이 열린 이곳은 주요 목적지인 서울역입니다. 새벽 1시가 훌쩍 넘었습니다.
새벽 1시 54분, 마지막 승객이 내리기까지 버스기사는 몇 시간째 일하고 있던 걸까.
[조재진/서울 시내버스 기사 : (몇 시에 출근하셨어요?) 집에서 1시에 나왔죠. 12시간을 하는 셈이죠. 원래 제가 오후 운행 횟수가 3바퀴거든요. 근데 오늘은 4바퀴 하는 거죠. 심야를 나가는 거니까.]
서울시가 지난 3일, 버스업체에 통보한 공지입니다.
막차 연장을 위해 '증회', 즉 운행 횟수를 늘리라고 합니다.
그동안 심야 운행이 필요한 연말이나 명절엔 출근 시간을 늦춘 뒤 배차간격을 늘렸는데, 이번엔 달라진 겁니다.
서울시는 승차난 해소를 위해 불가피했다고 말하지만,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 : 택시를 못 잡아서 발 동동 구르는 시민들이 계시는데 그분들을 5분을 기다리게 할 것이냐 10분을 기다리게 할 것이냐의 문제잖아요.]
기사들 입장에선 준비 없이 시작된 새벽 노동입니다.
[조재진/서울 시내버스 기사 : 늦게 나와서 늦게 끝나는 건 상관없는데, 일찍 나와서 지금 이렇게 끝나면… 그 초과근무 수당을 원하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 피곤하기 때문에.]
[25년 차 서울 시내버스 기사 : 이렇게 해본 적이 없거든요, 단 한 번도. 제가 25년 이상 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시켜버리면 밸런스가 다 깨지는 건 우리 몫…]
서울시는 협조 정도에 따라 회사마다 가점을 줍니다.
[A버스업체 : 1, 2점 차이로 등수가 갈리니까 어쩔 수 없는 거죠. 지원금을 못 받으면 (안 되니까.) 이건 저희 의견을 물어보는 게 아니라 통보예요.]
[B버스업체 : 조합하고 계속 투닥거리고 있어요. 회사에선 '(운행) 나가라', 조합에선 '이게 뭐냐'…]
서울시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적절한 보상을 토대로 협조를 부탁하는 거라고 말합니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 : 추가 연장근무를 하시게 되어 감사하게, 죄송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지만 심야 수송력을 확보하기 위한 당위적인 목표는 분명히 있다…]
누군가의 안전한 귀가. 그 뒷면엔 누군가의 늘어난 노동이 있습니다.
그 노동은 기사와 시민 모두의 안전과 직결됩니다.
편의에 가려진 희생을 외면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밀착카메라 이예원입니다.
(VJ : 최효일·김대현 / 영상디자인 : 홍빛누리 / 인턴기자 : 김민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