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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취재]"야구는 제 미래였잖아요" 프로야구 학폭 피해자가 이제야 용기 낸 이유.txt

입력 2021-02-23 13:56 수정 2021-02-2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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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증거를 많이 만들어놨어야 하는데... 너무 무섭고 막막하다 보니 아무 생각도 못 했어요"

수도권 구단에 속한 유명 프로야구 선수 두 명의 고교 시절 학교폭력을 폭로한 피해자 A씨가 JTBC와의 통화에서 '가장 후회되는 것'이라며 밝힌 내용입니다.

A씨는 최근 야구 관련 커뮤니티에 "프로 선수로 뛰고 있는 B, C씨로부터 고등학교 시절 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자신의 실명도 밝혔습니다. 취재진과 연락이 닿은 A씨는 학창 시절 당했던 폭력과 어떤 문제 제기도 할 수 없었던 당시 상황에 대해 털어놨습니다.

◇방망이로 맞고 성추행도.. "실내 연습장 들어가는 게 제일 싫었어요"

두 선배 B씨와 C씨는 A씨를 비롯한 후배들을 2년 가까이 괴롭혔습니다. 폭력은 일상이었습니다. 주먹으로 때리거나 야구방망이를 휘둘렀고, 공을 던져 맞추기도 했습니다. A씨는 "맞을 수 있는 데는 다 맞았다"고 말합니다. 이유는 다양했습니다.

"B 선배는 자취를 했거든요. 아침에 선배 집에 가서 깨워주고 심부름을 했어요. 편의점에서 뭐 사오라거나, 컵라면 물을 받아오라는 것 같은 일을 시켰어요. 비빔면은 보통 차갑게 먹잖아요? 물에 헹궈 식혀 갔더니 왜 차갑게 했냐고 때리고, 다음날 뜨겁게 해 갔더니 이번엔 왜 뜨겁냐고 때리고... 그냥 제가 싫었던 거예요"

A씨는 "실내연습장에 들어가는 게 제일 싫었다"고 말했습니다. 야외에서 연습할 땐 코치, 감독 등과 함께 있지만 실내연습장에서 자율적으로 연습할 땐 선수들끼리만 모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의 눈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때리거나 아령 등으로 위협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고 합니다. 전기 파리채에 손가락을 넣게 하기도 했습니다. 폭언도 이어졌습니다.

"'XX놈아, 왜 이렇게 해 왔냐 XX야..' 가끔은 부모님 욕도 하고요, '네가 이러는 거 아시냐'고요."

선배들은 A씨 신체 부위를 만지거나, 스스로 만지라고 시켰습니다. A씨를 조롱하는 내용으로 개사한 노래를 부르며 율동을 부르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함께 운동을 했던 지인들은 아직도 이 노래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증거를 많이 못 만든 게 가장 후회돼.. 끝까지 싸울 생각으로 폭로했다"

최근 인터넷상에서 학교폭력을 고발한 피해자들 대다수는 "너무 오래 전 일이라 명확한 증거가 없다"고 말합니다. 가해자로 지목된 대상이 부인하면 진실 공방으로 이어집니다. A씨는 "이제 와 가장 후회되는 건 증거를 많이 만들어두지 않은 것"이라며 "당시 너무 막막하고 무섭다 보니 아무 생각도 하지 못 했다"고 말합니다.

폐쇄적인 운동부 안에서 선배를 고발하기도 어렵습니다. 선택지는 두 개 였습니다. 문제를 제기하고 운동을 그만두거나, 입을 다물거나.

"문제는, 야구는 제 미래잖아요. 그만둘 수가 없잖아요."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신상을 밝히지 않고 글을 올리는 대부분의 피해자들과 달리 실명을 걸고 폭로를 한 이유가 있냐고 물었습니다. A씨는 "어차피 피해 내용을 보면 가해자들은 제가 누군지 안다"며 "끝까지 싸우자는 생각으로 글을 올렸다"고 말했습니다. 글을 보는 사람들이 진정성을 믿어주길 바랐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구단 측 "다각도로 사실관계 확인 중".. 해당 선수들은 부인

가해자로 지목된 B씨와 C씨는 A씨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구단 측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양측의 말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에, 당시 코치나 감독, 운동부 선수 등과 접촉해 진술을 듣고 있다고 합니다. A씨는 "아직 당사자들이나 구단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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