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은 잘 몰라도 '이세돌'이란 이름은 한번쯤 들어봤을 것입니다.
한국 바둑의 상징이었죠.
이세돌 9단이 지난 20일 프로기사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12살이던 1995년, 프로에 입문한 뒤 24년 4개월 동안 이룬 성취는 다 열거하기 힘듭니다.
신동, 불패소년, 쎈돌…별명도 화려했습니다.
반상 위에서만 강렬했던 것은 아닙니다.
한국 기원에 기사회 공제금 반환 소송을 걸며 바둑계의 기성 질서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판을 엎어라'라는 책 제목 그대로 불합리한 관습의 판을 엎으로 했는데요.
이런 강단 있는 태도는 그가 남긴 말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바둑은 남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은 방법으로 두어서는 최가가 되기 어렵다
남들과 똑같은 길을 가는 건
최고가 되기 위한 방법 가운데 가장 힘든 길이다
- 이세돌 < 판을 엎어라 >
2016년 알파고와 맞붙어서도 인간의 의지, 한계, 희망을 동시에 전하기도 했지요.
· 이세돌, 알파고 대국 전,
"저는 개인적으로 5대0(승리에) 자신있고요, 한 판이라도 진다면 알파고의 승리가 아닌가"
· 이세돌, 알파고와 1차전 패배후,
"진다고 생각 안 했는데 놀랐습니다. 알파고가 이렇게 완벽히 할 줄은 몰랐습니다."
· 이세돌, 알파고와 2차전 패배후,
"할 말 없을 정도 아닌가 싶습니다. 한순간도 앞섰다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 이세돌, 알파고와 3차전 패배후,
"이세돌이 패배한거지 인간이 패배한 것은 아니지 않나"
· 이세돌, 알파고 대결 1승4패로 마친 후,
"바둑은 즐기는 것이 기본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과연 제가 바둑을 즐기고 있나 하는 의문은 항상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알파고와 대국은 정말 원없이 마음껏 즐겼던 것 같습니다."
(JTBC 스포츠문화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