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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합류 의사 밝힌 홍준표…윤석열은 조건부 수용?

입력 2022-01-2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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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윤석열 후보에 선대본 합류를 두고 2가지 조건을 내걸었죠. 국정 운영 능력을 담보할 만한 조치를 요구했는데 그 중 하나로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의 재보궐 공천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당내 논란이 커졌고 윤 후보는 사실상 거절 의사를 표했습니다.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 전합니다.

[기자]

[JTBC '정치부회의'/지난해 12월 17일 : 위스키의 가격을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숙성'입니다. 어떤 숙성통에 담아 두느냐도 중요하지만요. 숙성 기간도 그에 못지않습니다. 오래 숙성할수록 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인데요.]

네, 지난 시간에 이어 박 마커의 주류학개론 3탄을 준비했습니다. 오늘의 술도 역시나 위스키인데요. 숙성 기간이 길면 왜 가격이 높아지는 걸까요? 오래 숙성할 수록 풍미가 깊어지는 것도 있지만요. 정확한 이유는 바로 'Angel's Share', 우리말로 천사의 몫 때문입니다. 숙성 중인 위스키에서 증발하는 술의 양을 뜻하는 말인데요. 기후 조건에 따라 매년 약 2% 정도가 증발합니다. 이 천사의 몫 때문에 몇 십년 이상 숙성하면 오크통이 거의 바닥을 드러낸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우리가 아는 발렌OO 30년이 비싼 겁니다. 반대로 말하면 너무 오래 묵혔다가는 천사에게 모두 뺏길 수도 있겠지요. 아끼다 똥 되는 경우인데요.

'줌 인'이 선정한 오늘의 인물, 이 섭리를 잘 알고 있는 분입니다. 경선 패배 이후 장기 숙성을 거치며 몸값을 높인 홍준표 의원인데요. 천사의 몫으로 다 증발되기 전에 구원 등판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JTBC '뉴스룸'/(어제) : 오늘 저녁 홍준표 의원과 서울 모처에서 만났습니다. 두 사람이 만난 건 경선 이후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홍 의원은 JTBC에 "윤석열 후보가 요청해서 만나는 것"이라며 "저녁 식사를 한다"고 했습니다.]

홍 의원, 어제(19일) 윤석열 후보와 저녁을 먹었다고 합니다. 윤 후보가 '원팀' 행보를 해달라고 홍 의원에게 요청해왔기 때문이라는데요. 홍 의원은 그동안 "이미 대구 선대위 고문을 맡고 있다"면서 전면적인 지원은 꺼려왔죠.

[홍준표/국민의힘 의원 (지난해 11월 8일) : 내 역할은 여기까지다, 전당대회에서 분명히 이야기했습니다. 비리 대선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이제 나설 때가 왔다고 판단한 모양인데요. 선대본부에 상임고문직으로 합류를 고려하고 있는 겁니다. 다만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이양수/국민의힘 선대위 수석대변인 : 어제 저녁에 선대위에 상임고문을 제안 드렸고 홍 후보께서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SNS에 올린 두 가지 조건을 올리셨습니다.]

조건은 두 가지라고 합니다. '첫째, 국정운영 능력을 담보할 만한 조치를 취해서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둘째, 처가비리를 엄단하겠다는 대국민 선언을 해달라'인데요. 망설이던 홍 의원이 이렇게 조건부 합류로 방향을 튼 이유는 뭘까요?

[홍준표/국민의힘 의원 (지난해 5월 10일) : 우선 양아치 짓, 망나니짓한 거 그것부터 무릎 꿇고 사죄를 하고 시작을 해야 옳은 게 아닌가. 그 녹음기 틀어버리면 찍어줄 사람 있겠어요?]

양아치가 대통령 되는 건 막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재명 후보를 가리킨 말이겠죠. 그럼 홍 의원이 내건 조건의 내용을 한 번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이양수/국민의힘 선대위 수석대변인 : 애매모호하게 저도 듣고 있어서 어떤 뜻으로 말씀하셨는지, 그거는 홍 전 대표님께 한번 확인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국정 운영을 담보할 능력, 그 부분이 공천할 사람을 추천할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인지는 그 글을 쓰신 홍 전 대표님께 한번 여쭤봐주셨으면…]

홍 의원이 각별히 자기 사람 2명을 챙겼다고 하는데요.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입니다.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에서 이 두 사람을 챙겨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홍준표/국민의힘 의원 : 종로에 최재형 같은 사람을 공천하게 되면 깨끗한 사람이고, 행정 능력 뛰어난 사람이고, 국정 능력을 보완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국정 능력을 담보할 수 있는 조치 중에 그런 사람들이 대선의 전면에 나서야지 선거가 됩니다.]

서울 종로에 최 전 감사원장, 대구 중·남구에 이 전 구청장을 전략 공천해야 한다는 건데요. 앞서 국민의힘 최고위는 서울 종로를 제외한 나머지 재보궐 지역구에서는 100% 국민참여경선으로 후보를 선출하기로 했죠. 지도부로서도 홍 의원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텐데요. 당장 당내에서는 반발이 나왔습니다.

[권영세/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 : 당의 지도자급 인사라면 대선 국면이라는 이 절체절명의 시기에 마땅히 지도자로서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합니다. 구태를 보인다면 지도자로서의 자격은커녕 우리 당원으로서의 자격도 인정받지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의 말인데요. 딱히 특정인을 꼽지는 않았지만 홍 의원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권영세/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 : 어제 우리 후보와 홍 (전) 대표 간의 만남에 대해서는 제가 더 특별히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어요. 액면 그대로 이해해 주세요.]

홍 의원도 권 본부장의 지적에 마음이 상한 모양입니다. 다소 거친 반응을 내놨는데요.

[홍준표/국민의힘 의원 : 만약 이견이 있다면 내부적으로 의논을 해서 정리를 했어야지 어떻게 후보하고 이야기한 내용을 가지고 나를 비난하고. 방자하다! 그건 방자하기 이를 데 없다.]

두번째 조건인 처가비리 엄단 선언도 윤 후보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왔습니다. 이미 윤 후보가 몇 차례 고개를 숙였기 때문이란 건데요.

[윤석열/국민의힘 대선후보 (지난 17일) : 어찌 됐든 많은 분들한테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선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편인 제가 좀 더 잘 챙기고 이렇게 했어야 되는데…경위 여하를 불문하고 이 보도되는 과정에서 어떤 상처를 받게 되신 분들에게는 송구하고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이미 서면으로 이야기를 했고…]

요새 윤 후보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분이죠.

이준석 대표, 윤 후보 대신 마이크를 잡았는데요. 가족의 비리에 대해서 이중 잣대를 적용하지 않는 건 앞서 윤 후보가 천명한 원칙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굳이 정치적 의미로 처가 비리 엄단을 선언하는 건 후보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으로 봤는데요. 특히 윤 후보의 기분이 상했을 수도 있다고 봤습니다.

[이준석/국민의힘 대표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저는 지금의 기조보다 후보가 더 낮게 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후보 입장에서 다소 불쾌하고 좀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은 후자에 대한 부분 아닐까. '나 이미 하고 있다' 또는 '여기에서 뭘 어떻게 더 하라는 거냐'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주변인이야 뭐라 하든 결국 중요한 건 윤 후보 본인의 뜻일 텐데요. 일단 홍 의원이 내건 조건 자체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양수/국민의힘 선대위 수석대변인 : 홍준표 전 대표님의 제언 취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홍 후보는 우리 당의 소중한 어른이자 함께 가야 할 동반자입니다. 홍준표 전 대표께서 SNS에 올리신 말씀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하고, 당연한 것이고 그리고 꾸준히 후보께서도 일관되게 그런 입장을 견제해 왔던 것이기 때문에 다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

다만, 공천 문제는 2가지 조건과 별개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는데요. 홍 의원이 요구한 국정 운영 능력 보완과 재보선 공천은 결이 다르다고 봤습니다.

[윤석열/국민의힘 대선후보 : 저는 공천 문제에는 직접 관여할 생각이 없습니다. 국정운영이라고 하는 것은 많은 전문가들이, 대통령이 부족한 부분들이 많지 않겠습니까? 많은 전문가들에 의해서 국정운영 명령이라는 게 보완 되는 것이고. 그런데 국회의원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사람이 공천되느냐, 어떤 방식으로 공천을 하느냐 하는 것은 정권의 획득을 목적으로 설립된 정당 아니겠습니까. 그 정당이 선거에 임하는 태도와 방식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것이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조건을 받아들인다고 했지만요. 공천 요구에 대해선 거절 의사를 밝힌 건데요. 조건을 받아들인 것도 그렇다고 안 받아들인 것도 아닌 모호한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이런 수용은 없었다. 이것은 거절인가 수용인가' 같은 느낌이죠. 그러면서도 홍 의원이 선대본부에 합류할 것이라는 희망사항을 드러냈습니다.

[이양수/국민의힘 선대위 수석대변인 : 그 두 가지 조건에 대해서 후보와 선대위는 깊이 공감하고 그리고 일관된 같은 입장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홍 후보께서도 적극적으로 우리 선거에 참여해서 정권교체에 애써주실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글쎄요. 지금 홍 의원의 기분으로 봐서는 100% 장담하기는 어려울 듯한데요. 어쨌든 홍 의원 스스로도 구원 등판을 해야할 시기라고 본 만큼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거 같습니다. 등판을 더 늦추다가 천사의 몫으로 다 증발해버리면 몸값이고 뭐고 없을 테니까요.

오늘 줌 인 한 마디 정리합니다. < 조건부 합류 의사 밝힌 홍준표…윤석열은 조건부 수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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