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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 맞아도 집단면역 어렵다…백신접종률 70%의 허상

입력 2021-08-19 09:54 수정 2021-08-19 15:53

정부, 집단면역 목표 '접종률 70%' 제시
델타 변이 확산으로 집단면역 어려워져
"접종만으로 어렵다고 국민에 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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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집단면역 목표 '접종률 70%' 제시
델타 변이 확산으로 집단면역 어려워져
"접종만으로 어렵다고 국민에 알려야"

[※ 최승훈의 넘버최크 : JTBC 최승훈 기자가 코로나19와 관련된 중요한 숫자(Number)의 의미를 확인(Check)해본다는 의미입니다.]

정부는 지난 1월 집단면역 목표를 처음으로 알렸습니다. 전 국민의 70%가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는 10월이면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여러 번 설명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10월이면 전 국민의 70%가 2차 접종까지 완료할 것”이라며 “목표 접종률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습니다.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제76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습니다.

■ 전 국민 접종해도 집단면역 어렵다
하지만 JTBC가 분석해보니 70%는커녕 전 국민이 백신을 맞아도 집단면역을 얻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 세계를 집어삼킨 '델타 변이' 때문입니다. 최근 영국과 이스라엘에서는 신규 검사의 90% 이상이 델타 변이로 확인됐습니다. 미국에서는 83.7%로 최근 점유율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의 발표[1]에 따르면, 최근 1주일 동안 국내 감염자의 86.9%에게 변이가 검출됐고, 이 중 85.3%는 델타 변이에 감염됐습니다. 확진자의 74.1%(= 86.9% × 85.3%)는 델타 변이에 걸렸다는 의미입니다.

 
전 세계 코로나19 신규확진자, 사망자, 알파 및 베타 변이 발생현황(2021년 7월 21일 기준)전 세계 코로나19 신규확진자, 사망자, 알파 및 베타 변이 발생현황(2021년 7월 21일 기준)

■ 델타 변이, 전파력↑ 백신 효과↓
문제는 델타 변이의 전파력이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입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분석[2]에 따르면, 비변이 바이러스의 기초 감염재생산지수는 약 2.5입니다. 감염자 1명이 또 다른 2~3명에게 전파한다는 뜻입니다. 인구 70%가 백신을 맞으면 전파의 고리를 끊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델타 변이의 기초 감염재생산지수는 5 이상입니다. 감염자 1명이 5명 넘는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립니다. 백신의 예방 효과도 떨어뜨립니다. 임상시험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비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62%[3], 화이자 백신은 95%[4] 예방 효과를 보였습니다. 질병관리청이 영국, 스코틀랜드, 캐나다 연구 결과를 종합한 결과[5], 델타 변이에 노출되면 이 효과가 3~20% 감소했습니다. 2차 접종 시 AZ 백신은 60% 이상, 화이자 백신은 79% 이상 예방 효과가 있었습니다.
 
백신별, 접종 차수별 예방접종 후 델타 변이에 대한 감염 및 입원, 사망 예방효과(%, 95% 신뢰구간)백신별, 접종 차수별 예방접종 후 델타 변이에 대한 감염 및 입원, 사망 예방효과(%, 95% 신뢰구간)

■ 인구 114% 접종해야 유행 차단
이처럼 델타 변이의 강한 전파력과 백신을 회피하는 능력 때문에 인구 70%가 백신을 맞아도 감염의 고리를 끊을 수 없습니다. 실제 면역을 얻는 비율이 인구의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백신을 맞은 인구 70% 가운데 델타 변이에 예방 효과가 나타난 사람을 약 70%(AZ 백신 60%와 화이자 백신 79%의 평균)로 보면, 델타 변이에 면역을 갖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49%(= 70% × 70%)뿐입니다.

따라서 델타 변이 확진자가 감염시킬 수 있는 사람은 5명에서 그 절반인 2.5명으로 줄어듭니다. 즉, 유효 감염재생산지수는 2.5가 됩니다. 비변이 바이러스가 거리두기 없이 퍼질 때의 전파력과 같습니다. 백신의 공격을 바이러스가 변이로 방어한 셈입니다.

감염의 고리를 끊어내려면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아야 할까요? 국제학술지 랜싯에 실린 연구 결과[6]를 근거로 계산해봤습니다. 집단면역을 얻기 위한 접종률 공식 [1 - 1 / R0] / ε에 델타 변이의 기초 감염재생산지수 R0 = 5, 백신의 예방 효과 ε = 70%를 대입하면 114%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인구의 100% 이상이 백신을 맞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까, 전 국민이 백신을 맞아도 집단면역을 얻을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JTBC 취재진이 국제학술지 랜싯에 실린 연구결과를 근거로 집단면역을 얻기 위한 목표 접종률을 계산했습니다.JTBC 취재진이 국제학술지 랜싯에 실린 연구결과를 근거로 집단면역을 얻기 위한 목표 접종률을 계산했습니다.

■ 70% 매달리지 말고 방역 대책 다시 세워야
정부도 집단면역을 얻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목표 접종률을 다시 검토하겠다는 설명만 냈습니다. 김기남 접종기획반장(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지난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집단면역에 필요한 접종률은 변이 바이러스 동향 등을 추가로 보면서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금이라도 70% 접종으로는 집단면역이 힘들다는 점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정재훈 교수(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는 “백신 접종만으로 우리가 말하는 집단면역 수준의 이상으로 도달하기는 어려워진 상황”이라면서 “그게 끝이 아니라는 점을 지속해서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국민 70%가 접종을 마치기로 한 10월 이후, 정부의 방역 전략은 비어있습니다. 이제 70%라는 목표에 매달리기보다는 현실적인 방역 대책을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자료 출처〉
[1] http://www.kdca.go.kr/board/board.es?mid=a20501000000&bid=0015&list_no=716532&cg_code=&act=view&nPage=1
[2] https://www.cdc.gov/coronavirus/2019-ncov/php/contact-tracing/contact-tracing-plan/prioritization/mathematicalmodeling.html
[3] https://nedrug.mfds.go.kr/pbp/CCBBB01/getItemDetail?itemSeq=202101249
[4] https://nedrug.mfds.go.kr/pbp/CCBBB01/getItemDetail?itemSeq=202102048
[5] https://kdca.go.kr/board/board.es?mid=a20602010000&bid=0034&list_no=716491&act=view
[6] https://www.thelancet.com/article/S0140-6736(20)32318-7/full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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