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가족인데 급하니 빨리 돈 보내 달라는 전화 사기는 이제 많이들 알고 계실 텐데요. 그런데 코로나19 이후로 비대면 상황을 이용한 새로운 전화 사기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 계좌가 열리고, 수천만 원이 빠져나가는 황당한 상황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 정원석 기자가 알려드립니다.
[기자]
서울 노원구의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김종례 씨는 지난달 말 3억 원대 사기를 막아냈습니다.
문 닫기 10분 전 전세 보증금을 입금한 손님이 신용카드를 쓴 적이 없다고 항의하는 통화 내용을 듣고 피싱 사기인가 싶어서 계좌를 바로 확인해본 겁니다.
[김종례/우체국 직원 : 3억6천만원이 들어와 있었고, 그사이에 5천만원이 이체됐더라고요. 들어왔는데, 5천만원이 이체됐습니다 그랬더니 고객님이 깜짝 놀라셨어요, 자긴 그렇게 한 적 없다고.]
김씨가 급하게 다른 은행에 지급정지를 요청해서 다행히 실제 피해는 막을 수 있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손님은 이날 오전 아들로부터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는 메시지를 받습니다.
급하게 결제할 일이 있다며 신용카드와 신분증 사진을 보내달라더니 스마트폰에 앱 하나를 깔아달라고 했습니다.
이것만으로 사기범이 카드 결제도, 5천만 원 이체도 할 수 있었던 겁니다.
코로나19 유행과 핀테크 발달이 겹치면서 신분증과 신용카드 정보만 있으면 은행에 가지 않고 쉽게 계좌를 열 수 있습니다.
일단 계좌를 열면 '오픈뱅킹'을 통해 다른 금융 계좌까지 한 번에 볼 수 있고 이체도 가능합니다.
여기에 원격조종앱으로 피해자의 스마트폰을 조정해 돈을 빼내 가는 겁니다.
신분증, 신용카드나 계좌 정보를 확인 없이 넘겨선 안 됩니다.
앱도 무심코 깔면 큰일 납니다.
보이스피싱은 수법이 많이 알려지면서 사기 피해액이 크게 줄었습니다.
하지만 메신저를 이용한 사기는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비대면 계좌를 개설할 때 본인인지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 중입니다.
(영상디자인 : 정수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