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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도신공항 타당성조사 수순…국토부 '자기논리 뒤집기' 봉착

입력 2021-03-09 11:13

국토부, 추진 TF단 발족해 사전타당성조사 준비…"국토부 자신과의 싸움" 평가도
2016년 조사 땐 가덕도 최하위…전문가 "과거와 결론 바뀔 가능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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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추진 TF단 발족해 사전타당성조사 준비…"국토부 자신과의 싸움" 평가도
2016년 조사 땐 가덕도 최하위…전문가 "과거와 결론 바뀔 가능성 낮아"

가덕도신공항 타당성조사 수순…국토부 '자기논리 뒤집기' 봉착

국토교통부가 '가덕도 신공항 건립 추진 태스크포스(TF)단'을 발족하며 가덕도 신공항 건립을 위한 준비작업에 본격 착수했지만, 실제 착공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TF단은 가덕도 신공항 사전타당성조사(사타)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하위법령 정비 등의 작업에 조만간 착수할 예정이다.

◇ 신공항 추진 두고 "오늘의 국토부가 어제의 국토부와 대결하는 꼴"

국토부 안팎에서는 TF단 운영을 두고 "오늘의 국토부가 어제의 국토부가 대결하는 꼴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린 바 있는 국토부가 자신의 과거 논리를 하나하나 뒤집으며 새로이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 속에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마당이어서, 국토부는 다른 선택지 없이 차질 없이 특별법을 집행해야 한다.

우선 국토부는 사타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심사 과정에서 확보한 20억 원의 용역비를 재원으로 신공항 건설의 타당성을 조사하는 작업이다.

국토부는 아직 구체적인 사타 진행 시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타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 계속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당에서 신공항 건설을 서두르는 만큼 늦어도 올해 하반기에는 사타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사타 과정은 수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덕도는 2016년 국토부가 프랑스 파리공항 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의뢰한 사타에서 신공항 입지 후보지 중 최하위 점수를 받은 바 있다.

ADPi가 접근성, 소음·환경보호, 프로젝트 완료·실현 가능성 등에서 각각 가중치 적용에 따라 3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 점수를 매겼더니 김해공항 확장안과 밀양에 이어 3등을 차지한 것이다.

당시 보고서에서 ADPi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고, 시공 리스크가 있으며, 산지 절토·매립 등으로 자연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또 가덕도 신공항은 김해공항과 근접해 있어 항공교통 업무 관리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어업 등 지역경제 활동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보고서에 나와 있다.

이보다 앞서 2008년 국토연구원이 진행한 신공항 타당성·입지조사에서는 경제적 타당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이 밀양 0.73, 가덕도 0.7로 나와 두 곳 모두 1을 넘지 못한 것이다.

가덕도 신공항의 문제점은 이번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됐다.

특히 국토부는 사타의 중요성을 국회에 설득하기 위해 만든 보고서에서 가덕도 신공항의 문제점을 안정성, 시공성, 운영성, 경제성 등 7가지 항목으로 조목조목 짚은 바 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진행될 사타에서 기존 보고서를 뒤집는 결론이 나와야 하는데, 여당이 원하는 결론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2016년에 진행된 사타 보고서에서 가덕도는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쟁점별로 정리가 돼 있다"며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내용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타에서는 입지를 가덕도로 한정 지어 조사를 진행하는 만큼 과거보다 한층 더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과연 팩트에 충실한 보고서가 나올 수 있을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또 "어떤 기관이 사타를 진행하든지 간에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하고 사타 결과에 따라 주무 부처인 국토부가 사업의 타당성을 면밀하게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답정너'식 추진", "끼워 맞추기" 우려 벌써부터 나와

사타는 공항 건설의 필요성과 경제성, 안전성 등을 따지는 절차로, 보통 1년가량이 걸린다.

정치권은 당초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 사타를 간소화하는 조항을 넣으려 했으나, 국토부가 사타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주장해 사타 간소화와 관련한 조항은 특별법에서 빠졌다.

사타에 착수하면 계획 수립 이전에 경제, 기술, 사회 및 환경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적정성을 검토해야 한다.

다만 국토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사타를 통해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돼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가덕도 신공항 사타를 어떤 기관에서 진행할지도 관건이다.

2016년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사타를 진행한 곳은 세계적인 공항 전문 기관인 프랑스의 ADPi였다.

신공항 유치를 위한 지역 간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신공항을 두고 이해관계가 얽힌 대구·울산·부산·경남·경북 시도지사들이 외국 전문기관에 의뢰해 결정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었다.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사타가 객관성과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은 기관에서 진행될 경우 '졸속 논란'이 계속 불거질 수밖에 없다.

또 일각에서는 여당이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해) 식으로 사업을 밀어붙이는 만큼 '끼워 맞추기'식으로 사타가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는 최대한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면서도 공항이 갖춰야 할 안전성과 기능성을 사업 초기부터 면밀히 검토해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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