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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징어게임' CG 몰라줘 감사…'잘 속였구나' 안도했죠"

입력 2021-10-27 17:56 수정 2021-10-2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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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징어게임' 메인 CG·VFX 걸리버 스튜디오 정재훈 사장 인터뷰
| "황동혁 감독 대단한 창작자…스태프 일조 영광"
| 퀄리티 컨트롤 엄격한 넷플릭스, 美서 픽셀 하나까지 모니터링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메인 CG·VFX 제작 걸리버 스튜디오 정재훈 사장 | 사진=씨제스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메인 CG·VFX 제작 걸리버 스튜디오 정재훈 사장 | 사진=씨제스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최선을 다한 자리에 기다렸다는 듯 찾아 온 기회이기도 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황동혁 감독)'의 글로벌 신드롬은 반응을 즉각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오징어게임' 팀 뿐만 아니라, 한국 콘텐트 산업 전반에 큰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그 중심에는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할리우드 부럽지 않게 성장한 국내 시각·특수효과 기술력도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찍이 톱 반열에 오른 능력이다. 한한령 직전 중화권 한류 바람이 불 당시에는 중국발 작업 요청도 쇄도했다. 잠시 막혔나 싶었던 길이 방향을 바꿔 더 넓은 시장으로 안내 된 상황. 열정과 노력으로 일궈낸 성장이다.

'오징어 게임'의 메인 CG·VFX를 담당한 걸리버 스튜디오 역시 글로벌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황동혁 감독이 치아가 6개나 빠질 정도로 고뇌하던 시간, 걸리버 스튜디오의 정재훈(47) 사장도 밤 잠 못 이뤄가며 먼지만한 옥에 티조차 발굴되지 못하게 작업에만 매달렸다. 새롭게 창조해내야 했던 '오징어게임' 세계관. 그 결과는 열광적 호응으로 되돌아왔다.

누구든, 대부분은 "알아줘서 감사하다" 말하지만 정재훈 사장은 "몰라줘서 고맙다"는 인사만 여러 번 강조했다. 혹여 한 장면이라도 캡처돼 둥둥 떠다닐까, 'CG 때문에 망했다'는 소리를 들을까 그저 조마조마했다는 마음이다. 80여 개국으로 공개되는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점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실수를 용납할 수 없었던 노력이 '보는 맛 있다'는 호평을 줄잇게 만들었다.

과거에는 '저 장면은 CG야'라고 콕 집어낼 수 있었다면, 이제는 작품 전반을 진두지휘하는 CG·VFX 기술이다. 정재훈 사장도 "어느 순간부터 'CG 한다'가 아니라 '영화 한다'는 말을 하게 되더라"며 "단순히 CG 업자로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시나리오를 파고 들고 콘텐트가 승리하면 기술도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VFX 슈퍼바이저로 처음 이름을 올렸던 '황해'를 시작으로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남한산성'(2017) '도굴'(2020) '방법: 재차의'(2021) 등 다양한 장르, 수 많은 작품에서 내공을 쌓은 정재훈 사장은 '오징어게임'으로 큰 꼭지점 하나를 찍었다. 완성도 높은 결과물로 자랑스러운 국내 기술력을 알린 그는 "좋은 작품에 스태프로 일조할 수 있었다는 것이 영광스럽다"고 인사했다.

-'오징어게임'의 글로벌 화력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반짝 인기가 아닐 뿐더러 이젠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됐다.
"워낙 시나리오가 좋았고,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황동혁 감독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작품이 잘 될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의 반응은 솔직히 상상하지 못했다. 우리도 놀라고 있다."

-최초의 콘텐트부터 시선을 잡아끌게 만든 VFX의 힘이 분명 크다.
"작업을 하면서 직원들에게 입버릇처럼 이야기 했던 것이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콘텐트가 전세계적으로 소비되는 시대가 왔다. '오징어게임'은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해 80여 개 국에 소개가 될테니 그림 한 장 한 장 잘하자'는 것이었다. 거의 주입, 세뇌를 시켰다.(웃음) 그 마음과 노력이 현실화 된 결과에 고생한 만큼 기쁜 것이 사실이다."

-해외 반응도 살펴봤나.
"정말 신기하게도 (CG·VFX에 대해서는) 아무 반응이 없다. 없어도 너무 없다. 우리가 미처 잡아내지 못한 장면이 캡처되고 이리저리, 그것도 글로벌하게 퍼져 '밤마다 이불킥을 하면 어쩌나' 겁도 났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더라. CG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을 안 하는 모습에 '잘 속였구나' 안도하기도 했다. 몰라봐줘서 오히려 감사하다. 조마조마한 시간을 보냈다. 하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메인 CG·VFX 제작 걸리버 스튜디오 정재훈 사장 | 사진=씨제스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메인 CG·VFX 제작 걸리버 스튜디오 정재훈 사장 | 사진=씨제스

-그만큼 완벽하게 '오징어게임' 세계관을 구현해 냈다는 것일텐데. 작업 자체의 결과에 대한 만족감도 클 것 같다.
"작업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가짜 같아 보이면 안 된다. '이 드라마 CG 때문에 망했다'는 소리를 들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컸다. 매 맞는 기분으로 밤을 새고 또 샜다. 밤새 영상을 보면서도 '어떡하지? 자꾸 뭐가 보이네'의 반복이었다.(웃음) 사실 콘텐트 자체에 집중되고, 연출적인 부분이 뛰어나면 다른 것은 눈에 잘 안 들어오기 마련이다. 재미가 없을 때 옥에 티도 보인다. '오징어게임'은 애초 몰입도가 높은 작품이라 그 덕도 본 것 같다. 아주 만족하고 있다."

-CG·VFX 부분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어떻게 구현하면 좀 더 재미있겠다'는 그림이 그려졌나.
"일단 황 감독님이 생각하는 콘셉트가 명확했다. 현실 사회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유아적 공간이 있으면서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또 굉장히 잔혹한. 한 마디로 정의하면 '공포심을 부르는 놀이방'이었다. 처음엔 456명이 한꺼번에 머무르면서 게임을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공간의 규모가 커야했고, 옛 시절을 떠오르게 만드는 게임에 맞춰 어린이 놀이터 같은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필요했다. 상하좌우로 보여져야하는 스케일의 정도가 있었기 때문에 CG로 구현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미술팀과 협업도 중요했을 것 같은데.
"아트의 전체적인 콘셉트는 미술 감독님이 다 잡았다. '이렇게 일하다가는 사람이 죽겠구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아이디어를 내주셔서 진심으로 감동 받았다. 밑그림을 바탕으로 세트장 안에서 구현할 것과 CG로 표현할 것을 잡아가면서 서로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예를 들어 '미로 같은 계단을 오르 내리는건 한 10층 정도 높이로 설정하자'고 하면 우리가 그림을 연장시키고 사람도 CG로 채워 넣었다. 그런 부분들을 같이 만들어 나갔다."

-'오징어게임' CG·VFX 작업에 총 몇 명이 투입돼 어느 정도의 기간이 걸렸나.
"우리 회사에 아티스트가 한 90명 정도 있다. 전원 투입됐다. 워낙 분량이 많았기 때문에 모두가 매달렸다. 쓸고 닦아야 하는 것들도 많아 함께 한 외주 업체, 협력 업체도 있다. 기간은 '오징어게임' 제작 기간과 비슷하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촬영을 하기 전부터 기획에 참여했고, 촬영을 하고 있을 때도 작업이 동시에 돌아갔기 때문에 후반 작업까지 결코 짧지는 않았다."

-표현하기 가장 힘든 장면은 무엇이었나.
"아티스트들이 힘들어했던 부분은 '돼지 저금통'이었다. 사실 돼지 저금통을 실제 소품으로 만들어 찍었다. 다만 크기가 워낙 큰데다가 아크릴로 만들다 보니 조금만 건드려도 흠이 생기더라. 이동까지 해서 찍으면 투명한 아크릴이 투명하지 않고 아예 하얗게 보였다. 그래서 '타이트하게 찍은 세 컷 정도만 쓰고 나머지는 그냥 만들자'고 했다. 떨어지는 돈도 한 장 한 장 다 골라냈다. 공간이나 군중도 생각하는 것보다 CG가 많이 들어갔지만, 그런 신은 최근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하고 있어 어느 정도 숙련이 돼 있다. '오징어게임'으로 보면 돼지 저금통이 아무래도 공이 많이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작업이었다."

-공간에서 천진난만함과 기괴함이 동시에 느껴진 것도 신선했다.
"1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콘셉트를 잡을 때, 처음엔 아주 알록달록한 디자인도 있었다. 456명이 처음 들어와 이상한 침실 같은 곳에 있다가 딱 나갔는데 알록달록한 장소와 마주한다? 관객 입장에서 반감을 느낄 것 같더라. 완충지대가 있어야 할 것 같아 고민을 많이 했다. 사실 '그거 그냥 빈 벽에 그리면 되지 뭘 CG로 했어'라고 할 수도 있다. 황동혁 감독님도 처음엔 판단을 유보하고 싶어 하셨다. 근데 벽에 그림만 잔뜩 그려 놓으면, 아예 실사로 만드는 벽이라면 모를까, 오히려 너무 가짜처럼 보일 것 같기도 했다."

-관객을 설득해야 하는, 애매한 경계를 잡아가는 지점도 어려웠겠다.
"맞다. 1화 보고 '유치해, 이상해. 안 볼래' 하면 그냥 끝난다.(웃음) 흡사 트루먼 쇼처럼 처음 들어갔을 때 가짜인지 진짜인지 모두가 혼란스럽기를 원했다. 1화가 그렇게 가다 보니 9화도 모두 CG가 돼야 했다. 인원이 확 줄어들었고, 비도 뿌려야 했기 때문에 촬영은 조금 더 작은 공간에서 하고 CG로 크기를 맞췄다. 인형과 흙탕물 연장까지 다 CG로 처리했다. 그런 장면들에도 많은 고민과 시간, 노력이 할애됐다. 그래도 다들 게임장의 공간을 많이 좋아해 주셔서 행복하고 기억에 남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메인 CG·VFX 제작 걸리버 스튜디오 정재훈 사장 | 사진=씨제스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메인 CG·VFX 제작 걸리버 스튜디오 정재훈 사장 | 사진=씨제스

-넷플릭스와의 협업은 어땠나.
"잘 아시겠지만 연출 등에 대해서는 전혀 터치하지 않는다. 다만 퀄리티 컨트롤은 엄격하다. 기술적인 부분은 사전에 같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작업 영상도 미국까지 보내면 망가진 픽셀 하나하나를 다 잡아낸다. 그들도 좋은 콘텐트를 완성시키기 위해 필요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 같다."

-황동혁 감독과는 '수상한 그녀' 때부터 호흡을 맞췄다. '오징어게임'을 하면서 치아가 6개나 빠졌다는 고생담을 털어놓기도 했는데, 참여한 모든 이들의 능력과 노고를 최대치로, 잘 뽑아낸 작업이 된 것 같다.
"'수상한 그녀'를 할 때도 '오징어게임'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전부터 존재했던 기획이었기 때문에 신림동에서 소주 한 잔 하면서 자연스럽게 듣게 됐고 '이런 시나리오도 있다' 정도만 알았다. 이후 프리 프로덕션을 진행할 때 본격적으로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관객 입장에서 봐도 너무 좋더라. 이미 좋았던 시나리오가 촬영을 하는 과정에서 훨씬 더 좋아졌다. 그만큼 황동혁 감독님의 고생이 이루 말 할 수 없었고, 옆에서 보면 정말 치아가 빠질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매일 같이 고민을 했다. 많은 등장인물 한 명 한명에 서사를 심고, 인물 관계를 촘촘하게 설정했는데, 혹여 대사 몇 마디로 풀기엔 전달이 잘 안 될까 계속 수정하고 변경하면서 최고의 지점을 찾아내더라."

-필모그래피가 말해주는 감독으로 유명하지만 '오징어게임' 팀은 특히 더 '황비어천가'를 쏟아내더라.
"하하. 황동혁 감독님과 작업하면 누구라도 '좋다'고 하지 않을까. 감독님 스타일이 일단 사람을 몰아 세우지 않는다. 안 되는 것은 같이 고민하고, 의견도 많이 들어준다. 그런 부분에서 배우는 물론 스태프들도 힘들게 하지 않는다. 촬영도 필요한 부분만 딱 찍는다. '수상한 그녀' 때는 회차를 줄여 휴차가 생기기도 했다. 본인 머릿 속에 있는 콘티가 카메라에 담기면 거기서 끝인 것 같더라. 또 현장에서 큰 소리나는걸 워낙 싫어하셔서 늘 분위기가 좋은데 결과적으로 작품까지 잘 나오게 한다. '수상한 그녀'를 비롯해 '도가니' '남한산성' '오징어게임'까지 장르도 모두 다르지 않나. 이안 감독 같은 느낌도 있다. 대단한 창작자다."

-'오징어게임'을 통해 해외 러브콜도 많이 받을 것 같은데.
"그냥 문의만 들어오는 정도다. '러브콜 쇄도'라는 식으로 조금 와전 됐는데 실제로 그랬으면 좋겠다. 하하."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는 일찍부터 한국에 CG·VFX 요청을 많이 했던 것으로 안다.
"일본도 있었지만 한동안 중국 작업량이 정말 많았다. 다만 최근 몇 년 동안에는 한한령 때문에 교류가 줄었고, 우리도 문의가 왔을 때 더 꼼꼼히 따져 보려고 한다."

-OTT 플랫폼까지 들어오면서 우리나라 제작 콘텐트만 맡아도 과부화일 것 같다.
"맞다. 웬만하면 우리나라 작품을 하려고 하고, 최우선으로 신경쓸 수 밖에 없다. 제작되는 작품, 특히 CG·VFX를 필요로 하는 작품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졌다. 무엇보다 '오징어게임'이 탄생했듯, 이제는 잘만 하면 단계별로 더 올라가는 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콘텐트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 됐다는게 대단한 것 같다."

-시발점과 방점을 동시에 찍고 있는 느낌이다.
"콘텐트를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에 예전부터 해외 반응이나 문화 산업 전반에 관심이 많았다. 사실 어느 한 계기로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서로 올려주고 또 올려주면서 기류에 편승하게 됐다고 본다. 물론 이렇게 빠르게 문화 현상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지만, 그런 작품의 스태프로 일조할 수 있었다는 것이 영광스럽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메인 CG·VFX 제작 걸리버 스튜디오 정재훈 사장 | 사진=씨제스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메인 CG·VFX 제작 걸리버 스튜디오 정재훈 사장 | 사진=씨제스

-VFX 슈퍼바이저로서 참여했던 첫 작품은 무엇인가.
"제대로 이름을 올렸던건 나홍진 감독님의 '황해'다. 이전에도 몇 작품 참여하긴 했지만 CG 분량이 많지 않아서 본격적으로는 '황해'가 첫 영화다. 감독님과 이런 저런 고생도 많이 했고.(웃음) 기억에 남는다."

-영화가 좋아서 시작한 일인가.
"아주 처음엔 CG가 좋아서 시작했다. 어렸을 땐 컴퓨터 그래픽이 좋았고, 시간이 지나 경험이 쌓이면서 영화가 좋아지더라. 내가 작업자 출신인데, CG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영화의 도구 중 하나다. 그림을 그릴 때 연필로 그릴 수도 있고, 크레파스로도 그릴 수 있지만 재료가 무엇이든 아티스트의 능력이 발현돼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플롯에 따라 그림을 연결 시키고, 시퀀스의 미쟝센을 고민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CG 한다'고 하지 않고 '영화 한다'고 말하게 됐다. 물론 과거에는 CG라는 자체가 불모지였기 때문에 상황에 따른 생각의 변천 과정이 있었다. 어떤 한 팀이 그림 한 장 잘 그렸다고 해서 영화가 뜨는 것은 아니다. 콘텐트와 감독이라는 연출 기둥, 배우, 기술 스태프들이 웰메이드함을 추구했을 때 좋은 작품이 나온다."

-3년 전 걸리버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과거 국내 CG·VFX 회사라고 하면 크게 디지털 아이디어와 덱스터 스튜디오가 있었다. 각 회사마다 200~300명의 아티스트들이 작업을 했는데, 이 업이 굉장히 노동집약적이고 기술집약적인, 어떻게 보면 제조업이다. 일에 대한 수주가 일정치 않다. 그래서 인원이 많은 회사들이 버티기가 힘들다. 상장 하기도 힘들지만, 상장을 해도 지속적으로 꾸려 나가지 않으면 어렵다. 할리우드에서도 작품이 잘 됐는데 사라진 회사들이 많다. 이안 감독이 '라이프 오브 파이'를 만들었을 때 CG 회사는 망했다. 인력은 고급 인력에 프로그램 장비는 비싸니까. 기본적으로 우리는 100명 이내로 '잘하는 종목 한가지를 잡고 간다'는 목표였다."

-한가지를 무기로, 걸리버 스튜디오만의 방향성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VFX 산업도 할리우드의 추세로 가고 있다. HBO '왕좌의 게임'을 보면 각 프로덕션이 일을 나눠서 가져간다. 우리나라도 '승리호' 같은 프로젝트가 나오면 일을 나눈다. 그 중에서도 걸리버는 캐릭터 쪽에 비중을 두고 가려고 한다. 관련 RND(Research and development, R&D) 팀도 따로 있다. 스페인 분인데 로저 블랑크 박사님을 주축으로, 노동 집약적인 작업은 줄이고 캐릭터와 관련된 퀄리티를 올릴 수 있는 회사로 끌고 나가고자 한다. 기술력과 퀄리티로 승부를 보면서 좋은 작품들을 선보이고 싶다. 작품에 대한 열정이라면 열정이라고 해야 할까? 단순히 CG 업자로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시나리오를 파고 들고 콘텐트가 승리하면 기술도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결정된 차기작은 마동석의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다.
"최근 촬영을 마쳤고 아직 후반 편집을 하고 계셔서 우리도 밑작업을 시작한 단계다. 그 외 아직 공개할 수는 없지만 영화와 OTT 드라마 등 여러 작품을 검토 중이고 이야기 하고 있다. 또 좋은 결과물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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