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욕하고 침 뱉고…마르지 않는 '경비노동자의 눈물'

입력 2021-06-15 09:03 수정 2021-06-15 09:05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입주민의 폭행에 시달리던 한 경비노동자가 세상을 떠난 게 지난해 4월이었고요. 이런 일은 없어야 한다고 여러 방안들이 나왔지만, 여전히 이들의 눈물은 완전히 마르지 않고 있습니다. 경비노동자들이 어떤 일들을 겪고 있는지 서울의 한 주상복합에서 일어난 일을 보여드리려고 하는데요.

강희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50대 경비 노동자 이모 씨는 지난해 몸과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일하던 주상복합의 입주민 A씨로부터 '갑질'을 당한 다음입니다.

[휴대전화 녹취 (2020년 12월 30일) : 그 나이 먹도록 너 뭐 했냐? 아파트 너 있어? 너 돈 있어? 모자란 XX. 멍멍 짖어봐, XXX. 짖으면 내가 봐줄게.]

20대인 A씨는 자신의 민원을 빨리 해결해주지 않는다며 욕설을 쏟아냈습니다.

[휴대전화 녹취 (2020년 12월 30일) : 내가 입주민이다, XXX야. 가서 고치라고. 내가 민원을 넣었으면 XXXX야. 빨리빨리 해야 될 거 아니야.]

다른 날의 갑질도 CCTV에 담겼습니다.

흥분한 A씨 때문에 다른 직원들도 안절부절합니다.

말려도 보지만 A씨는 주먹까지 쥐어 보이며 위협합니다.

참다못한 이씨는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그러자 A씨는 경비실로 찾아와 이씨에게 침까지 뱉었습니다.

[휴대전화 녹취 (지난 1월 21일) : 퉤. XXX가 X지려고. 퉤. 휴지로 닦는 거 봐.]

이씨는 결국 3개월 만에 경비일을 그만뒀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A씨 갑질에 떠나간 경비노동자가 지난 3년 동안 4명이나 더 있었습니다.

다른 피해 노동자가 쓴 진술서입니다.

A씨가 이유 없이 폭언을 한 건 물론이고, 자신의 이 건물 1층에 운영하는 카페 앞을 10분마다 순찰하라고 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또 다른 경비노동자는 출근할 때마다 A씨만 생각하면 심장이 불안정하게 뛰어 퇴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A씨 갑질에 그만둔 경비노동자 중 60대 B씨를 직접 만났습니다.

어렵게 얘기를 꺼낸 B씨는 여전한 공포감에 집 밖에 나오기도 힘들다고 했습니다.

[B씨/피해 경비노동자 : (A씨가 오면 피하고) 안 쳐다보려고 발자국 소리까지 내가 귀에다가 저장해 놓고 (A씨가) '갈비뼈 몇 대 부러뜨린다'는 둥 생명의 위협도 느껴지더라고요.]

당시 심경을 메모장에 고스란히 적어뒀다는 B씨는 안타깝게도 자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B씨/피해 경비노동자 : (일을 그만둬서) 집사람한테 굉장히 미안해요. '나는 항시 을이야 을, 을' 굳게 마음먹었는데 그게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요.]

JTBC는 경찰에 신고한 이씨에게도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이씨는 "여전히 두렵다"며 거절했습니다.

A씨는 현재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재판에 넘겨진 상태입니다.

취재진은 A씨에게 왜 그런 폭언을 했는지 입장을 여러 차례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VJ : 최준호 / 영상디자인 : 김윤나 / 인턴기자 : 김주형·정아임)
 
 

관련기사

차 빼라 했다고 5년 갑질한 입주민…그만둔 경비원만 10여 명 "남탓만 한다"…'경비원 폭행' 아파트 주민 2심도 징역 5년 '최희석' 그 후 1년…대책 쏟아냈지만 현실은 그대로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