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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체크] 무법지대 무인매장…주인은 '잠복'까지 나섰다

입력 2022-04-23 18:40 수정 2022-04-23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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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무인점포, 동네마다 한두 개쯤은 있을 정도로 빠르게 늘고 있는데요. 그만큼 절도 사건도 덩달아 늘었습니다. 가게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 없다 보니 대놓고 털어가는 거죠. 그러다 보니 가게 주인들이 '잠복 근무'를 하는, 무인점포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데요.

크로스체크 서준석, 조보경 기자가 이 문제를 집중 취재했습니다.

[기자]

부산의 한 무인점포.

검은색 마스크와 후드를 입은 남성이 들어옵니다.

가위를 꺼내 계산대를 여는 데 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7초.

잔돈 지급을 위해 넣어둔 1000원짜리를 쓸어갑니다.

이렇게 대놓고 털어가는 유형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서울의 한 무인 매장.

"결재를 똑바로 해달라"는 주인의 요청까지 들은 한 손님이 지폐를 넣고 거스름돈을 받아 나갑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빈 손입니다.

카메라 앞에서 결제하는 흉내만 낸 겁니다.

서울의 또 다른 무인매장.

한 여성이 계산대 앞에서 카드를 넣는 시늉만 합니다.

결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안내문이 떴지만, 물건들을 들고 태연히 나갑니다.

무인점포엔 감시 수단이 사실상 CCTV밖에 없다는 점을 악용했습니다.

[서영우/무인점포 점주 : 카드를 깜빡하고 놓고 가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 그분들 카드를 자기 것인 것처럼 되게 능숙하게 결제하고 가신 분들 때문에 형사 분들도 왔다갔다 하시고…]

무인 점포 절도는 경찰이 본격적으로 집계를 시작한 지난해 아홉 달 동안에만 1600건이 넘었습니다.

이외에도 점주들은 다양한 무례한 손님에 애를 먹습니다.

냉장고 위에 걸터 앉아 있는 유형부터, 새벽시간 냉동고에 토를 하는 취객, 그리고 냉장고 문이 열려 제품이 다 녹아버리는 경우까지.

하루가 멀다고 반복되는 사건들에 점주들은 골머리를 앓습니다.

절도나 진상 손님을 잡아도 손해 배상을 모두 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대부분의 경우 피해 금액이 소액이라, 법적 절차에 착수하는 비용이 더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애초에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애견용품샵.

낮에는 점원이 있지만, 새벽시간에는 무인으로 운영됩니다.

무인 운영 시엔 신용카드를 찍어야만 가게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가게에 들어오면 곳곳에 있는 스마트CCTV가 이용객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계산대 앞으로 가보면 비상벨이 설치되어 있어 누르면 관제센터와 곧바로 연결됩니다.

이용객이 오랜 시간 같은 곳에 머물거나 난동을 부릴 때, 크게 소리를 지를 때, 스마트 CCTV가 이를 감지해 보안업체를 연결합니다.

[현재 모든 상황이 녹화되고 있으며 세콤 출동 요원과 경찰이 출동 중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을 즉시 중지해주시기 바랍니다.]

[박성호/보안업체 직원 : 편의점, 피시방 등과 같이 다양한 업종, 소규모 업종에서 지금 계속해서 (설치가) 늘어나는 추세…]

일부 무인매장에서는 물건을 집으면 자동으로 결제가 되는 아마존고의 '저스트 워크아웃' 기술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소자본으로 창업한 무인점포 점주들에겐 이런 보안시스템 도입이 쉽지 않습니다.

[김광식/무인점포 점주 : 솔직히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이 매출이 어느 정도 뒷받침이 되어줘야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다보니 하루 종일 핸드폰을 붙잡고 CCTV를 보고 있거나, 직접 잠복까지 해서 범인들을 잡는 점주들이 많습니다.

무인점포인데 결국은 사람이 지키고 있는 셈입니다.

[서영우/무인점포 점주 : 12시부터 새벽 시간대 또는 10시부터 12시 사이 그때 잠복을 해서 4~5시간 이상 핸드폰도 하고 계속 기다리는 방법밖에…]

[김광식/무인점포 점주 : 1월부터 4월까지 지금 한 달에 한 명씩 잡고…작년 5월에 오픈해서부터 지금까지 실질적으로 잡은 사람은 13명 정도.]

경찰도 순찰 횟수를 늘리고, 양심거울 등을 설치하는 등 범죄 예방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곽대경/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 : (경찰은) 취약한 시간대나 취약한 장소들 이런 것들에 대해서 알려주고 빈틈이나 허점들을 좀 막도록 지도를…]

전문가들은 또 점포 주인들이 참고할 수 있는 보안가이드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합니다.

(영상디자인 : 신하림 / 영상그래픽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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