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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 100개 옮겨라"…40대 여성 노동자 극단 선택

입력 2021-06-14 20:28 수정 2021-06-1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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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포항의 한 건설회사에서 일하던 40대 여성 노동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7장의 메모를 남겼는데 부당한 업무 지시와 폭언, 성희롱을 견디기 힘들었다고 적혀 있습니다. 회사는 가해자로 지목된 2명을 바로 해고했습니다.

윤두열 기자입니다.

[기자]

늘 "난 괜찮다"고 "내 걱정은 하지 말라"고 하는 엄마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4월부터 새로운 일을 시작하곤 힘들다고 자주 딸에게 털어놨습니다.

몸이 아프다고 한 적도 잦았습니다.

[A씨/유족 : 손목 아프다고 진짜 많이 말씀 하셨고 허리 아파서 장 보러 가는 것도 너무 힘들다고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비닐봉지 드는 것도 너무 힘들다고…]

유가족에 따르면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극단적 선택을 한 40대 A씨는, 화재 감시원이었습니다.

포항제철 안에 있는 한 건설현장에서 인화물질을 관리하고 용접작업 중 튀는 불똥 등을 감시하는 역할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자꾸 다른 일을 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했습니다.

[양정인/A씨 동료 : 야야야, 어이어이어이. 쓰레기 같은 것 있으면 발로 툭툭 차면서 이것 치워, 이것 치워. 파이프 옮겨라. 자르고 남은 잔넬(강철 공사재료) 옮겨라.]

입에 담기 힘든 성희롱 발언도 들었다고 했습니다.

결국 일을 시작한 지 50일이 채 되기도 전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A씨는 7장의 메모를 남겼습니다.

"파이프 100개를 옮겨라", "머슴 취급을 했다"며 그간의 일을 빼곡히 적었습니다.

가장 후회하는 일은 매일 있었던 일을 일기로 적어놓지 않은 거라고 했습니다.

김씨가 몸담은 건설회사는 가해자로 지목된 2명을 즉각 해고했습니다.

[A씨/회사 관계자 : 상호 간에 얘기하는 게 다르니까. (경찰) 조사가 최종적으로 나올 거예요. 그 사람들에 대한 형사처벌이나 민사처벌은 강력하게 저희들도 협조를 하겠다…]

지목된 사람들을 1차로 조사한 경찰은 조만간, 이들을 다시 불러 성희롱과 부당한 업무 지시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A씨/유족 : 엄마가 많이 많이 사랑해 우리 큰딸. 이렇게 (문자가) 와 있었거든요. 그게 마지막이었다면 바로 전화를 했을 텐데.. 내가 엄마에게 전화를 못 해서 엄마를 못 구한 것 같아서…]

(영상그래픽 : 박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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