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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검찰 내부서 "노무현 수사기록 공개하자" 목소리…왜?

입력 2022-04-16 10:06 수정 2022-04-1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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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논란됐던 사건들의 기록을 다 공개하자는 거죠. 정말 검찰이 왜곡 수사를 했는지 국민들 앞에 냉정히 평가를 받자.”

요즘, 검찰 내부에서 이런 이야기가 돌고 있다며 한 검사가 전한 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논란이 된 사건'이란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수수 의혹 사건,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사건 등을 말합니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왜곡 또는 과잉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번진 사건들입니다.

"문제의 그 수사기록, 공개합시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검수완박'은 지금 검찰의 가장 뜨거운 화제입니다. 사진 공동취재단.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검수완박'은 지금 검찰의 가장 뜨거운 화제입니다. 사진 공동취재단.
발단은 지난 8일, 전국 고등검찰청 검사장들이 모인 회의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여권은 검찰이 하는 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반면, 검찰은 수사권을 지키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죠.

여기서 한 검사장이 검찰의 공정성 확보 방안으로 위와 같은 제안을 한 겁니다. 여권이 대표적인 '불공정 수사'로 지목하는 사건의 진술 조서 등을 공개해 정말로 검찰이 없는 혐의를 만들어낸 건 아닌지, 조사 태도에 문제는 없었는지,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강제수사에 들어간 것인지 등을 낱낱이 따져보자는 거죠. 검찰이 반성할 게 있다면 반성하고, 오해가 있다면 풀어서 이 해묵은 논란을 끝내자는 겁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혐의로 대검찰청에 출두해 조사를 받을 당시의 일을 회고록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이인규 중수부장과 홍만표 수사기획관, 그리고 우병우 중수1과장이 수사를 맡았습니다.

文의 회고 "조사 태도 거만했고, 증거도 없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검 중앙수사부 소환조사를 받고 귀가한 뒤 22일 만인 2009년 5월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사저 인근 뒷산에서 투신해 서거했습니다. 사진은 노 전 대통령이 2009년 5월 1일 새벽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고 나오는 모습. 사진 중앙일보.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검 중앙수사부 소환조사를 받고 귀가한 뒤 22일 만인 2009년 5월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사저 인근 뒷산에서 투신해 서거했습니다. 사진은 노 전 대통령이 2009년 5월 1일 새벽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고 나오는 모습. 사진 중앙일보.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문 대통령은 우병우 검사에 대해 “대단히 건방졌다. 말투는 공손했지만 태도에는 오만함과 거만함이 가득 묻어있었다”고 적었습니다.

검찰이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않은 채 대통령을 소환했다는 비판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박연차 회장의 진술 말고는 증거가 없었다. 대통령과 박 회장 말이 서로 다른데, 박 회장 말이 진실이라고 뒷받침할 증거를 전혀 갖고 있지 않았다. 심지어 통화기록조차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사건은 '공소권 없음' 처분됐고, 수사 기록은 검찰 캐비넷 안에 묻혔습니다.

다만 이 제안은 다른 검사장들이 반대하면서, 심도있게 논의되지 못했습니다. 검찰 수사기록을 공개하는 건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가 큽니다. 수사권 논쟁이 치열한 가운데 자칫하면 검찰이 여권 인사들에 대해 '보복'하려는 의도로 오해받을 수 있고, 소모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여야 합의로 열람 가능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국회에서 특별법을 만들어서 열람하거나, 여야 합의 하에 자료 제출 요구를 하면 됩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도 그다지 달갑게 여기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변호사 출신인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에 대해 “검찰이 일부 사건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증거는 조서 등으로 남기고, 불리한 증거는 기록에서 배제하는 행태를 보여왔다”며 “검찰이 가지고 있는 기록만으로는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부정적 의견을 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까지도 계속되는, 검찰이 특정 인물이나 정치 세력에 대해 불공정하게 수사한다는 논란을 불식하는 게 먼저”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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