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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동자, 고시원서 숨진 채 발견…유족 "지병 없었다"

입력 2021-03-0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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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늦은 밤, 이른 새벽 배송 일을 하던 쿠팡 택배 노동자의 사망 소식이 또 전해졌죠. 돈을 벌려고 지방에 가족들을 두고 서울로 올라왔었고 숨진 곳은 홀로 지내던 고시원이었습니다. 택배 노동자 단체에서는 쿠팡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김지성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의 한 고시원.

좁은 복도를 지나 창문도 없는 쪽방이 나옵니다.

월세 25만 원짜리 방입니다.

지난주 토요일, 쿠팡 택배 노동자 48살 이모 씨는 이곳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고시원 관계자 : 여기 포대기 깔고 엎어져 있더라고. 영양제 먹다 남은 것도 있고 라면 봉지 남은 거…]

연락이 닿지 않자 이씨 아내가 경찰에 신고한 겁니다.

경남 창원에 살던 이씨는 지난해 초 돈을 벌러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쿠팡 송파 캠프에서 계약직으로 일했는데, 늦은 밤이나 새벽 시간대 배송을 도맡아 했습니다.

주로 밤 9시에 출근해 다음 날 아침 7시에 퇴근했습니다.

1차 부검 결과 이씨 몸에서 뇌출혈이 발견됐고, 심장 혈관도 부어오른 걸로 확인됐습니다.

뇌혈관이나 심혈관 문제로 숨지는 건 과로사의 대표적 유형 중 하나입니다.

유가족들은 이씨가 평소 지병도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이씨와 같은 심야 배송을 하는 또 다른 쿠팡 노동자는 몸이 버티기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정진영/공공운수노조 쿠팡지부장 (심야배송 담당) : (업무를 준비하기 위해) 1시간 일찍 출근하는 분도 많이 계시고, 마지막 배송지에서 차고지 다시 캠프로 돌아가는 데도 약 한 시간이 걸려요.]

이씨는 지난달 25일부터 몸이 안 좋아 가족여행도 취소하고 고시원에 머물렀다고 합니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쿠팡에서는 노동자 6명이 과로사로 숨진 걸로 추정됩니다.

택배 노동자 단체는 정부가 쿠팡 문제에 직접 나서라고 촉구했습니다.

중대재해가 자주 일어나는 사업장으로 지정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라는 겁니다.

한편 쿠팡 측은 "숨진 이씨가 지난 12주 동안 주당 평균 40시간 일했다"고 주장하며 "적정 권고 근무시간인 주 60시간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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