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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신약 13개월만에 건강보험…그 사이 사그라진 150명의 목숨

입력 2022-04-01 17:28 수정 2022-04-0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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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신약 13개월만에 건강보험…그 사이 사그라진 150명의 목숨
지난해 6월 13살 은찬이는 끝내 숨졌습니다. 6살 처음 발병한 뒤 세 번째 재발한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이 그렇게 아이를 거둬갔습니다. 그리고 오늘 은찬이가 그토록 기다리던 치료제 '킴리아'의 건강보험적용이 시작됐습니다. 미국 FDA 허가를 받은 지 만 4년 7개월 만이고 우리나라에서 치료가 가능해진 이후 1년 1개월 만입니다.

킴리아는 25살 이하 소아·청소년 급성 림프 백혈병과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을 치료하는 개인 맞춤형 항암제입니다.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로 환자에게 채취한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잘 겨냥할 수 있도록 유전자를 바꾼 뒤 다시 환자 몸속에 집어넣는 방식입니다. 면역세포 공격을 회피하는 암세포를 정확히 찾아내 공격할 수 있도록 해 치료효과가 높습니다. 다른 모든 치료가 통하지 않던 혈액암 환자 가운데 절반가량이 한 차례 주사만으로 완치돼 '꿈의 항암제'로 불립니다.
 
[취재썰]신약 13개월만에 건강보험…그 사이 사그라진 150명의 목숨

하지만 높은 치료비용이 문제였습니다. 한 번만 주사를 맞으면 되지만 부대비용을 포함한 주삿값이 5억 원입니다. 기존 약물로 치료가 듣지 않던 환자들에게는 마지막 기회지만 그동안 희망 고문이 됐던 이유입니다. 때문에 이번 킴리아의 건강보험등재는 암흑을 헤매던 백혈병 환자들에게 한 줄기 빛과 같습니다. 이번 급여화에 더해 본인부담상한제가 적용되면서 환자는 소득에 따라 83만 원에서 598만 원만 내면 됩니다.

킴리아의 건강보험 등재는 다행이지만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백혈병은 암 가운데 10대와 20대 사망률 1위의 가장 위험한 암입니다. 특히 급성 백혈병에 확진되거나 재발한 아이들의 경우 대부분 치료제가 잘 듣지 않다 보니 살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1년입니다. 결국 FDA에 이어 식약처가 시판 허가를 한 시점에서 킴리아를 기다리던 많은 환자들은 희망고문 끝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추정하는 연관 사망자만 150여 명에 달합니다.

 
[취재썰]신약 13개월만에 건강보험…그 사이 사그라진 150명의 목숨
결국 생명과 직결된 신약은 경제력과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신약이 나오면 치료적·경제적 가치가 우수한 약제만 선별해 건강보험 급여화하는 선별 등재방식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최근 나오고 있는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 등 신약은 치료효과는 보장되지만 비싼 비용 때문에 건강보험에 등재에서 탈락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는 약제는 전체의 60%에 불과합니다. 공공재정으로 운영되는 건강보험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로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신약이 없으면 당장 죽는 사람들입니다. 부자들이야 비용 걱정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저소득층이나 민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환자들은 목숨값을 마련하지 못해 죽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와 빈자의 생활이 같을 수는 없지만, 목숨이 달린 신약에 대해서는 환자 접근권은 최우선으로 보장되어야 하고, 차별해서는 안 됩니다.

 
[취재썰]신약 13개월만에 건강보험…그 사이 사그라진 150명의 목숨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건강보험 신속등재제도를 도입하면 됩니다. 생명과 직결된 신약에 대해서는 제약사가 시판허가와 건강보험 등재 신청을 동시에 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역시 이를 동시에 심사·결정하는 방식입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식약처 허가 후 신약이 시판될 때 '임시 약값'을 정해 건강보험 재정으로 우선 해당 환자들을 살리고, 이후 심의 절차를 거쳐 '최종 약값'이 확정되면 차액을 정산함으로써 헌법에 명시된 환자의 신속한 신약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는 시대적 흐름이기도 합니다. 2013년 박근혜 정부의 선별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 3대 비급여 보장성 강화를 시작으로 2017년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비급여의 급여화, 보장성 강화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해 온 바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또한 선거 과정에서 중증·희귀질환 치료제의 국민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공약으로 내 건바 있습니다.
 
[취재썰]신약 13개월만에 건강보험…그 사이 사그라진 150명의 목숨

세줄요약입니다.
#킴리아 허가 1년 만에 건강보험 적용
#그사이 사그라진 수백 명의 목숨
#목숨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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