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온라인 기사 [외안구단]에서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알찬 취재력을 발휘해 '뉴스의 맥(脈)'을 짚어드립니다. 고 이예람 공군 중사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은 가해자가 2심에서 1심보다 2년 적은 징역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은 오늘(14일) 장 모 중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7년형을 선고했습니다.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1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5월 2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추모의 날에서 한 추모객이 고인의 사진 앞에 국화꽃을 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심도 '보복 협박' 무죄…"어떤 위해인지 알 수 없다"앞서 장 중사는 지난해 12월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1심에서 징역 9년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당시 군 검찰은 군인 등 강제추행치상, 특가법상 보복 협박 등 혐의로 장 중사를 구속 기소하면서 15년형을 구형했습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보복 협박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장 중사가 이 중사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문자메시지 등을 보낸 것이 '사과의 행동'이었다는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과하며 따라다니는 것만으로는 신체적 위해를 가하겠다는 공포심을 줬다고 보기 어렵고, 이런 행위가 추후 각종 불이익을 염려하기에 충분한 해악고지가 있다고 보기엔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2심에서도 군 검찰은 보복 협박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했지만, 무죄 판단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군사고등법원은 “사건 당일 피고인이 따라가 사과한 행위, 다시 불러 사과한 행위 외에 추가 신고하면 생명·신체에 해악을 가한다거나 불이익을 주겠다는 등 명시적 발언이나 묵시적 언동이 없는 이상 가해 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며 “이런 행위만으로 구체적으로 위해를 가하려 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또 “
피고인이 자살 암시가 포함된 사과 문자를 보낸 점으로 위해를 가하겠다는 구체적 해악고지로 볼 수 없는 점, 이 사건 이후 실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어떤 해악을 끼치는 행위를 했다는 정황이 발견되지 않는 점으로 볼 때 구체적으로 피고인이 어떤 위해를 가했다는 걸 알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 “이 중사 사망, 장 중사 책임만은 아냐”…오히려 감형2심 재판부는 이 중사의 사망 책임을 전적으로 장 중사에게 돌릴 수만은 없다며 징역형을 깎았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상급자들에게 피고인 범행을 보고했음에도 되레 은폐, 합의를 종용받았고 피해자 가족 외엔 군내에서 제대로 도움받지 못하는 등 마땅히 받아야 할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고 오히려 소외감을 느끼는 등 정신적 고통이 이어졌고 이런 사태가 군내에서 악순환되는 상황 또한 피해자 극단적 선택의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며 “
극단적 선택의 결과를 오로지 피고인 책임으로만 물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리고는 “피고인 자신이 범죄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지면서 잘못을 교정하고 사회에 재통합할 수 있게 하는 형벌 기능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 보인다”고 했습니다.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1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5월 2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추모의 날에서 이 중사 아버지가 추모객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결과적으로 1심보다 징역형이 줄자 유족 측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 중사 아버지는 재판정 밖에서 고성을 지르면서 울분을 토했습니다. 그는 “결국 가해자들을 위한 판결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 군사법원에서 재판장이 보여줬다”며 “군사법원이 이런 최후의 결정을 내릴 줄은 몰랐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신고할 테면 신고해봐'라고 (피고인이) 자살을 암시하는 글까지 쓴 건 계속 해악의 고지, 협박의 이어짐, 고통의 이어짐으로 볼 수 있다”며 “1심 결과를 인용하는 게 말이 되나”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중사 어머니는 충격을 받아 과호흡으로 응급차에 실려가기도 했습니다.
■ “가해자 위한 판결”…상고심으로 이어질 듯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아버지가 14일 오전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에서 열린 가해자 장 모 중사에 대한 2심 선고가 끝난 뒤 심경을 밝히고 있다. 〈사진=JTBC 캡처〉 장 중사에 대한 재판은 상고심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군 검찰이 2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항고하면, 상고심은 군사법원이 아닌 대법원에서 열리게 됩니다.
이 중사 측은 대법원으로 재판이 이어져 보복 협박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장 중사를 엄벌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장 중사의 유족을 대리하는 강석민 변호사는 “대법원은 양형을 판단하지 않고 보복 협박 유무죄만 판단한다”며 “2심에서 양형을 감형한 것은 고춧가루를 뿌린 것이나 마찬가지”이라고 꼬집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