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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안구단] "한 사람 책임만은 아냐"…고 이예람 중사 가해자, 2심서 감형

입력 2022-06-14 17:01 수정 2022-06-1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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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온라인 기사 [외안구단]에서는 외교와 안보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알찬 취재력을 발휘해 '뉴스의 맥(脈)'을 짚어드립니다.

고 이예람 공군 중사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은 가해자가 2심에서 1심보다 2년 적은 징역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은 오늘(14일) 장 모 중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7년형을 선고했습니다.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1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5월 2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추모의 날에서 한 추모객이 고인의 사진 앞에 국화꽃을 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1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5월 2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추모의 날에서 한 추모객이 고인의 사진 앞에 국화꽃을 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심도 '보복 협박' 무죄…"어떤 위해인지 알 수 없다"

앞서 장 중사는 지난해 12월 국방부 보통군사법원 1심에서 징역 9년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당시 군 검찰은 군인 등 강제추행치상, 특가법상 보복 협박 등 혐의로 장 중사를 구속 기소하면서 15년형을 구형했습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보복 협박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장 중사가 이 중사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문자메시지 등을 보낸 것이 '사과의 행동'이었다는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과하며 따라다니는 것만으로는 신체적 위해를 가하겠다는 공포심을 줬다고 보기 어렵고, 이런 행위가 추후 각종 불이익을 염려하기에 충분한 해악고지가 있다고 보기엔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2심에서도 군 검찰은 보복 협박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했지만, 무죄 판단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군사고등법원은 “사건 당일 피고인이 따라가 사과한 행위, 다시 불러 사과한 행위 외에 추가 신고하면 생명·신체에 해악을 가한다거나 불이익을 주겠다는 등 명시적 발언이나 묵시적 언동이 없는 이상 가해 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며 “이런 행위만으로 구체적으로 위해를 가하려 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또 “피고인이 자살 암시가 포함된 사과 문자를 보낸 점으로 위해를 가하겠다는 구체적 해악고지로 볼 수 없는 점, 이 사건 이후 실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어떤 해악을 끼치는 행위를 했다는 정황이 발견되지 않는 점으로 볼 때 구체적으로 피고인이 어떤 위해를 가했다는 걸 알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 “이 중사 사망, 장 중사 책임만은 아냐”…오히려 감형

2심 재판부는 이 중사의 사망 책임을 전적으로 장 중사에게 돌릴 수만은 없다며 징역형을 깎았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상급자들에게 피고인 범행을 보고했음에도 되레 은폐, 합의를 종용받았고 피해자 가족 외엔 군내에서 제대로 도움받지 못하는 등 마땅히 받아야 할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고 오히려 소외감을 느끼는 등 정신적 고통이 이어졌고 이런 사태가 군내에서 악순환되는 상황 또한 피해자 극단적 선택의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며 “극단적 선택의 결과를 오로지 피고인 책임으로만 물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리고는 “피고인 자신이 범죄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지면서 잘못을 교정하고 사회에 재통합할 수 있게 하는 형벌 기능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 보인다”고 했습니다.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1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5월 2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추모의 날에서 이 중사 아버지가 추모객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1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5월 2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추모의 날에서 이 중사 아버지가 추모객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결과적으로 1심보다 징역형이 줄자 유족 측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이 중사 아버지는 재판정 밖에서 고성을 지르면서 울분을 토했습니다. 그는 “결국 가해자들을 위한 판결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 군사법원에서 재판장이 보여줬다”며 “군사법원이 이런 최후의 결정을 내릴 줄은 몰랐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신고할 테면 신고해봐'라고 (피고인이) 자살을 암시하는 글까지 쓴 건 계속 해악의 고지, 협박의 이어짐, 고통의 이어짐으로 볼 수 있다”며 “1심 결과를 인용하는 게 말이 되나”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중사 어머니는 충격을 받아 과호흡으로 응급차에 실려가기도 했습니다.

■ “가해자 위한 판결”…상고심으로 이어질 듯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아버지가 14일 오전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에서 열린 가해자 장 모 중사에 대한 2심 선고가 끝난 뒤 심경을 밝히고 있다. 〈사진=JTBC 캡처〉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아버지가 14일 오전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에서 열린 가해자 장 모 중사에 대한 2심 선고가 끝난 뒤 심경을 밝히고 있다. 〈사진=JTBC 캡처〉

장 중사에 대한 재판은 상고심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군 검찰이 2심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항고하면, 상고심은 군사법원이 아닌 대법원에서 열리게 됩니다. 이 중사 측은 대법원으로 재판이 이어져 보복 협박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장 중사를 엄벌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장 중사의 유족을 대리하는 강석민 변호사는 “대법원은 양형을 판단하지 않고 보복 협박 유무죄만 판단한다”며 “2심에서 양형을 감형한 것은 고춧가루를 뿌린 것이나 마찬가지”이라고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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