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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2021년은 기후위기 교육 원년? 반갑지 않은 한파 속 들려온 반가운 소식

입력 2021-01-04 09:00 수정 2021-01-06 00:08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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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59)

매서운 칼바람에 일부 지역에선 눈이 쏟아졌습니다. '역대 가장 따뜻한 겨울'이었던 지난 겨울과는 너무도 상반된 날씨에 모두가 깜짝 놀랐죠. '겨울이 원래 이렇게 추운 거지'라며 넘어가기엔 이번 추위는 너무도 불편한 추위입니다. 왜일까요.

 
[박상욱의 기후 1.5] 2021년은 기후위기 교육 원년? 반갑지 않은 한파 속 들려온 반가운 소식

2019년 11월 25일, 첫 연재글에서 한 글로벌 리더의 트윗을 소개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무지막지한 대규모 한파가 온갖 기옥들을 갈아치울 정도인데, 대관절 지구 온난화에 무슨 일이라도 난 것이냐?" 미국에 기록적인 한파가 찾아왔던 2018년 겨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 트윗입니다.

우리가 '지구 온난화'라는 표현을 넘어 '기후변화', 이제는 '기후위기'로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단순히 기온이 오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러한 변화가 평소와 전혀 다른, 예측하기 어려운 이상 기상 현상을 부르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평소보다 더운 것에 그치지 않는 것이죠. 평소보다 훨씬 심각하게, 갑작스럽게 추워지는 날도, 눈이 역대급으로 쏟아지는 날도, 맹렬한 태풍 속 비바람에 여름에도 몸이 떨리는 일마저 생기는 겁니다.

#커튼이_열리네요_추위가_들어오죠(by 제트상자)
지금의 추위는 '당연한 겨울 추위'가 아닙니다. 어째서 그런 것일까요.

 
[박상욱의 기후 1.5] 2021년은 기후위기 교육 원년? 반갑지 않은 한파 속 들려온 반가운 소식 제트기류의 강도와 위치 (자료: 클라이밋 리애널라이저)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둬두는 '에어 커튼'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한대전선 제트기류. 이른바 '북극 제트'가 한반도까지 축 늘어져 있습니다. 극지방의 찬 공기가 극지방 내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늘어져 내려온 제트기류를 따라 한반도까지 내려온 것이죠. 그렇다면, 대체 왜. 이 제트기류가 늘어졌을까요.

 
[박상욱의 기후 1.5] 2021년은 기후위기 교육 원년? 반갑지 않은 한파 속 들려온 반가운 소식 일평균기온의 평년과의 차이 (자료: 클라이밋 리애널라이저)

극지방 상황이 지금 평소랑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북극의 현재 기온은 평년보다 무려 3.9℃나 높습니다. 이 수치가 잘 와 닿지 않는다면, '역대 가장 따뜻한 겨울'이었던 우리나라의 당시 기온은 평년 수준보다 2.5℃ 높았습니다. 그보다도 더 높은거죠.

또, 극지방 전체를 평균적으로 봤을 때 3.9℃라는 것이지, 당장 우리나라에서 쭉 북쪽으로 올라가보면 곳에 따라 최고 14℃나 더 높은 곳도 있습니다. 이 정도 차이라면, 겨울이 늦봄~초여름 수준으로 바뀔 정도입니다.

'그렇게 더 따뜻해졌는데 왜 우리나라는 추운 것이냐' 궁금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평소 정말 꽁꽁 얼어붙던 곳, 끓는 물을 밖에서 하늘을 향해 흩뿌리면 순식간에 얼음, 눈으로 바뀌는 곳의 입장에선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지만 이 공기가, 이 기온이 우리나라의 입장에선 흔히 경험하지 않는 차가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2020년은 평년보다 춥다 더웠다 들쑥날쑥했던 봄, '역대급 장마'가 찾아왔던 여름, 거의 일주일마다 태풍이 찾아오더니 평년보다 포근했던 가을에 이어 매서운 한파의 겨울까지. 말 그대로 모든 계절에서 이상(異常)의 일상화가 벌어졌습니다.

#안타깝지만_시간은_간다(by 온실가스 익스프레스)
국제사회에 대한민국의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제출해야 하는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 12월 30일, 우리 정부는 유엔에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와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Long-term low greenhouse gas Emission Development Strategy)을 제출했습니다. 2020년, 전국 기초자치단체의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시작으로 국회의 기후위기 대응 결의안,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담긴 수치는 '전과 동'이었습니다. 감축은 달라진 것이 없는데 '선언을 했다'는 내용과 '더욱 노력할 것'이라는 내용이 추가됐죠.

결국 말잔치인 것인가. 우울함과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한 두려움이 찾아올 때,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바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교육이 일선 학교에서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비로소 제대로 이뤄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환경부가 내놓은 '제3차 환경교육종합계획'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환경교육 기반 구축, ② 학교 환경교육 활성화, ③사회 환경교육 강화, ④환경교육 협력 확대, 4대 전략을 중심으로 세부적인 추진과제들이 제시됐습니다. 기후변화와 환경재난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차기 국가 교육과정에 기후변화 등 환경교육을 반영하는 것을 추진하는 겁니다. 또한 교육 대상을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게만 국한하지 않고, 유아부터 노인까지 넓힐 계획입니다.

다행히 지난 여름,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가 기후위기 선언을 한 만큼, 이번 종합계획은 실천에 있어 종전과는 다른 '실행 동력'을 얻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당시 전국의 교육감이 한 목소리로 "기후위기, 환경재난 시대에 대응하고 미래를 위해 변화를 이끄는 지속가능한 학교 환경교육을 실천하겠다"고 선언했으니까요.

초중고교 학생들의 경우, 태어나자마자 '탄소 저감'이라는 압박 속에 놓이게 된 세대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2021년은 기후위기 교육 원년? 반갑지 않은 한파 속 들려온 반가운 소식 세대별 탄소 예산 (자료: 카본브리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묶으려면 결국 온실가스 배출을 지구가 품어줄 수 있는 한도 안으로 묶어야만 합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평생 1인당 300톤 넘는 온실가스를 뿜어냈거나 뿜으며 살아온 것과 달리 Z세대가 뿜어낼 수 있는 온실가스의 양은 100톤이 될까 말까하죠.

상대적으로 밀레니얼 세대, X세대나 베이비부머들은 저감의 압박 없이, 요즘 말로 '탄소 Flex'를 하며 살아오다 '결자해지' 혹은 '뿌린 대로 거두는' 상황에 놓였죠. 그런데 소위 Z세대의 경우 뿌린 것은 없는데 거두는 데에 동참해야만 하는 셈입니다. 기후위기와 환경재난에 대해 원인과 결과, 앞으로의 대책에 대해 체계적으로 고민하고 학습하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슬픈 이유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2021년은 기후위기 교육 원년? 반갑지 않은 한파 속 들려온 반가운 소식 환경교육종합계획(자료: 환경부)

그런데 이러한 기후위기, 환경재난 교육이 비단 학생들에게만 이뤄져서 충분할까요. 이미 대책 없이 뿜어온, 성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신들이 부지불식간에 한 일들이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 의도야 어떻든 지구와 후손들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또, 그로인한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이러한 양측 모두의 깨달음으로 서로 이해하고 품어줄 수 있는 노력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저 '할아버지 때문에 내가 기후위기 시대에 살게 됐어요'라는 원망으로, 갈등으로 끝나지 않도록 말이죠.

어두운 탄광에서 열심히 석탄을 캤던 할아버지 세대는 가족을 배불리고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자 매일 위험을 무릅쓰고 어둠 속에서 분진을 마셔왔던 거니까요. 열심히 방방곡곡 비행기를 타고 자동차를 운전하며 곳곳을 누빈 '상사맨' 아버지 세대 역시 그들이 달려온 '마일리지'가 자긍심이자 노력의 증거였지, 이게 고스란히 '탄소 발자국'이 될 줄은 몰랐으니까요. 학교 환경교육을 넘어 사회 환경교육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우리가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줄이지 못 하고 뿜어대고 있는 바로 이 순간, 우리에게 '평균기온 1.5℃ 상승'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불과 6년 11개월 남짓입니다. 이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리려면 답은 하나입니다. 모두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직시하고, 그에 맞춰 올바른 대응에, 행동에 나서는 것 말입니다.

부디 탄소중립 선언도, 온실가스 감축 약속도, 그리고 기후위기와 환경재난 교육 계획도. 모두 말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옮겨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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