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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물 묻힌 땅' 알고도 팔더니…수억 사용료 낼 처지

입력 2021-06-22 20:16 수정 2021-06-22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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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시 동작구에는 조선시대 때 만들어진 '하수관로'가 묻혀 있습니다. 그런데 구청은 이 땅을 6년 전에 이른바 알박기 형태로 민간에 팔았습니다. 그리고 최근, 뒤늦게 이 하수관로를 이용한 문화 공간을 만들겠다고 나서면서 수억 원의 토지 사용료를 내야 할 처지가 됐습니다. 팔 때는 땅의 가치를 몰랐다고 구청은 주장하지만 설득력은 떨어집니다.

김민 기자입니다.

[기자]

지하를 연결하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땅 밑에 묻혀있는 문화재급 유물인 하수관로를 활용한 문화공간 조성사업입니다.

시비를 포함해 모두 35억 원이 듭니다.

제가 있는 이곳은 노량진역 인근 지하철 1호선 지하에 있는 하수박스입니다.

이곳은 1890년대 이후, 조선후기부터 근대까지 하수관로가 잘 보존돼 있습니다.

붉은 벽돌을 촘촘히 쌓은 뒤 회반죽으로 방수처리했습니다.

120년 넘게 배수로로 활용됐지만 대부분 원형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안창모/경기대 건축학과 교수 : 경인철도의 개통과 함께 배수로가 만들어진 거죠. 여러 가지 역사적 상황과 근대화 과정의 이야기를 묶으면 충분히 (문화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동작구청이 2015년 하수관로가 묻혀 있다는 걸 알고도 땅을 판 겁니다.

땅을 산 주상복합 측은 동작구청이 건물 준공허가를 조건으로 땅을 강제로 팔았다고 주장합니다.

[김대화/주상복합상가 조합원 : (구청이 하수박스 토지를) 같이 사야 나머지 땅들도 팔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해서 속칭 알박기로 구청에서 팔아도 되느냐 이야기했더니 '그래도 반드시 팔아야 된다.']

100여 미터 길이의 하수관로는 도로와 지하철 1호선 철길을 건너 주상복합 상가 부지를 가로지릅니다.

하수관로 형태를 유지한 채 공사를 진행하려면 주상복합 상가 소유의 사유지를 사용해야만 합니다.

주상복합 측은 동작구청에 토지 사용료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구청 측은 땅을 팔 때는 가치를 몰랐다고 주장했습니다.

[동작구청 관계자 : 하수박스는 당시에 개발할 의지가 없었기 때문에 박스 하나 자체로 본 거죠. (판매 시점엔) 폐지된 관에 지나지 않는 거죠.]

하지만 비슷한 연대에 건축된 서울광장과 남대문 지하 하수관로는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됐습니다.

2014년 입니다.

동작구청이 땅을 판 건 그다음 해입니다.

가치를 몰랐다는 해명의 설득력이 떨어지는 겁니다.

동작구청은 주상복합 상가와 토지 사용료를 협의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양측의 액수 차이가 워낙 커 협상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영상디자인 : 신재훈 / 영상그래픽 : 박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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