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밀착카메라] "구조 언제쯤" "상가 피해 큰데" 서로 보듬는 광주

입력 2022-01-19 20:35 수정 2022-01-19 22:21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오늘(19일) 밀착카메라는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아직 실종자를 찾았단 소식은 들리지 않고, 또, 근처 상인들이나 주민들도 막막한 상황이지만, 그저 서로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이희령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붕괴 사고가 일어난 아파트 공사현장 앞입니다.

이곳 현장에 머물고 있는 취재진의 장비도 모여 있는데요.

추가 사고가 일어날 위험 때문에 현장 주변엔 이렇게 경찰 통제선이 처져 있습니다.

현장 바로 앞에 있는 상가 건물은 사고의 충격을 그대로 받았습니다.

간판은 떨어지고, 가게 앞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무너졌습니다.

내부 상황은 어떨까. 상인들과 함께 찾아가 봤습니다.

이곳에서 장사를 해온 김기홍 씨는 사고 당시를 생생히 기억합니다.

[김기홍/식품잡화도매점 상인 : 지진 난 줄 알았죠. 영화에서나 봤지. 멀쩡한 아파트가 저렇게 되리라는 건 상상을 못 하잖아요.]

17년간 오갔던 가게가, 이제 들어서면 겁부터 납니다.

[김기홍/식품잡화도매점 상인 : 전에는 가게가 생활 터전이니까 포근하고 했는데요. 이쪽 근처로 오기가 싫어졌어요. 저 건물만 봐도, 아이고 또 넘어질 것 같아.]

옆 가게 사장님도 그때를 떠올리면 심장이 떨립니다.

[국경리/문구도매점 상인 : 너무 놀라서 아무것도 기억도 나지도 않고, 누가 나를 끌어냈는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어떻게 어떻게 기어서 밖으로 나갔어요.]

가게 안쪽엔 천막이 설치돼 있습니다. 유리벽이 깨지면서 임시로 천막을 붙여둔 겁니다.

안쪽으로 와 보면 유리벽을 뚫고 콘크리트 덩어리가 날아왔습니다.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무거운데요.

가게 뒤쪽으로 가보겠습니다. 제 몸만 한 스티로폼 덩어리가 들어왔습니다.

복도에도 잔해가 널브러져 있습니다.

바닥엔 슬리퍼와 필통과 같은 물건들이 떨어져 있습니다.

먼지와 스티로폼 가루가 뿌옇게 쌓였습니다.

[국경리/문구도매점 상인 : 여기는 문구종합상가다 보니까 젊은 엄마들이 조그마한 애들 손잡고 하루에도 수백 명씩 왔다 갔다 하는 매장이에요. 지금 마침 방학 중이고 오후 3시, 4시쯤 그런 사고가 났기 때문에 사람 피해가 적었지 만약에 오전 시간에 있었으면…진짜로 상상도 하기 싫어요.]

지하에 있는 꽃 상가는 불이 꺼져 깜깜합니다.

매장 곳곳에선 꽃과 나무가 시들어가고 있습니다.

예쁘게 포장된 축하 꽃바구니도 그대로 있습니다.

[김남필/꽃집 상인 : 졸업 시즌들이 있고 그다음에 봄 행사들이 많죠. 지금 시즌에 못 팔면 1년을 버텨나가는 부분들이 힘들어지거든요. 목구멍에 밥도 안 들어가는 상황이고.]

사고현장 근처에 살던 주민들에겐 대피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가족이나 지인 집, 숙박업소로 가서 지내고 있다고 하는데요. 주민들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현장 바로 옆에 살던 이계안 씨는 옷과 약 정도만 챙겨 집을 나왔습니다.

[이계안/대피 주민 : 전쟁 없는 피난이 된 거야. 내가 살고 있는 집만은 훨씬 못합니다.]

불편한 게 적지 않지만, 피해자 가족들 마음부터 헤아립니다.

[이계안/대피 주민 : 생사를 모르고 잃어버린 사람들, 지금 5명을 찾고 있어요. 우린 이렇게 편하게 좋은 방에서 있는데.]

[대피 주민 : 세상에 그 가족은 어쩌겠어? 벌어 먹고살려다가 다 불쌍하고 짠하지.]

상인들도 여전히 마음이 무겁습니다.

[홍석선/금호하이빌 피해상가대책위원회장 : 사람 죽고 사는 문제인데 생계 이야기하고 뭐 하는 게 너무 죄스러운 거죠. 그래서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하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오히려 괜찮다 말합니다.

[피해자가족협의회 대표 : 같은 피해자 아닙니까? 저희는 인명피해가 생긴 거고. 저분들은 재산상의 피해나 생계 아닙니까. 같은 아픔인데. 이건 누구의 아픔이 크고 작고가 아닌 겁니다.]

[홍석선/금호하이빌 피해상가대책위원회장 : 자기들 신경 쓰지 말라고 계속 이야기를 하세요, 만날 때마다. 감사하고, 죄스럽고, 미안하고. 피해자들끼리 지금 죄송하다, 죄송하다 하고 있는 상황이고 현산 관계자들은 진심 어린 사과도 없는 상태니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해요", "죄송합니다. 무사히 돌아오세요".

사고 현장을 찾은 시민들이 남긴 메시지입니다.

잘못한 것이 없는 사람들끼리 미안해하는 일, 언제까지 되풀이돼야 할까요. 밀착카메라 이희령입니다.

(VJ : 김대현 / 인턴기자 : 정윤지)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