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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 계속되는 정호영 보건복지 후보자 전문성 논란

입력 2022-05-10 18:43 수정 2022-05-10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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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거란 기류가 나오고 있습니다. 딸과 아들의 의대 편·입학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임명이 이뤄지면 후폭풍이 거셀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데 정 후보자의 '아빠 찬스' 논란만큼 의문으로 남아있는 건 정 후보자가 과연 복지 분야에 대해 남다른 관심과 정책 추진 의지를 갖고 있느냐 점입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 〈출처=연합뉴스〉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 〈출처=연합뉴스〉

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활동에 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당시 단체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있던 종로구 통의동 인근에서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 체계' 구축을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이던 중이었습니다. 정 후보자는 이들이 왜 거리로 나섰는지, 요구 사항은 무엇인지 묻는 말에 정확히 답변하지 못했습니다.

청문회 사회를 맡았던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으면 (시위의 내용을) 알아보려는 마음이 드는 것이 통상적"이라고까지 지적했습니다.

 
정호영 후보자 인사청문회 〈캡쳐=JTBC 뉴스룸〉정호영 후보자 인사청문회 〈캡쳐=JTBC 뉴스룸〉

정호영 후보자 인사청문회 〈캡쳐=JTBC 뉴스룸〉정호영 후보자 인사청문회 〈캡쳐=JTBC 뉴스룸〉


그런데도 정 후보자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농성장을 찾아가거나 단체 측과 접촉한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들어보려고 현장을 직접 찾는 후보자의 모습을 기대하는 건 보건복지부 출입 기자 혼자만의 지나친 바람이었습니다.

정 후보자 측은 “아직 후보자인 상태로 (장애인부모연대와) 면담 등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향후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업무 보고 및 의견 수렴 등을 통해 필요성을 판단해보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즉, 장관으로 임명되기 전에는 만날 계획이 없고, 장관이 되더라도 만날 수 있을지는 그때 가서 판단해볼 문제라는 뉘앙스입니다. 후보자 신분으로는 장애인 단체를 만날 수 없다는 해명은 곱씹어봐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후보자 신분으로 직접 상인들을 만나 경제 정책에 대한 의견을 구한 바 있습니다.


◆ 사회적 지원 부재로 인한 발달장애인과 가족 관련 사건(출처=사단법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홈페이지)


2012년 11월 경기 파주 발달장애인 누나와 뇌 병변 장애 남동생이 화재로 둘 다 사망.

2013년 6월 대구 어머니와 자폐아인 딸(4)과 동반 자살을 계획했다가 딸을 살해.

2013년 10월 부산 46살 백 모 씨가 지적 장애 1급인 7살 아들과 함께 투신.

2013년 11월 서울 "이 땅에서 발달 장애인을 둔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건 너무 힘든 것 같다."며 발달 장애 아들을 둔 아버지가 아들 살해 후 자신도 목매.

2014년 3월 2일 경기도 동두천 4살 발달장애 아들과 함께 어머니가 아파트에서 뛰어내림.

2014년 3월 13일 광주 발달장애 아들을 치료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다. 일가족 목숨 끊어.

2014년 12월 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 스스로 목숨을 끊어.

2015년 1월 대구 장애인 언니를 보살피며 삶을 버텨온 20대 여성의 자살.

2015년 3월 서울 영등포구 지적장애인 형을 돌보던 형을 살해하고 아파트에서 투신.

2016년 3월 울산 60대 아버지와 20대 지적 장애인 딸이 차량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

2017년 10월 충북 옥천 은둔생활하던 야산에서 청각 장애인과 지적장애인 부부가 숨진 채 발견.

2018년 11월 서울 14층 아파트에서 발달장애인 부모가 뛰어내려.

2019년 8월 서울 관악구 어머니와 여섯 살 난 장애아들이 굶어 죽은 지 두 달 만에 발견.

2019년 12월 대전 지적장애 자녀의 어머니와 활동지원사가 화장실에 가둔 채 굶기고 때려 숨지게 해.

2020년 3월 제주도 코로나19로 인해 돌봄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발달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의 엄마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2020년 4월 서울 성동구 4개월 발달장애 자녀 엄마가 살해.

2020년 6월 서울 광주 코로나 19로 인해 각종 돌봄 사업들이 중단되거나 축소된 가운데 발달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의 엄마가 차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어.

2020년 8월 서울 중랑구 코로나로 휴교된 후 사설 기관에서 돌봄 중 추락사.

2020년 9월 서울 양천구 코로나 시설 휴관 중 베란다에서 추락사.

2020년 10월 코로나 시설 휴관 중 베란다에서 추락사.

2020년 12월 서울 동대문 10대 발달장애인 집에 혼자 있다가 화재로 사망.

2021년 3월 경기도 고양 코로나로 기관 이용이 어려워 산책 중 실종 후 사망.

2021년 2월 서울 서대문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엄마 주차장에서 약물로 자살.

2021년 4월 서울 강남구 20대 발달장애인 아버지 자살.

2021년 5월 충북 청주시 7살 발달장애인 어머니 자살.

2021년 11월 전남 담양 발달장애인 아버지가 발달장애 자녀와 노모 살해.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이러한 비극적인 일들을 거론하며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보다 쉬운 선택이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애도했습니다. '치매 국가 책임제'와 같이 발달장애인 돌봄 문제에도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합니다. 그래야 '사회적 타살'에 가까운 이러한 비극적인 사건을 막을 수 있습니다.

장관이 되고 나서 필요성을 따져보고 검토한다면 이미 그때는 늦은 때입니다. 정말 보건복지부 장관이 되려는 의지가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정 후보자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위한 정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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