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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그 검고 어두운 단어…'계엄'의 기억

입력 2018-07-09 21:50 수정 2018-07-10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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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40년 가까운 얘기가 됐습니다.

1979년의 깊은 가을날…

이제 막 교육생티를 조금씩 벗어나고 있던 저를 비롯한 신병들은 아침 일찍 시내에 있는 구청으로 향했습니다.

불과 며칠 전에 이른바 '유고'라는 생소한 단어로 세상에 알려졌던 대통령의 서거…

구청 앞마당에는 서거한 대통령을 위한 분향소가 차려져 있었고, 서울의 아침은 짙은 안개와 내려앉은 구름으로 인해서 온통 회색빛 우울함이 깔려 있었지요.

"꽃이 피어날 봄인지, 겨울 속으로 돌아갈 봄인지…
안개 정국이라고나 할까…"
- 김종필 당시 공화당 총재

그래서 누군가는 그때를 칭해 '안개 정국' 이라 했던가…

과연 그 이후에 전개된 세상은 계엄령 하에서 모두가 입을 다물고 오랜 시간을 견뎌내야 했던…

한국전쟁 이후에 자국의 군대에 의해서 양민이 피를 흘려야 했던 검디검은 역사의 연속이었습니다.

계엄령.

그 검은 단어는 우리의 현대사를 어둡게 물들인, 기억하고 싶지 않은 단어였지요.

돌이켜보면…

그 계엄령이 내려질 뻔한 적은 또 있었습니다.

1987년의 벽두를 깨고 나온 '탁하고 치니 억하고 쓰러졌다'는 희대의 강변 속에 한 젊은이가 스러졌고(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 1987년), 그해 초여름 또 한 명의 젊은이가 스러지면서(이한열 사망 사건 - 1987년) 계엄령이 내려질 것이라는 소문은 날개를 달았습니다.

결국 광장을 메운 시민들의 힘으로 계엄은 피했으나 그 어두운 단어에 대한 트라우마는 시민들을 피해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017년.

탄핵심판 결과에 불복한 시위대의 청와대, 헌법재판소 점거 시도.

화염병 투척 등 과격양상 심화, 특정 인사의 선동…

시위대의 경찰서 난입, 방화, 무기탈취…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들의 나열 끝에 그들이 내민 것은 또다시 그 검은 빛의 계엄령…

북한의 도발 위협이 크다면서도 정예 병력을 서울로 집결시키는 계획 또한 수십 년 전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강산이 네 번 변할 만큼의 시간 동안 그들은 혼자서 변하지 않았는가…

기억하시겠습니다만…

지난 1월 25일, 영하 15도의 엄동설한에 기무사 장성들은 차가운 물에 손을 씻었습니다.

각종 정치공작에 개입했던 과거의 관행을 버리겠다는 각오였다 하니 그들은 정말 변할 것인가…

'탁치니 억하고 쓰러졌다' 는 강변의 주인공이 며칠 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려온 오늘(9일).

우리가 영원히 이별해야 할 과거가 아직도 많다는 것을 또 한 번 새기게 되는 오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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