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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영정 사진도 없이…한 해 3천명 '무연고 사망'

입력 2021-06-3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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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족이 없거나, 있어도 시신 인수를 포기하는 '무연고 사망자'가 지난해에만 3천 명입니다. 이들 곁엔 그래도 마지막 가는 길 만큼은 외롭지 않게 함께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느 가난하고 쓸쓸했던 한 생명의 뒤안길을, 밀착카메라가 따라가봤습니다.

이예원 기자입니다.

[기자]

국화 옆으로 과일과 한과가 놓인 평범한 장례상, 그런데 영정사진이 있어야 할 자리가 비었습니다.

상복을 입은 상주도, 찾아오는 조문객도 없습니다.

이름이 적힌 위패만이 고인이 누구인지를 알려줍니다.

1975년생 이모 씨의 빈소입니다.

장례식장의 연락을 받은 봉사단체가 장례를 열고 자리를 채웠습니다.

[조희정/나눔코리아 행정실장 : 술 한 잔과 국화꽃 한 송이를 드립니다. 이 땅에서 괴롭고 힘들었던 모든 것 훌훌 털어 버리시고…]

이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홀로 살았습니다.

그러다 지난 16일 오후,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바로 이어지는 발인, 그리고 화장을 거쳐 유해를 뿌리는 산골까지.

이씨의 삶이 마감되는 데 걸린 시간은 4시간 남짓입니다.

[조현두/나눔코리아 중앙회장 : 1년에 평균 열 분, 많게는 열다섯 분 정도 모시고 있는 것 같아요. 연고가 없거나 가정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장례 포기 사례가 급증해 국민적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씨가 마지막까지 살았던 동네입니다.

그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그를 기억하고 있을지, 기억한다면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지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계세요? 말씀 좀 여쭐 수 있을까요?]

[A씨/이웃 : 가끔 어쩌다 얼굴 한 번 보지. 나는 나가는지 어쨌는지도 몰랐어요.]

[B씨/이웃 : 여기 사람들은 별로 고시원에 살면 대화들을 잘 안 해. 담배 피우러 나와서 얼굴 마주치면 인사하고. 얼굴이 항상 붓고 그렇게 있었어.]

주로 방에만 있었다는 이씨.

그가 그나마 자주 갔다는 슈퍼 상인을 만나봤습니다.

[상인 : 처음에 여기 (이사)와가지고는 전단지 붙이고 이런 거 좀 했었어. 그러다가 그 뒤로는 몸이 안 좋으니 못 하더라고. 발이 퉁퉁 붓고.]

어느 순간부터는 독한 술을 자주 사 갔다고 말합니다.

[상인 : 이거, 이게 30도짜리 담금주. 아프니까 이걸 먹으면 통증이 자기가 조금 잊어버리나 봐. 약한 건 가져가도 안 된대. 통증이 너무 심해서 밥도 제대로 안 먹었어. 라면만 가끔 먹고 빵 가끔 사고.]

발견 당시 이씨는 간경화 말기로 마약성 진통제 처방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씨처럼 연고자 없이 숨지는 사람은 5년 동안 꾸준히 늘어, 지난해 3천 명 가량이었습니다.

10명 가운데 7명은, 가족이 있지만 시신을 포기하는 경우입니다.

이씨도 경찰이 유족을 찾았지만 시신인수를 포기했습니다.

유족 두 명 모두 기초생활수급자로 살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구청에 보낸 시신인수 포기 각서에 '오래 연락 두절이었다'며 '수급자이며 몸이 좋지 않아 도움을 구한다, 감사하다'고 적었습니다.

[상인 : 고향은 강원도라 그러더라고. 가족이 누가 있다는 말은 안 해. 젊은 사람이 참 안됐어.]

무연고 사망을 조사하려면, 혼자 숨지는 고독사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그동안 통계조차 없었습니다.

정부가 반드시 실태 조사를 하도록 한 고독사예방법은 지난 4월에야 시행됐습니다.

(VJ : 박선권 / 영상디자인 : 최석헌·허성운 / 영상그래픽 : 김정은 / 인턴기자 : 정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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