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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로또 '지정타' 부정청약 176명 적발…요양원 외할머니까지 동원

입력 2021-06-14 13:34 수정 2021-06-1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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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4호선 과천정부청사역과 인덕원역 사이 135만㎡ 규모로 개발되고 있는 과천 지식정보타운(이하 지정타) 공공주택개발 지구는 '로또 청약'으로 불립니다.

서울 인접지에 총 8200여 세대의 미니 신도시급 신규 아파트가 들어서는 데다, 분양가도 주변 시세보다 최대 10억원가량 저렴하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11월 3개 단지(S1·S4·S5 블록) 동시 청약 땐 521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물건이 나왔을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과천 지식정보타운 〈사진=과천시 제공〉과천 지식정보타운 〈사진=과천시 제공〉

그런데 과천 지정타서 부정 청약이 176건 있었던 거로 드러났습니다. 경기도 공정사법특별경찰단이 지금까지 분양이 이뤄진 2849세대의 청약서 등을 전수조사한 끝에 부정 청약자들을 잡아낸 건데요. 이들은 치밀하고 계획적인 수법을 동원해 최대 10억원의 '로또 급' 시세 차익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물론 부정 청약임이 적발된 지금은 해당 청약이 전면 취소 처리되는 것은 물론, 향후 10년간 청약 시장에 발도 못 붙이는 처지가 됐지만요.

■청약 점수 높이려 외할머니까지 가짜 동원

청약을 받기 위해 이들이 꾸민 수법은 어땠을까요? 장애인 아버지, 외할머니를 끌어들인 사람도 있고 전통적인 '위장전입' 수법을 쓴 사람도 있었습니다.

장애인 특별공급을 노린 A씨는 과천시에 거주하다 요양원에 입소한 장애인 아버지를 동원했습니다. 아버지가 의왕시에 있는 요양원에 거주하는데도, 마치 과천시에 계속 거주하고 있는 것처럼 속이기 위해 아버지의 자택 임대료를 매달 지급하는 등 허위 증거자료를 모은 겁니다. 장애인 특별공급에서 과천시 거주자 가점 15점을 더 받아내기 위한 이 수법 덕에 A씨는 결국 청약에 당첨됐습니다.
 
과천 지식정보타운 부정청약 사례 〈사진=경기도청 제공〉과천 지식정보타운 부정청약 사례 〈사진=경기도청 제공〉

일반공급 대상자였던 B씨는 경쟁률이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특별공급을 노리기 위해 전북 익산시의 요양원에 거주하고 있는 외할머니를 끌어들였습니다. 노부모를 부양한다는 조건만 충족하면 특별공급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겁니다. 외할머니를 과천시의 자기 집으로 전입신고한 덕에 B씨 역시 특별공급 청약에 당첨될 수 있었습니다.

C씨는 거주자 우선 공급 물량을 노렸습니다. 실제론 성남시에 거주하고 있었지만, 과천 소재 친척 집에 세대주로 위장 전입을 한 겁니다. 실제로 C씨는 이 클래식한 수법을 동원해 생애최초 특별공급에 청약한 덕에 30% 분량의 우선 공급분을 거머쥐는 데 성공했습니다.

■"176명 싹 다 형사처벌 하겠다"

과천 지정타 내 분양 아파트의 프리미엄은 최대 10억원, 평균 7~8억원 수준입니다. 경기도 특사경은 이들 176명이 챙긴 부당이득이 약 1400억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과천 지식정보타운 〈사진=JTBC 뉴스룸 캡쳐〉과천 지식정보타운 〈사진=JTBC 뉴스룸 캡쳐〉
특사경은 적발한 176명 가운데 17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77명을 주택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했습니다. 아직 입건하지 않은 82명 역시 혐의 입증이 거의 끝난 상태입니다. 수사 과정상 필요한 피의자 심문 등 절차만 마무리하는 대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기로 했습니다.

주택법 제 64조 및 65조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 이들은 최대 3년 이하 징역형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청약된 아파트의 당첨은 취소가 되고, 앞으로 10년 동안 다시는 청약을 신청할 수 없게 됩니다. 청약이 취소되면 전체 분양금의 10%에 해당하는 위약금까지 물게 됩니다.

김영수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장은 "부정청약자의 경우 사실상 브로커들도 개입돼있을뿐더러 철저하게 증거를 은폐하기 때문에 적발이 매우 어렵다"며 "서류 검증 뒤 수색영장 검증 등을 통해 증거물을 채집해왔기 때문에 아직 수사 중인 82명에 대해서도 혐의 입증은 자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획부동산 쪼개기 일당 2명도 형사입건

경기도 특사경은 이외에도 친인척 명의로 토지를 매입한 뒤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사기 분양한 기획부동산 업자 2명을 공인중개사법에 의한 무허가 중개행위 혐의로 형사 입건했습니다.

이들은 분양대행, 부동산컨설팅 등의 목적의 부동산 법인을 설립한 뒤 친인척 5명의 명의로 시흥시 및 평택시 소재 토지 총 11필지(1만1426㎡)를 약 18억 원에 매입했습니다. 이후 이들은 주부 또는 미취업 청년 등 30여명을 상담사를 고용한 뒤 본격적인 쪼개기 분양에 나섰습니다.

분양 당시 이들은 "주변에 카지노 등 개발 호재가 많아 시세차익이 예상된다"는 거짓 홍보를 했는데, 이 땅을 분양받은 피해자들은 상담사의 친구와 지인 등 135명이었습니다. 7개월 동안 이들이 판매한 땅은 총 44억 원어치였습니다. 이들이 취한 부당이익 규모는 토지 매입가를 훨씬 뛰어넘는 26억원으로 조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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