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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서 죄송' 통장에 찍힌 1천명의 따뜻함|한민용의 오픈마이크

입력 2021-01-02 19:47 수정 2021-01-03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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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와 함께 맞은 새해는 지난해 만큼이나 힘들 거라고 걱정합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 희망을 이야기하게 됩니다. 2020년의 마지막 날, 배고픈 아이들을 돕는 사무실 앞에 누군가 몰래 놓고 간 겁니다. 이렇게 나보다 어려운 이웃이 무너지지 않도록 그 손을 꼭 잡아주는 사람들이, 모두가 정말 힘들었다는 2020년에도 많았습니다.

올해에도 그 따스함이 이어지길 희망하며, 오픈마이크에서 담아왔습니다. 

[기자]

"밥이요? 라면으로 때우죠, 뭐. 라면 떨어졌을 때는 굶죠?
(배고플 땐 어떡해?) 배고플 때는 뭐…참죠."

얼마나 가난한지 따지지 않고, 아이라면 누구나 눈치 보지 않고 따뜻한 밥 한 끼 먹을 수 있던 푸드트럭.

어떤 아이에게는 하루종일 굶다 '첫 끼'를 먹는 곳이었습니다.

"밥이 없었어요. (배 안 고팠어?) 고팠어요."

하지만 코로나는 이 푸드트럭 마저 멈춰세웠습니다.

그럼 우리 아이들, 어느때보다 추운 연말을 보낸 건 아닌지 걱정인데요.

다행히 특별히 따뜻한 연말을 보냈다고 합니다.

방송이 나간 뒤, 아이들에게 주고 싶다며 선물이 쏟아진 겁니다.

[김보민/헝겊원숭이운동본부 대표 : 한동안 선물이 사무실에 반이 찼었어요. 그리고 다 나눠주잖아요? 그러면 그다음 날 또 차요. 기적의 테이블이냐고 맨날 퍼내도 퍼내도 계속 쌓여 있다고.]

가깝게는 동네 사장님부터, 멀리서는 호주에서까지, 방송을 보고 연락이 왔습니다.

[김보민/헝겊원숭이운동본부 대표 : 우리 동네 사시는 게임업체 사장님이 학용품을…BTS 팬분들이 목도리, 장갑 이런 거. 호주에서 어떤 분이 아이들 먹을 거랑 목도리, 장갑 사주면 좋겠다고…]

 심지어는 이런 분도 있었습니다.

[김보민/헝겊원숭이운동본부 대표 : 한 달에 쌀을 30㎏을 (지원)받는데, 10㎏만 있으면 되니까 20㎏을 기부를 하시겠다고. (대단하시다.) 되게 뭉클하더라고요.]

전국 곳곳에서 같이 봉사하겠다고 손을 들었고, 바다 건너 프랑스, 일본에서도 아이들 '온라인 수업'이라도 하고 싶다며 이메일이 날라왔습니다.

기부금도 천 명 넘게 보내왔습니다.

기부금 통장에 찍힌 짧은 편지들입니다.

'적어서 죄송합니다', '학생이라 적은 돈', '전재산인데 돈 벌면 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모두가 힘든 시기에 자신의 것을 내주면서도 적어서 미안하다는 마음이 수두룩합니다.

덕분에 아이들은 따뜻한 선물 속에 훈훈한 연말을 보냈습니다.

[김보민/헝겊원숭이운동본부 대표 : 애들 엄청 좋아했죠. 애들 엄청 좋아했어요.]

지금쯤은 제가 인터뷰하며 함께 빚은 새해 떡국용 만두와 또 취재진이 따로 준비한 간식을 선물로 받았을 것 같습니다.

"우와 너무 예뻐." 
"애들 진짜 좋아하겠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선물을 받네."

"생리대가 너무 비싸니까, 한두 푼이 아니고 한 달에 한 번씩…"
"사고 싶은 마음은 너무 굴뚝같은데 못 사니까. '왜 이렇게 태어나서' 혼자 위축될 것 같고…"

생리대 마저 아껴써야 하는 아이들을 위해 재봉틀을 돌리기 시작했던 엄마들, 기억하시나요?

손수 만든 물건을 팔아 그 돈으로 생리대를 사서 나눠줬는데요.

보도 이후, 두 배 넘는 아이들에게 생리대를 보내줄 수 있게 됐습니다.

백 명이 쓸 수 있는 생리대를 한 번에 보내준 업체도 있었고, 동네 엄마들부터 가게 사장님들까지, 곳곳에서 보태겠다며 나선 겁니다.

[김미경/마더굿즈 봉사자 : 카페 하시는 분도 있고요. 본인들도 사실 (코로나로) 너무 어려우실 거예요. 그런 분들이 정말 릴레이처럼 서로서로 너무 감사한 일이에요.]

코로나가 집어삼켰던 2020년. 

그래도 아직 살만한 세상이라는 걸 느끼게 해준 이들에게, 2021년 '새해 소망'을 물었습니다.

[김보민/헝겊원숭이운동본부 대표 : 여기 봉사하시는 분들도 그냥 가정주부시고 직장인이시고…]

[김혜정/마더굿즈 봉사자 : 저도 사실 이렇게 이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이런 봉사는 정말 특별한 사람만 하는 줄 알았어요.]

[강미숙/헝겊원숭이운동본부 봉사자 : 조금만 돌아보면 정말 많은 일들을 함께 해낼 수 있다는 것…]

[김보민/헝겊원숭이운동본부 대표 : 진짜 이제부터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늘어나는 그런 때인 것 같아요. 그런 분들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2021년이 됐으면 좋겠다…]

(영상그래픽 : 박경민 / 연출 : 홍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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