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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썰] '접종 증명' 위해 백신 맞아라?…1차 접종 후 이상반응 나와야 '예외 인정'

입력 2022-01-19 16:16 수정 2022-01-19 16:22

'의학적 이유' 방역 패스 예외 확대했지만…아나필락시스 질환자·임신부 등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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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 이유' 방역 패스 예외 확대했지만…아나필락시스 질환자·임신부 등 '사각지대'

인천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는 코로나19 백신 미 접종자지만 백신을 누구보다 맞고 싶어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백신을 접종할 수 없습니다. 주사를 맞으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혼을 준비 중인 A씨는 결국 '방역 패스'를 통과하지 못해 얼마 전까진 예물을 준비하러 백화점에도 갈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과 식사를 함께 못한 채 직장에선 '혼밥'으로 끼니를 때웁니다. A씨는 정부가 이번에 방역패스의 예외 범위를 확대해준다는 말에 잔뜩 기대했지만, 결국 '미 접종자'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게 됐습니다. A씨의 사연을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취재팀이 지난해 11월 A씨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취재팀이 지난해 11월 A씨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독감 백신 맞은 뒤부터 전신 알레르기 반응…죽을 고비 넘겨

3년 전, A씨는 독감에 걸려 고생을 한 뒤 백신을 맞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이 벌어졌습니다.

A씨
"복통이 새벽에 너무 심해서 깨서 바닥에 구르듯이 너무 심해져 있다가
갑자기 온몸이 부었어요."

"기도가 완전히 부어서 숨도 가쁘게 쉬고, 마스크를 써야 하는 데
얼굴하고 몸이 부어서 귀에 걸리지 않을 정도였어요."

전신 알레르기 반응, '아나필락시스'가 온 겁니다. 붓기 때문에 숨까지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습니다. 응급실에 실려서 갔고 다행히 증상이 호전돼 퇴원했습니다. 2020년엔 피부질환이 생겨 항생제를 먹었다가 비슷한 증상이 또 발생했습니다. 다시 응급실로 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취재팀과 인터뷰 중인 A씨취재팀과 인터뷰 중인 A씨

A씨
"호흡곤란 말고도 더 심하게 올 수 있으니까…
사실 공포심이 엄청 크게 느껴져요.
목숨에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그런 공포심도 심하고…"

"코로나 백신은 맞겠다" 접종센터 갔지만…"생명 지장 있을 수 있다"

A씨는 인천의 한 병원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 환자들과 마주치는 상황에서 행여나 감염을 시키지는 않을까 무서웠습니다. 아나필락시스 증후군이 있는데도 코로나 백신을 맞으려고 결심했던 가장 큰 이유가 이 때문이었습니다.

또 응급실에 갈 수도 있었지만 A씨는 백신 접종센터로 갔습니다. 그러나 백신을 맞지 못하고 돌아왔습니다. 문진 과정에서 의료진이 접종할 경우 위험할 수 있다, 생명에 지장이 있을 수도 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몇 달 뒤, 정부가 방역 패스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접종센터 의료진도 예외 인정을 받을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A씨는 당연히 '의학적 예외자' 인정을 받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A씨는 아직도 '미 접종자'로 방역패스 대상입니다. 왜 그럴까요?

 
취재팀이 지난해 11월 A씨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취재팀이 지난해 11월 A씨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주사를 못 맞는데…"1차 접종한 뒤 이상 반응 나와야 인정"

이유는 이렇습니다. A씨는 아나필락시스 증후군이 있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백신을 맞지 못하는 예외자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1차 접종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A씨
"목숨을 걸어서라도 맞으란 말인가 그런 생각이 들죠."

주사를 맞으면 전신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에게 1차 접종을 하지 않으면 예외를 인정해줄 수 없다는 게 이상했습니다. 취재팀은 방역당국 관계자에게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독감 등 다른 백신으로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나왔다고 해도 코로나 백신으로 인한 이상반응이 나올지 알 수 없다."는 답변이 왔습니다. 현 규정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도 방역 패스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1차 접종 후 중증 이상반응이 나타난 사람에 한한다는 겁니다. 대신 전문가 의견을 듣고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방역 패스'가 시행 중인 한 음식점'방역 패스'가 시행 중인 한 음식점

'의학적 예외' 문 넓혔지만 그래도 백신 1차 접종은 해야

정부가 오늘(19일) 그 '보완책'을 발표했습니다. 중증 이상반응까지 나타나지 않은 사람들, 그러니까 A씨같이 응급실에 실려 갈 정도는 아니어도 이상반응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거나 당국에 피해보상을 신청했지만 인과성이 불충분해 탈락한 사람들까지 예외를 인정해준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A씨는 구제받을 수 없습니다. '1차 접종 후'라는 단서가 빠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정책이 소수라도 소외당하는 사람들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A씨의 경우처럼 접종 후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들은 다른 불편을 감수하지 않게 돌봐줘야 한다는 겁니다.

관심이 높았던 임신부도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감염 위험이 높고 임신부 자체가 고위험군이라는 이유에 섭니다. 방역당국은 오히려 이번 조치로 백신의 이상반응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기자단 백 브리핑에서 "방역패스 예외 범위 인정이 백신 접종과 이상반응의 인과성 및 피해보상의 필요성, 접종 금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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